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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29)

골프칠 때 처럼 힘빼고 학생들을 대하라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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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감(共感)에 관한 수업을 할 때는 사실 내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을 때였다. 신문사 간부의 인생을 접고, 홀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다. 22년간 신문기자를 했다면 누구보다 소통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업상 오히려 편협하고 불통(不通)일 수도 있다. 신문사내에서도 나는 강하고 고압적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고 싶었고 그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어른이고 싶었다. 그들과 절실하게 어울릴 필요가 내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업 주제를 ‘공감’으로 잡았던 것이다. 신문방송광고 전공이 대부분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이 공감이기도 했다. 공감에 대한 다양한 이론, 케이스, 대화법, 교육, 글쓰기, 발표 등등을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다.

나는 학생들과 어울림을 통해 내 스스로 공감능력을 발전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왕년의 경력 등을 집어치우고 철저히 학생 친화적으로 행동한다고 할까. 골프로 비유하자면 ‘힘을 빼고’ 학생들을 대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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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업시간에 몇 사람씩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성의’를 보였다.(실제로 학생들의 이름을 암기했다). 

둘째, 때로 잔소리나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도 꾹 참았다.
(노상 비판에 익숙했던 내게는 생소한 행동이었지만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나중에 ‘쓴 소리’도 먹혔다)  

셋째, 이왕이면 격려나 칭찬 등 좋은 말을 하려고 했다. (역시 생소한 행동이었지만 적응해갔다)

 

그렇게 조금씩 친해져 갔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 가끔 ‘치킨 & 비어’ 집에 갔다. 맥주집에 가서는 내 이야기보다 그네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젊은이들이 신나서 떠드는 그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일단 말을 들어주니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학생들이 자기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성(性), 사랑, 고독, 질투, 불안, 꿈  등 내면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워하는 듯했다.

나는 이삭을 줍는 기분이었다. 과거에는 젊은이들과의 자리가 거북했다. 뭔가 어른으로서 행동해야하고 이야기를 해줘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도 권위주의의 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편안히 들어주는 데도 마음에 기쁨이 왔다.   

내가 높은 데서 내려와 학생들과 같은 자리에 섰을 때, 

내가 눈높이를 낮춰서 학생들에게 맞출 때 바로 이것이 공감이구나! 

우린 어느새 서로 공감을 실천하고 있었다. 6개월 수업을 마치면서 나는 학생들보다 내가 더 공감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아홉번째 기억하기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내 눈높이를 낮출 때 공감이 일어난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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