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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26

세상을 뒤바꾸는 '공감'의 위대한 힘

내가 맛 본 인생 최고케잌

‘40대 같은 60대’, ‘60대 같은 40대’란 말이 있다. 가끔 들리는 한정식집 여주인의 나름 손님 평가법이다. 그 집은 연령상으로 보통 중년층 이상 손님이 많은데 손님 중에 60대지만 40대 같이 유연하고 젊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40대지만 60대같이 완고하고 노인네같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할아버지인데 청년 같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어요. 매력적이죠. 반면 젊은 분인데 꽉 막히고 아주 독선적인 사람도 있어요. 건강 관리에 따라 체력이 판이하듯이 정신 관리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여주인의 손님 평가 잣대는 ‘공감(共感)’이다. 서로의 생각과 처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많은 사람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요,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독선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약화 현상이 온다.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흥미, 이해력, 인지력이 저하된다. 

사고의 경직성은 자기 생각과 경험, 감정에 집착하게 만든다. 자기 맘 내키는 대로 하려다보면, 어느새 세상에 뒤떨어지고 소외되기 쉽다. 이런 자신에서 벗어나 상대방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사를 나와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였다. 언론정보학부 학생들인데 일상사에서 겪은 공감과 관련된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오라고 했다. 이때 한 학생이 쓴 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초콜렛 케이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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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다.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매일 성화를 폈지만 게으름을 피웠다. 그만 중간고사 마지막 영어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의 성난 얼굴과 잔소리가 떠올랐고 자신이 그토록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잔뜩 궁금해 하는 엄마를 뒤로 하고 화난 얼굴로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꽝 닫아버렸다. 도대체 엄마에게 뭐라고 변명해야하나….

(여기까진 우리 대부분이 겪었음직한 스토리다) 

책상에 앉아 멍하니 있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 20분 지났을까. 문을 조심스럽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살며시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왔다. 뭔가를 놓고 다시 살며시 나갔다. 얼마 후 고개를 돌려보니 글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제과점의 초콜렛 케이크와 딸기우유가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나 대학생이 된 그는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때 먹은 케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고, 그 때 이후로 어머니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마음속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끝을 맺었다.

누구나 겪는 이 평범한 일화에서 키포인트는 어머니의 평소와 다른 태도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행동의 몇가지 선택이 아들에겐 일생 잊지 못할 ‘케이크 사건’으로 기억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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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녀는 자신의 ‘꾸짖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그리고 아들의 ‘시험을 못보고 화난’ 마음을 이해했다. 그 다음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마음에서 초코렛 케이크를 사다 줬다.

자제→이해→배려로 이어진 사소한 행위가 바로 공감의 힘이다. 

그런데 여기서 백미(白眉)는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와 아무 말도 안하고 살며시 케이크를 놓고 나가는 마지막 모습이다.

구구한 말 대신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어머니의 현명한 무언(無言)의 태도가 필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것 역시 ‘피크엔드(peak-end)’ 법칙의 전형이다. 

이 간단한 일화는 몇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첫째,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은 돈과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공감이란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보았다.  

둘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에 굶주려 있다. 사소한 경청, 이해, 친절만으로도 감동을 받는다. 

셋째, 공감이야말로 행복의 결정적 요소다.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뇌 속에서 행복호르몬인 엔도르핀(endorpin)과 세로토닌(serotonin)이 방출된다.


스물여섯번째 기억하기

공감은 행복의 결정적 요소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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