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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22)

가장 견디게 힘든 성공은 친한 친구의 성공

남자들도 질투하는 것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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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중에서>

 

내가 외국에서 특파원으로 활약하던 시절, 언론단체로부터 상을 받게 돼 일시 귀국한 적이 있었다. 신문기자 1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굴지의 언론상을 받게 되니 일견 ‘출세’한 셈이 됐다. 

상을 받고 매스컴에도 소개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도 나누곤 했다. 그런데 친구들과의 술자리 분위기가 전만 못했다. 나는 당연히 친구들이 진심으로 흥겹게 축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느낌은 왠지 뜨악했다. 외견상으로는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였지만 내가 직감한 내면의 저류는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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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해석에 따르면 ‘가까운 친구의 성공’은 그들에게 딱히 즐겁게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때 나는 혼자 기분을 냈던 것 같다. 

이후 내 인생에서 우여곡절을 겪어가면서 나는 남자들도 심하게 ‘질투’한다는 사실을, 또 이 세상의 풍파를 잘 헤쳐나가려면 그런 류의 질투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조지아대 심리학과의 에이브러햄 테서(Abraham Tesser)교수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어린이들조차도 친구가 잘나가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는다" 고 밝혔다.  

어느 날 가까운 지인이 술을 마시다 자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성품도 진지하고 중견기업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다 퇴직한 분이다.  

“회사 입사했을 때부터 회사를 위해 멸사봉공했지, 30년간…. 그런데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거야. 내 동기가 사장이 됐지. 

어찌나 마음이 편치 않은지…. 1년간 지방에서 고문이란 직함으로 지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참 쉽지 않더구먼. 사실 부사장까지 간 것도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 

그런데 만족하지 못하는 나 자신.… 그리고 주위에선 대부분 이런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분위기였어. 이제 경쟁자 한 사람 없어졌다는 안도감? 이게 인간 사회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

그때 나는 이렇게 위로해주었다.  

“내 인생에 대한 자부심(self-esteem)은 남과 비교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 안에서 찾는 것 아닙니까. 선생님은 찾을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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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범답안과 같은 말을 해주었지만 내심그 분의 고민에는 나도 동감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성공하거나 유명해진 친구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심란해지고 울적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감상은 결국은 나는 뭘 했나라는 자책과 회한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것은 일종의 질투요 회한의 감정이다. 그러나 내 마음 속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감정의 뿌리는 결국 내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나 자신감, 당당함이  충족되지 않은 데 있다. 

자부심은 그 사람의 외형적 요소, 즉 재산, 지위, 성취의 정도와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의외로 내가 만나본 재벌총수를 비롯한 기업가, 정치가,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성공·출세했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거나 행복해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왕년에 민주화 운동을 하고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이의 몇 년 전 솔직한 독백이다. 

“시인 고은이 80세를 맞아 자신의 인생을 담은 책 두 권(‘바람의 사상’과 ‘두 세기의 달빛’)을 펴냈다. 그의 치열한 삶을 대하면서 난 회한에 잠겼다. 나도 꽤 열심히 살았지만 내 삶에서는 왜 그가 느끼는 자부심이 보이지 않는가? 과연 나는 무엇을 이뤘나? 

어렸을 적에는 위인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가야 할 인생의 방향과 에너지를 얻었는데, 지금은 그들의 삶에서 오히려 왜소하고 불안정한 나의 삶을 떠올리며 우울하게 된다."   


스물두번째 기억하기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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