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인생 2막 잘 살기 (17)

‘넌 할 수 있어’ 정신이 자칫 사람 잡습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막연한 ‘낙관주의’ 경계하세요

여기 두 사람의 인생 유형이 있다. 

 

A는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학교, 직장, 가정, 사업 모든 게 순탄했고 하는 일마다 잘 됐다. 그는 매사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으며, 자신감이 넘쳤다.

B는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다. 인생 고비 고비 시련이 많았다. 하도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참는 데는 이력이 났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 

 

이 두 사람이 후반기 인생을 맞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실패를 몰랐던 A는 늘 잘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쉽게 투자하고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웬걸? 사업은 기대와 반대로 부진을 거듭하고, 이런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A는 당황한 나머지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무리한’ 투자를 계속 했다. 결과는 대실패. 그는 인생 후반기에 모든 것을 잃고 벼랑 끝에 선 신세가 됐다.

반면 실패가 일상사였던 B는 이번에는 마지막이란 단단한 각오로 작은 시장 점포를 임대해 장사에 나섰다.  치밀한 시장조사와 성실한 손님 관리 덕분인지  장사는 기대보다 썩 잘됐다. 중간에 어려운 일이 닥쳤지만 흔들릴 그가 아니다. 결과는 대성공. 그는 인생 후반기에 처음 자기 집을 장만하고 점포도 2개로 늘리는 성공한 자영업자가 됐다.    

shutterstock_518855221.jpg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두 사람의 케이스는 사람의 운명은 돌고 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해준다. 성공과 실패,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공(행운)은 달콤하지만 과신과 독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던 군사적 천재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대패를 하고 추락한다. 

실패(불운)는 쓰라리지만 사람을 연단(鍊鍛)시킨다. 인류사의 위인들은 예외없이 엄청난 고난 속에서 인내와 강인함을 길러 결국 그들 소망을 일궈낸다.

그동안 성공적 인생을 살아온 사람일수록 낙관주의를 경계해야하며 인생 후반기를 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 방에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리를 거둘수록 투구 끈은 조여라!"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마지막 웃는 사람이 가장 길게 웃는다" (He who laughs last laughs longest · 서양 속담)

 

우리 사회에 경기침체가 계속 되다보니 주변에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여년전 IMF 위기 때와 비슷하다. 사실 위에 언급했던 A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다. 모두 좋은 학교와 가정에 대기업에 입사, 해외지사장까지 마치고 독립해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끌어 온 이들이다.

그런데 한 친구는 직원 몇 명을 데리고 작은 무역업을 하다 졸지에 종업원 수백명을 거느린 전자부품 제조회사를 인수, 운영하다 1년 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투자금은 물론 거의 전 재산을 까 먹었다. 다행히 빨리 결단을 내렸으니 망정이지 더 끌었다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뻔 했다.

다른 한 친구는 외국산 수산물을 독점 수입 해오다 미국산 쇠고기에 손을 댔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하필 광우병 파동이 불 때여서 이리저리 시간을 끌다 만 4년 만에 파산했다. 빚도 상당히 지고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두 친구의 패인을 살펴보면 두 가지다. 첫째 지나친 낙관이다. 이번에도 또 잘되겠지라는 생각에 시장조사나 분석을 게을리 했다. 두 번째는 실패에 대한 연습이 전혀 없었다. 막상 어려움이 닥쳐오니까 갈피를 못잡고 허둥지둥됐다. 

shutterstock_169942937.jpg

결국 단 한 번의 실수로 인생 성공에서 실패케이스로, 골프와 해외여행을 즐기던 상류층에서 월세를 전전하는 하류층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류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렸을 적 좋은 집안에서 낙천적이고 쾌활하게 자란 사람, 학교 때 칭찬만 듣고 자란 모범생, 어쩌다 한 번 크게 대박을 친 행운아, 신이 다 해결해주리라 믿는 독실한 신자 중에 있다.

나는 이 두 친구들을 만나면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격려한다. 아직 나이 60대 초반.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이제 절반 지난 뒤 겪은 시련이라 만회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격려한다. 평소 내공이 있어 좌절하거나, 극단의 선택을 할 친구들은 아니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고비들이 두어 가지 더 남아 있다.  

A처럼 사업에 실패하고 나면 온갖 생각이 다 괴롭힐 것이다. 후회, 자책, 원망, 분노…. 차라리 자살해 버릴까하는 비관적 생각과 멋지게 재기해 제2의  성공시대를 열어보겠다는 낙관적 생각이 하루에도 수백번 뇌리를 스칠 것이다.  

shutterstock_451493176.jpg

하루 이틀 지나면서 초조감도 든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막노동을 하든가, 대리운전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생활고에 가족들의 원망도 장난이 아니다. 힘든 가장의 속은 모른 채 자신을 닦달하는 처자식이 미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솟구치는 욱하는 마음. 그러나 지금 그럴 때는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집을 나와 술도 마시고 주변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보면 혹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요즘 ○○사업이 잘된다던데 한번 같이 해볼래"
또 어떤 이는 한번에 역전승을 노리는 배팅을 해보자는 대담한 유혹을 제안한다. 

“그 사업만 잘 되면 한번에 팔자 펼 수 있어"
“문제는 돈과 인맥인데 자네가 잘 아는 사람들 찾아가 설득해보라고"

바로 여기서부터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거나, 이판사판 도박심리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일곱번째 기억하기

인생 후반기에 근거없는 ‘낙관주의’ 조심하라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