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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9)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겸손과 관용을 배웠어요”

정상에 서면 하산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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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로 가는 라마 다블램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던 뉴질랜드 출신의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卿:1919~2008)에게 훗날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봉을 정복할 수 있었나요?"

“뭐, 간단합니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올라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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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힐러리

그의 답변은 소박했다. 등산에는 기술보다 마음, 체력보다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을 완수하기 위해 환상적인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도전적인 목표에 도달하려는 동기가 충만한 보통사람이면 족하다.’ 

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힐러리 경은 세계적 영웅이 됐다. 그가 받은 기사 작위만 3개나 됐다. 이후 그는 남극 등 극한 지역을 탐험하기도 했지만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게 해준 후진국 네팔을 돕는데 평생을 바쳤다. 

‘히말리안 트러스트’란 재단을 설립하고 네팔에 3개의 병원, 13개의 진료소, 교량과 도로개설, 30여개의 학교를 세우기도 했으며, 죽기 전에도 네팔을 방문했다가 쓰러진 뒤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훌륭한 산악인 이전에 위대한 인간이었다. 평생 성실과 박애정신으로 살아왔다. 세상을 뜨며 남긴 유언에서도 자신의 유골을 오클랜드 앞 바다에 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신에게 영광을 가져다 준 산에는 어떤 흔적이나 부담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강조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첫 인간이라는 기록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 것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겸손과 관용을 배웠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정상(頂上)에 간절히 오르고 싶기 때문에, 정상이 거기 있기에 오르고 또 올라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고되고 힘들다. 높은 산일수록 더 험난하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왔다는 성취감, 거칠 것이 없다는 호쾌함. 천하가 내 발 아래 있다는 정복감에서 기쁨이 넘친다. 그러나 정상은 비바람·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이다. 오래 있으면 좋지 않다. 늦기 전에 하산해야 한다. 허지만 하산 길이 더 위험하다. 날이라도 저물면 정말 위험해진다.

등반사고는 대개 하산하다가 일어난다.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산악인들의 ‘최후’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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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상돈, 고미영, 박영석

● 고상돈(1948~1979)=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북미주 최고봉인 알래스카 매킨리 정상에 오르고 하산길에 빙벽에서 추락, 사망   

● 고미영(1967~2009)=세계 8000m급 총 11좌 등정한 여성 대표 산악인.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밧을 등정하고 하산중 실족, 사망

● 박영석(1963~2011)=히말라야 8000m급 총 14좌,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을 모두 등반해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 안나푸르나 남벽을 하산 중 실종. 

왜 하산 길에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의 경우는 이렇다. 

첫째 교만해서다. 정상에 오르고 우쭐한 기분, 마치 천하가 내 손아귀에 들어있는 듯한 감정이 사고를 유발시킨다. 

둘째 방심해서다. 우쭐함은 곧 방심으로 이어진다. 잠깐 정신을 놓는 사이에 대형 사고는 일어난다. 

셋째 탈진해서다. 오르느라고 너무 힘을 썼다. 지치고 힘이 빠져 발을 헛디디게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오르막 사고보다 내리막 사고가 치명적이란 점이다. 잠깐 마음을 놓다가 지난 모든 세월, 모든 수고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끝이 나쁘면 모든 게 나쁘다.


아홉번째 기억하기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위험하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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