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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7)

올림픽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역전패가 아니라 '역전승 주인공'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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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역도 75kg 이상급 시상식. 왼쪽부터 은메달, 금메달, 동메달

 

올림픽 경기에서 시상대에 오른 메달리스트를 보면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해 보인다. 왜 그럴까? 

여기에도 대니얼 카너먼 박사의 ‘절정과 종결법칙(Peak-end rule)'이 적용된다. 동메달리스트는 마지막 게임(3·4위전)에서 이긴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마지막 게임(1·2위전)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동메달리스트는 ‘하마터면 노(No)메달 할 뻔 했는데 선전했다’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놓쳤다"라는 아쉬움과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이 1992년 스페인 바로셀로나 하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해 이를 입증했다. 

게임이 종료되고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이었던 반면, 은메달리스트의 점수는 고작 4.8이었다. 이후 시상대에서도 이들의 감정 표현은 역전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은메달이 더 값진 것이지만 은메달리스트의 행복점수는 4.3인 데 비해 동메달리스트는 5.7을 기록했다. 실제 이룩한 성취와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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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경기 역시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연전연승을 해왔다 하더라도 마지막 게임에서 지면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반대로 중간에 부진하더라도 마지막 게임에서 승리하면 환희의 주인공이 된다. 역전패는 비참하지만 역전승은 영웅을 만든다.  

7월 초여름 아침 학교 갈 준비로 바쁠 때였다. 갑자기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숨가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고국의 동포 여러분, 기뻐해주십시오. 여기는 남아프리카 더반, 우리의 자랑스런 홍수환 선수가 드디어 WBA 밴터급 세계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이어 홍수환 선수가 마이크 앞에 나와 서울의 어머니와 통화했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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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CHOSUN [광화문의 아침_327회] 캡쳐

이 모자간 대화는 이후 대한민국 어록(語錄)에 남았다. 1973년 당시 22세였던 홍수환은 남아공 출신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그의 나라에서 4차례 다운을 빼앗은 끝에 당당히 제압했다.   1966년 미들급 김기수 선수에 이어 두 번째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이다.

당시 한국은 북한보다도 국력이 약한 가난한 나라였다. 따라서 그의 월드 챔피언 등극은 국민적 자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영웅이 돼 귀환했다. 

그런데 초년 출세는 불행이라고 했던가. 홍수환은 갑자기 다가온 유명세를 견디지 못하고 여러 스캔들 속에서 두 번째 방어전에서 실패, 불명예 퇴장하고 말았다. 

그는 4년 뒤 1977년 11월, 이번에는 중미 파나마로 건너가 다시 세계챔피언에 도전했다. 한체급 올린 WBA 슈퍼 밴텀급. 상대방 헥토르 카라스키야는  파나마 출신으로 11전 11 KO승의 살인적인 강펀치 소유자. 과연 한물 간 복서 홍수환이 이길 수 있을까.  국민들은 반신반의했다.

1회전부터 그는 난타당해 비틀거렸고, 2회전 들어서는 무려 네 차례나 다운을 당했다. 역시 안되겠구나.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3회전. 공이 울리자마자 홍수환은 용수철처럼 뛰쳐나와 미친 듯이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카라스키야. 서로 치고 받는 난타전 속에 결국 카라스키야는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뒤로 무너지는 그의 안면에 피날레 펀치가 작열, 믿기 힘든 KO승이 이뤄졌다. 4전5기 신화의 탄생!!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들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환호 했다. 시대적 암울한 분위기를 그 한방으로 말끔히 씻어주었다. ‘아, 하면 되는구나.’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개인적으로 지독히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공부도, 연애도, 친구도, 캠퍼스 생활도 그 어느 것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4전5기를 보면서 맨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치고 감격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래 바로 저거야. 인생은 저렇게 만들어야 돼!’ 

국민들은 환호했다. 홍수환은 다시 국민적 영웅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스포츠의 엄청난 힘이다. 궁지에 몰리고 있다가도 일순간에 역전이 돼 승자가 되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 승자와 패자의 그 엄청난 간극. 그래서 역전승은 더욱 짜릿하고 황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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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승하면 생각나는 명승부가 있다. 나이 60대면 대부분 기억할 군산상고 야구부의 대(大)역전극. 고교 야구붐이 한창이던 1972년 7월 황금사자기쟁탈 고교야구 결승전서 무명의 군산상고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부산고와 맞붙었다. 모두들 부산고의 낙승을 예상했고 경기도 그렇게 풀렸다. 부산고가 4대1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9회말 군산상고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야구는 9회말부터라고 했나, 1사(死)후 군산상고 선수들의 방망이가 신들린 듯 치고 나가더니 순식간에 5대4로 역전승을 했다.  

이날 경기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전국이 들썩거렸고, 인구 12만 군산 시내에는 무려 7만명이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선수들은 전국적 스타가 됐다.  ‘스마일 피처’ 별명을 얻은 송상복 투수, 1번 교타자 김일권,  4번 홈런타자 김봉연 등등….  어린이들도 줄줄 이름을 외울 정도였다. 이후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란 별명과 함께 야구 강호로 변신했고 야구 불모지였던 호남 야구도 덩달아 떴다. 놀라운 역전승의 마술이었다.

UN은 2009년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2020년이 지나면 100세 이상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 곧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당신의 인생을 운동경기 시간과 비유한다면 지금 어디쯤 뛰고 있는 것일까.

야구 경기로 치면, 당신의 나이가 40대라면 4회전 경기를 뛰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5회전 경기나 더 남겨 놓고 있다. 50대는 5회전, 60대는 6회전 경기를 각각 치루고 있는 중이다. 

전?후반 90분 축구경기로 비유할 때 당신이 50대라면 막 후반전을 시작한 상태며, 60대라면 후반전 10분을 겨우 지나는 중이다. 생각보다 아직 뛸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가. 


일곱 번째 기억하기

당신 나이가 60대라면 축구경기에서는 후반전 10분, 야구경기라면 6회전 경기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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