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인생 2막 잘 살기⑤

이혼의 진짜 아픔은?

“그 좋았던 추억은 다 사라지고 마지막 불쾌한 모습만 떠올라요”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란 팝송이 있다. 

1960~7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즐겨 듣던 노래 중 하나다. 베트남전에 항거하던 저항가수 존 바이즈(Joan Baez)를 비롯 킹스턴 트리오(The Kingston Trio),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 등 숱한 가수들이 부른 명곡인데 어렸을 적 나는 이 노래를 숱하게 불렀다.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젊은 아가씨들이 모두 다 꺾어갔는데…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 모두 다 젊은 청년들을 따라갔는데…

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모두 다 군인이 되었는데…

군인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나? 모두 다 무덤에 묻혀있는데…

무덤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나? 만발한 꽃들로 뒤덮혔는데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게 되려나?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게 되려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Young girls picked them,

ev'ry one.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 

Gone to young men ev'ry one.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re have all the young men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young men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young men gone? 

Gone to soldiers ev'ry one.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re have all the soldiers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soldiers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soldiers gone? Gone to graveyards,

ev'ry one.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re have all the graveyards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graveyards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graveyards gone? Gone to flowers, 

ev'ry one. 

When will they ever learn? When will they ever learn?


→ 킹스턴 트리오: https://www.lyrics.co.kr/?p=613368

→ 존 바이즈: https://www.youtube.com/watch?v=PSE03QVnXg0

→ 피터 폴 앤 메리: https://www.youtube.com/watch?v=ZgXNVA9ngx8

shutterstock_1034150995.jpg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 즐거웠던 추억,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헤어짐과 망각, 죽음의 여정을 밟게 된다. 

수십년간 사귀면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나눈 사이도 막상 이별이란 과정을 거치면 전의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기억 속에 사라져 버린다. 

이때 내 뇌리 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대게 헤어질 때 마지막 모습들이 많다.  

1980년대 나온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란 영화가 있다. 

원래 1960·70년대 가수 베니 킹과 존 레논이 불러 히트시킨 팝송 ‘스탠 바이 미’를 주제곡으로 한 동명(同名)의 이 영화는 천진난만했던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과 추억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미국 시골서 사는 12살 동갑내기 소년 4명이 행방불명된 한 소년의 시체를 찾으러 숲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별 볼일 없는 환경의 평범한 소년들은, 그 나이 때 그렇듯 호기심, 모험심, 영웅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2박3일간 동거동락하면서 여러 사건을 겪었다. 

그들은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들을 홀대하던 부모보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자기네 마을보다 훨씬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겁먹고 두려워했던 대상들이 실은 별거 아니라는 점들을 깨닫고 마음이 훌쩍 커져서 돌아왔다.  

이후 시간이 흘러 흘러 중년을 눈앞에 둔 지금, 주인공은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 친구들이 ‘인생에서 가장 진정한 친구’였다고 눈물로 말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 관계의 이별은 해피엔딩이다. 마지막 추억도 좋았으니까…   

→ Ben. E. King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hwZNL7QVJjE

→ 존 레논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YqB8Dm65X18

 

shutterstock_1129246430.jpg

이혼을 하더라도 쿨하게 헤어질 수 있다면 

그러나  이혼은 다르다. 이혼 도장을 찍는 순간,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무촌(無寸) 사이에서 전혀 남남 관계인 무촌, 즉 타인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구구절절한 스토리와 애환은 다 한조각 휴지처럼 돼버리고  그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혼의 현장, 마지막 모습을 내내 기억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물론 쿨하게 이혼 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쿨한 사람은 사실 아직 소수이고 많은 이혼자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반추하면서 살아간다. 

얼마 전 오랜 만에 만난 띠 동갑 여자후배로부터 몇 년전 이혼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참, 요즘 이혼이 많다. 내 주변에서도 이렇게 자꾸 생겨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정말 힘든 것은 이혼 후부터예요. 이혼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흠을 들추고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에서 쌓인 상처가 너무 아픈 거예요. 그러다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는 점점 사라지고, 결국 내 자신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더군요."

이혼 후 남남이 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친구보다도, 이웃보다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보다도 더 안 좋은 사이로 끝났다는 점이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고, 아예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그런 사이가 돼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꽃 같은 청춘기에 만나 그에게 바친 애뜻한 사랑, 불같은 열정, 인간으로서의 신뢰, 동반자로서의 염원, 기대, 관심… 그리고 수많은 추억과 이야기꺼리가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후 마음에 찾아오는 허탈감, 회한, 미움, 적의…

그것이 다시 자신의 내면을 향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비판, 자책감, 부정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남에 대한 불신,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나갔다.

겉으로는 태연을 가장하지만 점점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고 쌓이고 쌓이는 고독과 고립감. 부정적 생각이 긍정을 누르고 승리해 하루 24시간, 인생에 대한 잿빛 전망과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반추하며 살게 된다.   

shutterstock_439098511.jpg

“이런 마음을 언제쯤 극복하게 될까요.… 정말 나와 마음이 통하는,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 충분한 세월의 사랑이 쌓인다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드러내 보이는 아픈 마음의 맨살을 보면서 나는 이혼의 고통이 엄청난 후유증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이렇게 마음을 다치고 상실된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무수히 있겠구나, 그래서 우리 사회가 요즘 더욱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50%에 육박해 OECD국가중 1,2위를 다투고 있다. 과거 우리 어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이혼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혼에 대해 전수될 수 있는 지혜나 방책, 노하우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냥 스스로 맨 땅에서 맨 가슴으로 부딪쳐 헤쳐 나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정, 배우자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5060 이후 세대는 그렇다. 과연 나는 배우자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으며, 어떤 관계인가. 

 

 


 

 

다섯번째 기억하기

부부관계도 나중이 더 중요하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