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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④

어느 날 불쑥 찾아올 인생의 끝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내 인생의 라스트 씬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함영준 마음건강길 대표  |  편집 김혜인 기자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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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세계적인 명연설을 살펴보자. 시공을 초월해 전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구절은 대부분 어김없이 연설의 마지막, 결귀에서 나온다. 연설자가 청중의 감흥을 사려고 의도적으로 핵심 구절을 끝부분에 배치했을 수도 있고, 끝 부분에 있었기 때문에 유명해졌을 수도 있다. 

 링컨, 케네디, 맥아더의 명연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의 끝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로 돼 있다. 

불과 272단어로 구성되고, 2분 30초만에 끝나는 연설이지만, 이 구절로 말미암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많이 인용된 연설로 손꼽힌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엇일까?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해보라(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이는 1961년 1월 케네디의 취임 연설에서 인용된 것인데 연설의 마지막 대목에 위치해있다. 

1951년 4월 19일 미 의회에서 71세인 노장군 맥아더 원수는 자신의 반세기 군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자리에서 평소 가졌던 자신의 애국심, 철학, 세계관, 대 공산주의 및 아시아 정책 등을 장시간 피력했다. 그러나 훗날 맥아더의 어록으로 기록되는 것은 고별사의 맨 끝부분에 나오는, 그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시절 즐겨 불렀던 이름 모를 군가의 한 귀절이었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우리가 감동적으로 본 영화 역시 대부분 마지막 장면(last scene)이 탁월하다.  아마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멋진  라스트 엔딩(last ending)을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명 깊은 영화였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될 수도 있다. 기억은 마지막 부분을 좋아하니까. 

요즘 내 기억력으로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금방 잊어 버려 스토리가 가물가물 하지만 감동적인 영화의 라스트 씬은 수십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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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라스트씬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라스트 씬

1970년대초 중학교 시절, 선생님의 눈을 피해(당시에는 중학생이 영화관에 허락없이 가면 안되던 시대였음) 관람한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내일을 향해 쏴라’는 사춘기 소년의 혈관을 자극한 영화였다. 직업이 강도인 두 무법자가 종횡무진으로 법망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벌이는 행각. 

그러나 이 영화를 정말 잊지 못하게 만든 것은 두 사나이(부치와 선댄스)가 자신들을 향해 군인들이 빗발치게 쏟아 붓는 총탄 속으로 거침 없이 달려 나가는 그 마지막 정지화면(스틸 샷)! 자신들의 생명을 그처럼 주저 없이, 극적으로 내던지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에서 청춘들의 피는 들끓지 않을 수 없었다.  

빼놓을 수 없는 주제곡‘빗방울이 내 머리에 떨어지고 있네(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경쾌한 음율과 리듬도 기억난다.

당시 사춘기 감수성을 최고로 자극한 영화로 ‘졸업’을 빼놓을 수 없다. 명문대 졸업생인 주인공 벤(더스틴 호프만)이 아버지 직장동료의 아내인  Mrs. 로빈슨(앤 벤 크로프트)의 노골적인 유혹을 받으며 어쩔 줄 몰라해 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굴복해 중년 여인의 섹스 파트너가 돼가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 장면에서 나오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히트팝송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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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고의 장면은 바로 라스트 엔딩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엘레인(캐서린 로스?로빈슨 부인의 딸)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결혼식 현장에 뛰어들어 닫힌 유리문을 부숴져라 흔들며 절규하는 벤. 그 모습을 통해 벤의 진심을 알고 식장에서 뛰쳐 나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도망가는 엘레인. 그 라스트 엔딩을 통해 우린 사랑, 진심, 용기, 승리, 인생을 느꼈다. 

물론 인생은 영화처럼 감독의 치밀한 기획 하에 의도되고 기승전결이 짜여져 있지는 않다. 우리들 인생의 라스트 씬은 대개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느날 갑자기 불쑥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 누구나 소망한다. 자기 인생의 라스트 씬도 영화처럼 멋지게 만들어지기를. 라스트 씬이 끝내줘야 인생 전체가 끝내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영화감독이라면 당신 인생의 라스트 씬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당신이 세프라면 당신 인생의 하루하루 식탁에 어떤 디저트를 만들고 싶은가?


네번째 기억하기

명연설-명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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