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인생 2막 잘 살기③

미슐랭 쉐프가 만든 랑콤 향수 '디저트'

생애 ‘최~고’ 디저트 먹어보니 식사도 ‘최고’로 기억

함영준 마음건강길 대표  |  편집 김혜인 기자  2019-12-1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shutterstock_1493814476.jpg

아내와 함께 멋진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아리랑TV 사장과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낸 우리나라 ‘국제통’ 구삼열 선생이 만든 자리다. 그의 부인은 세계적인 음악가 집안인 ‘정트리오’중 맏이 되는 첼리스트 정명화씨다.

스페인 최고 식당의 주방장이 한국에 초청돼 스페인 요리에 한국 음식을 가미한 양식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자리라고 한다. 그는 세계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는 미슐랭가이드에서 최고등급인 ‘쓰리 스타(★★★)’ 평가를 받은 식당의 쉐프라고 했다. 

더구나 이날 식사에는 최고급 와인까지 종류별로 제공해준다고 해 잔뜩 기대를 걸고 나갔다.  


 미슐랭 쓰리 스타 쉐프가 만든 음식

 

결론은 그날 먹은 디저트가 너무 환상적이라서 두고두고 디저트만 생각났다는 것이다. 물론 메인 요리가 안 좋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음식도 맛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양식 코스 요리를 일일이 평가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내겐 없다. 그냥 맛있었다. 

허지만 디저트는 달랐다.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내 생애 최~고의 디저트’였다. 설탕을 녹여 만든 유리같은 과자(어렸을 적 ‘또뽑기’설탕과자와 유사)에 달걀, 설탕, 우유, 크림, 과일, 너트 등을 뒤섞어 만든, 촉촉이 떠먹는 디저트의 그 맛! 게다가 접시 한귀퉁이에 액세서리로 나온 작은 꽃과 잎사귀에서 풍기는 꽃내음. 

shutterstock_475360618.jpg

압권은 장식용으로 나온 종이 꼬깔이었다. 거기에는 랑콤 화장품의 향수가 살짝 묻혀 있어 건드리기만 하면 은은하게 향기가 발산됐다. 그야말로 미각, 시각, 후각, 촉각이 총동원돼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인 디저트였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소감을 묻는 구선생께 이렇게 말했다.

“다른 것도 다 좋지만 디저트가 끝내주는데요."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세계 일류 레스토랑일수록 메인요리 뿐아니라 그 이상으로 디저트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요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의 맛에 따라 그날 전체 음식, 식사 분위기, 나아가 식당에 대한 총체적 평가(인상)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맛 위주의 오늘날 디저트는 19세기 이후 자리를 잡았는데 식당주인들은 손님들이 디저트를 통해 느끼는 단맛이 궁극적으로 식당에 대한 ‘달콤한 추억’으로 연결되길 원한다고 한다. 

‘피크 엔드 법칙’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기억은 아주 선택적이어서 아무리 파티에 오랫동안 참석하고, 인간 관계를 오래 지속하더라도 극적인 순간이나 강렬했던 순간, 그리고 마지막 순간만을 기억한다." 

누구나 식당에서 잘 먹고 나오다 계산대에서 종업원의 불친절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한 두번 있다. 그럴 경우 그 식당에 대해 처음 가졌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인상은 마지막 종업원의 불친절로 인해 덮어지고 결국 남는 것은 불쾌한 기억뿐이다. 반대로 음식은 형편 없는데도 종업원이 친절했거나, 후식이 좋았을 경우 그런대로 괜찮은 식당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이처럼  기억은 간사하다. 


 진짜 명품의 비결: 화룡점정

 

훌륭한 요리만 끝이 좋은 것이 아니다. 명품(名品)도 끝마무리에서 결정된다.

어떤 이는 아예 끝마무리가 명품(名品) 여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라고 입에 거품을 문다.

사실 일반 비싼 제품도 모양, 디자인, 실용성, 재질 등에서는 명품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끝마무리 부분에 가서는 도저히 일반 제품이 따라오지 못하는 게 명품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정성이 담뿍 담긴 처리, 창의적인 세공, 섬세한 바느질 등에서 명품의 장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shutterstock_192828998.jpg

중국 남북조 시대에 장승요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그가 안락사란 절 벽면에 용을 그려주었는데 정작 용의 눈이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물었다. 장승요가 대답하길 “눈을 그려 넣으면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요."

그러나 사람들은 용의 눈을 그려 넣을 것을 재촉하고 장승요가 결국 그렇게 하자 그 용은 살아 움직여 하늘로 날아 올라가 버렸다고 한다. 거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화룡점정(畵龍點睛).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잘 마무리함으로써 일을 완벽하게 마친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음식 만들기의 화룡점정이 디저트인 셈이다.

화룡점정의 자세는 예술가들에게  중요하다. 예술성의 깊이가 거기서 판가름이 난다. 우리나라 성악가를 봐도 성량, 창법, 경력, 외모 등 세계 A급  수준에 필적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그러나 막상 노래를 들어보면 굴곡이 느껴진다. 열창할 때 결정적인 클라이맥스에서의 힘의 강약, 소리의 고저, 호흡의 조절과 엔딩 부분에서 미세하고도 원숙한 처리 면에서 차이가 난다. 그때 그때 달라지기도 한다. 

서예에서도 붓을 잡고 처음에 시작하는 기필법(起筆法)보다는 마무리 단계에서 붓을 거두는 수필법(收筆法)의 경지를 더 높이 산다. 보통 처음에는 누구나 바른 자세로 힘 있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이 간단치 않다. 힘과 집중력이 떨어져 붓이 눕게 되기 쉬운데 처음처럼 꼿꼿이 붓을 세우고 쓸 수 있어야 진정한 대가의 반열로 오른다. <계속>


세번째 기억하기

우리의 기억은 가장 강렬하거나 마지막 순간만을 기억한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
인생 2막 잘 살기③
"전반기 인생, 부진해도 후반기 만회하면 돼!"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실천법
인생 마지막 품위있고 행복하게 맞는 법 전문가가 꼽는 웰다잉 10계명
말기암 환자, 죽음 앞두고 가장 후회하는 일은? "지금부터 ‘웰다잉’ 준비하세요"
왜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가 聖人일까? 너그럽지 못한 한국인들
용서하는 유태인과 용서하지 않는 한국인 왜 한국의 영웅들은 초라한가?
왜 유태인 영웅들은 실수투성이들인가? 살인자, 패륜아, 조폭두목…
내가 미국서 유태인에게 배운 교훈 절망적 삶에서도 희망을 찾는 힘
은퇴 후 시골생활, 성공 조건들 자유 위한 '내려놓기 연습'
조용필에게 ‘여름’을 기대하지 말라 노년 시절 경계해야 할 ‘이것’
부자도 아닌데 자식 결혼은 꼭 5성급 호텔 인생 황혼기에도 꺼지지 않는 욕망
니체와 위고의 정반대의 삶 방탕했던 위고는 행복하게 죽고…
나이 들수록 풍요롭게 다가오는 종교 종교가 노인 삶에 미치는 영향은?
주일 날 평범한 설교에 펑펑 울다 살면서 한 번은 느끼는 삶의 고독 맞이할 때
나를 찾으려면 ‘광야’로 나가라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때
평생 남 돕고 살던 오드리 헵번의 유언은? 늘 가슴 속에 간직하던 시
베푸는 사람이 이기적 사람보다 2배 오래 산다 423쌍 노인부부 조사했더니...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어울려 사는 그리스 장수촌 “당신이 죽었을 때 진정 울어줄 친구는?”
손석희·송승환·이용과 함께 보낸 고교 시절 천방지축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니
회사를 그만 두고 겪는 세상인심 날 보고 모른 채 등돌리는 지인들
성철스님이 임종전 남긴 열반송은? 고승도 깊은 정신적 외상 시달려
고갱처럼 못 살아도 처칠처럼 살 수 있다 진정 원한다면 ‘부업’으로도 해라
한국인들이 성을 잘 내는 이유 내 마음 속에 있는 ‘성난 어린이’
인생에선 때로 직관과 모험도 필요하다 광야로 나가 혼자 살아보기
가장 풍요로운 시대, 현대인들이 병이 많은 이유 당신은 24시간 햇볕 구경 하신 적 있나요?
자기 삶을 거스르고 다른 삶을 살아갈 때 세계적 심리학자도 암 앞에선 '멘붕'
달라이 라마 제자 175명 뇌 활동 측정해보니… 뇌 속 긍정회로, 어떻게 만들어지나
"내 머릿속 생각이 나의 미래가 된다" 과학이 증명하는 '신비한 뇌의 세계'
복권 당첨자들은 왜 '두달'밖에 행복하지 않나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 조사
팔다리 없이 태어나고도 세계 최고 ‘행복남’ 이유 우리들 불행은 ‘모자람’ 때문인가
세계 돌아다니며 되려 돈 저축하는 영국인 부부 1년은 고향서 살고, 1년은 세계 여행
30세 아들과 60세 어머니의 세계 배낭여행기 짧은 인생 속에서 새로움과 접하는 행복
사람을 젊게 만드는 사랑과 여행 삶의 배터리 충전하고 보호본능 살아난다
오래 사는 사람들은 평생 '이것'을 했다 운동으로 근육 강화되듯 취미로 뇌 강화된다
단순오락서 시작…자기계발에 돈도 벌고 봉사까지 은퇴후 내게 맞는 취미 고르기
처칠의 업적과 장수 비결은 ‘그림 그리기’ 관찰력, 기억력, 노화방지에 ‘대박’
아침을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작해보자 음악은 정신적 비아그라…치매 환자 기억도 되살려낸다
음악이 뇌기능을 활성화시켜 치매 막는다 소크라테스도 말년에 음악과 춤을 배웠다
유태인 철학: “잘 쉬고 신나게 논 뒤 일하기” 주말 하루 TV,전화, 차, 전기 없이 사는 삶 어떨까
공원-뒷산 흙길 걷고 별빛 보는 게으른 삶 아파트 벗어나 자연친화적 생활습관 기르기
미 국립노화연구소가 추천하는 노화방지운동 4가지 인삼·녹용보다 좋은 'NEAT' 운동도 아세요?
80대 법조원로, 사경까지 갔다가 회생 장수 노인들의 섭생 비결은?
“우리는 누구나 집에 오면 아버지가 된다” 난로에 불 피우고 그네 못박는...
당신이 죽었을 때 진정 슬퍼해줄 가족은? 가정이 당신에게 주는 의미
노래방 가서 젊은이 노래 어설프게 부르지 말라. 현명한 ‘My Way'로 세상 살기
피카소가 여성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돈이나 명성 때문이 아니다
히말라야·인도차이나서 만난 한국인 사촌들 수천년 흘러도 ‘원판’은 비슷해
배려의 역설, 남에게 잘하려면 나부터 챙겨라 당신의 배려심 테스트 5가지 질문
험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다리’가 된 적이 있나요? 연탄재처럼 뜨거웠던 적은?
고의로 남의 집 유리창 깨뜨리다 걸렸을 때 어린이 장난 이해해주고 감싸준 아저씨
어린이날 선생님께 받은 동화책 2권… 저널리스트 길로 이끌어준 박광자 선생님
부모 이혼 · 군대 왕따로 탈영하려고 했으나… 그저 내 말을 들어준 중대장 덕분에 포기
때로 말보다 침묵이 더 큰 감동을 준다 오바마 대통령의 51초 '침묵' 연설
대화의 달인이 되려면 네가지를 기억하라 청와대서 배운 ‘5분 경청’의 힘!
상대방에게 호감사려면 '이것' 유의하세요 어르신이 대화 중 기억해야 할 5가지
‘국민MC’ 유재석이 말하는 ‘소통 법칙’ 10가지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들어주는 사람이다”
IQ보다 EQ가 높아야 성공한다 기적의 CEO 리 아이아코카의 공감'철학
골프칠 때 처럼 힘빼고 학생들을 대하라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법
악마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IMF실패자의 체험고백 불바다 될 뻔한 용산역 식당촌이야기
법륜스님, 고문했던 기관원을 용서한 이유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뒤바꾸는 '공감'의 위대한 힘 내가 맛 본 인생 최고케잌
실패한 덕에 '노벨상' 탄 일본 의사 스토리 성공한 사람에게 인생은 마법과 같다
시인 기형도가 젊어서 죽게 된 사연은? 질투병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
한국은 질투심의 천국...그래서 불행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수련부터
가장 견디게 힘든 성공은 친한 친구의 성공 남자들도 질투하는 것 아시나요?
모든 부정적 감정의 수명은 90초 틱낫한·혜민스님의 ‘화’ 관리법
당신은 ‘루스벨트’ 인가 ‘맥아더’인가? 분노관리, 한국인 대부분 맥아더형
“왜 손해인 줄 아는데도 자꾸 화를 내죠?” 나이가 들수록 삶은 ‘회색빛’의 연속… ‘분노’도 관리해야
전쟁 영웅 스톡데일 장군의 ‘패러독스' “크리스마스 때까지 못나갑니다. 대비하세요…”
‘넌 할 수 있어’ 정신이 자칫 사람 잡습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막연한 ‘낙관주의’ 경계하세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딸 스테파니 공주에게 해준 말 “남자들은 너보다 ‘공주’를 더 사랑한단다"
누구의 아련한 뒷모습을 떠올릴 때 우린 행복해진다 ‘행복한 그리움’의 포로가 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피천득의 첫사랑 ‘아사코’ 기억하세요? 추억을 현실에 끌어들이지 마세요
하루를 정리하기 위한 5R 실천하세요 하루 '마지막 시간 관리'에서 승리하라!
“넘어져도 쓰레기통 곁에만 넘어지면 된다” 김진홍 목사의 넝마주의 근성과 야인정신
세상에서 가장 재수없던 사람이 미국 최고 대통령이 된 까닭은? 링컨 대통령의 ‘10전11기’ 인생
정상에 섰던 한국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한 이유 당신은 어떤 하산길을 택할 것인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겸손과 관용을 배웠어요” 정상에 서면 하산을 준비하라
히딩크도 처음엔 '오대빵(5대0) 감독' 인생의 마지막 승부..."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올림픽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역전패가 아니라 '역전승 주인공'이 되라
‘연애의 달인’이 말하는 데이트 성공비결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잘해 주세요”
이혼의 진짜 아픔은? “그 좋았던 추억은 다 사라지고 마지막 불쾌한 모습만 떠올라요”
어느 날 불쑥 찾아올 인생의 끝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내 인생의 라스트 씬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미슐랭 쉐프가 만든 랑콤 향수 '디저트' 생애 ‘최~고’ 디저트 먹어보니 식사도 ‘최고’로 기억
사람은 처음보다 마지막 기억에 좌우된다 "과거도 컴퓨터 파일 덮듯 바꿀 수 있다면 하시겠습니까?"
나이 60은 제2의 청년기, 70은 황금기 "전반기 인생이 별로라도 후반기 인생을 잘살면 성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