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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놀멍쉬멍

살면서 먹은 호텔 뷔페 중 ‘가성비’ 甲

따뜻한 대게에 1인 1 랍스터까지 준다고?

김혜인 기자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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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뷔페를 싫어한다. 뭐 하나 특출 나게 맛있는 것도 없고, 종류만 다양하지 기본 이하의 맛이 많다고 느낀다. 최근에 다녀온 남산을 바라보는 호텔의 뷔페도 놀멍쉬멍에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고 값어치를 못했다. 

그러나 아빠의 생신을 맞아 동생이 야심차게 좋은 곳을 찾아냈다고 이야기했다. 삼성동에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 파르나스몰 1층에 있는 ‘그랜드 키친’이다. 뷔페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갈비나 먹으러 가지 뭐 하러 떠다 먹고 날라야 하는 뷔페를 가는 것일까? 동생이 하도 극찬을 하길래 못이기는 척 삼성동으로 향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요식업도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더욱 심각했다. 평일이긴 했지만 뷔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휑한 광경이 펼쳐졌다. 썰렁했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데 음식이 제대로 나오기나 하겠어?’ 

이미 뷔페에 대한 불신이 많았던 터라 별 기대는 안하고 있었다. 서버가 등장하고 입장을 도우며 온도 측정을 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체온측정을 마쳐야만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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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먼저 도착한 상태라 안내된 자리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홀을 살펴보니 널찍하고 의자간 간격이 넓어서 식사하기 편한 배치였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민망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위치 좋고 땅값 비싼 곳에 사람이 이렇게 없으면 유지비가 나올까 싶을 정도였다.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일 점심에 다녀갔을 때 3팀만 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호텔이 이 정도로 파리를 날리고 있는데 자영업자나 작은 식당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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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갔더니 동생이 대게를 먹고 있었다. 대부분의 호텔 뷔페 대게들은 많이 못 먹게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보관이 편리해서인지 항상 차가운 얼음 소반에 담아 놓는다. 하지만 내 눈 앞에 대게는 김이 나고 있었다. 

“설마 뜨거워?", “대박이지..." 갑자기 메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대게를 뜨겁게 해놓다니! 뷔페에서 대게가 뜨겁게 보관되고 있는 걸 오랜만에 봐서 놀라웠다. 당장 짐을 내려놓고 음식 코너로 향했다.

입장하기 전까지도 투덜거리던 내 자신이 우스웠다. 따뜻한 고기류와 직접 썰어주는 회,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라멘과 우동까지. 게다가 눈앞에서 소고기 육전을 부쳐주며 따뜻한 떡갈비도 계속 채워져 있었다. 전복죽에는 전복이 가득했고, 튀김 코너에는 통통한 새우가 넘쳐났다. 아까 보았던 대게는 편백나무에 고이 담겨져서 찜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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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 전복죽, 갈비찜

 정신없이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사실 도착 전까지만 해도 뷔페보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숯불 닭갈비를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음식들을 보자마자 배가 엄청나게 고파졌다. 음식마다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 있었고, 시간이 조금 지난 음식은 새 음식으로 교체해주는 센스까지 있었다.

자리에 돌아와 동생을 칭찬했더니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갑자기 접시가 오더니 랍스터와 양갈비가 서빙됐다. “이게 뭐야?", “1인 1 양갈비와 랍스터야". 호들갑을 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69,000원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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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꽉꽉 찬 랍스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이 공사 중이었다. 아무래도 공사 중이라 유동인구가 적고, 코로나로 외식업이 많이 위축된 상태라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까지 고객들을 모으기 위한 행사였던 것. 심지어 주중, 주말, 런치, 디너 모두 69,000원에 가격까지 동일했다. 런치와 디너 가격 다르고, 주중과 주말 가격이 달랐던 그간 호텔 뷔페와는 차별점이었다.

감탄을 잠시 멈추고 랍스터를 먹기 시작했다. 꾸덕한 크림 소스와 아낌없이 뿌린 치즈를 얹은 랍스터는 진부하게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었다. 놀라움의 연발이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도 랍스터를 먹으려면 30,000원 가량을 줘야한다. 호치민의 5성급 호텔에서도 뷔페가 69,000원 가까이 하는데 이 정도 퀄리티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베트남 호텔 물가로 서울에서 즐기는 뷔페인 셈이다.

뷔페만으로도 69,000원의 값어치를 충분히 치렀다 생각했는데 1인당 랍스터와 양갈비까지 주니 올수록 이득인 곳이다. 살다 살다 내가 호텔 뷔페를 칭찬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직원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은 지인들 모두 데려오고 싶었다. 이 행사는 4월5일까지 진행된다. 앞으로도 쭉 해줬으면 좋겠지만, 끝이 있어야 아름다운 법. 기간 안에 몇 번 더 방문해서 배를 빵빵하게 불리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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