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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자부심과 자존감의 차이

아들러가 말하는 인간의 핵심적 삶의 에너지는?

윤종모 주교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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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pride)과 자존감(self-respect)은 보통 때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높은’ 자존감 혹은 ‘낮은’ 자존감 등의 형용사가 붙으면 뜻이 매우 달라진다.

자부심 혹은 자존심은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서 나오는 감정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좀 나으면 우쭐하는 우월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면 열등감이 생겨 위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좌우되는 감정이 아니다. 존중한다는 영어 단어인 ‘respect’는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뜻의 라틴어 ‘respectare’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은 우월감이나 열등감과는 상관이 없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자신을 온전히 존중하기 때문이다. 남보다 낫다고 우쭐대지도 않고, 남보다 못하다고 위축되지도 않는다.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도 그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가 잘났다고 하여 존중하지도 않고, 그가 못났다고 하여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우월감이나 열등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위에 늘 자기보다 강한 사람, 많이 아는 사람 들이 있어 열등감을 피할 수가 없고, 이 열등감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강하고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데, 아들러(Alfred Adler)는 이것을 ‘우월성의 추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월성의 추구야말로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삶의 에너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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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우월성의 추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가끔 손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말하곤 한다. 손자들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과의 행복한 감정을 말하려는 것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마치 자신들의 자식인양 같이 귀여워하고 즐거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같이 행복해하며 동참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불안해하며 함께 하지 못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좀처럼 인정하지도 않고 칭찬에 매우 인색하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대화가 즐겁고 편안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대화가 불편하고 늘 긴장하게 된다.

 

높은 자존감은 보통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 높은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랄 때 형성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다.

나이가 들어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것은 바른 명상을 수련하여 영성을 성장시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명상한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지만 꾸준히 명상하면 삶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확신한다. 명상 덕분에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게 되어 전보다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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