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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우울증을 명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윤종모 주교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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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유명 여배우가 호텔에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자살하기 불과 2,3일 전에 TV에서 새로 촬영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인터뷰를 했다. 그때만 해도 밝은 미소와 태도로 인터뷰를 해서 단 며칠 후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소속사는 “그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치료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상담자로서, 또 명상하는 사람으로서 우울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명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어떤 사람이 나에게 명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지 물은 적이 있어서 간단하게라도 우울증과 명상 치유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는 누구나 다 걸리게 마련이고 감기는 시간이 가면 다 낫는 병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면, 우울증은 누구나 다 걸릴 수 있고 시간이 가면 우울증은 저절로 나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우울증(depression)과 우울한 기분(blue mood)은 구별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끔은 우울한 기분에 빠질 때가 있다. 몹시 지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좌절에 빠지거나,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친한 누군가가 죽거나, 또 때로는 비오는 날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옛 연인을 생각할 때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이런 우울한 기분이 오래 지속되고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해지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감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마음의 병인 것이다.
우울증은 보통 슬픔, 고독, 비탄, 죄책감, 자책, 등의 부정적 정서에 빠져 있고 말도 느리고 지쳐 있으며 무기력하여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는 상태이다. 때로는 수면장애와 섭식장애가 있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우울증은 정상적인 우울(blue)과는 구별해야 한다.
우울증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중요한 점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상당수의 우울증 환자가 자살충동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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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유전적인 요소와 함께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에 그 뿌리가 있다. 부모에게 거부당한 경험, 비교, 무시, 비난, 폭력과 학대, 과잉 통제, 무관심, 반복되는 질책과 꾸중 등이다. 어릴 적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누적되면 우울증의 성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좌절과 갈등의 인간관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는 상대방에게 거부를 당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실직이나 퇴직, 경제적 어려움 등의 스트레스가 찾아올 때 이를 극복할 힘이 없다. 그래서 자살 충동을 느낀다.
 
그런데 자살충동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의 마지막 감정은 고독이다. 진정한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절망감, 자신의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실존적 공허감 등이 무서운 고독감을 가져오게 하고, 이 고독감이 자살충동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이다.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증세가 심각할 때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도 하고, 상담자나 심리치료사의 치료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치유는 명상에서 이루어진다. 지독한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내가 명상을 통하여 우울증에서 벗어난 경험으로 보면 그렇다.
나는 명상을 통해 자아초월 심리학자인 아싸지올리의 보다 높은 자아(higher-self)로 나의 정체성을 통합하고서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고독한 감정을 거리를 두고 탈동일화(disidentification)하여 바라보았다.
‘지금의 이 비관적인 감정과 고독감은 나의 본질이 아니다. 나의 순수한 의식의 표면에 흘러가고 있는 하나의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의 상처받은 어린 자아를 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이것이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난 방법이었다.
마음챙김으로 지금 나의 의식에 흐르고 있는 우울한 감정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우울한 감정을 토닥여주면, 우울한 감정이 여전히 자신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치명적인 고독감이나 극단적인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다.
그러나 명상으로 우울증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명상 테크닉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의 진지한 명상수행이 필요하다.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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