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명상하는 삶

4개월 미얀마서 돌아와 겪는 자가격리 시간

그 지겹던 곳이 다시 그리워지는 이 느낌

양희연 박사  2020-04-09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yhy.jpg
마하시 명상센터의 아침

 바이러스의 영향은 명상센터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존의 200여명에 이르던 승려들이 명상센터를 떠나 남아있는 승려는 10명도 채되지 않는다. 센터 현관에는 소독약이 비치되어 있어 들고나는 사람들 모두 이 소독액을 전신에 분사한다. 명상센터 내부의 사람은 현지인 조차도 외부출입이 전면 금지되었다. 현지인 조차도 명상실에 놓아둘 꽃을 사러 나가는 것도 이제는 허용이 되지 않는다. 미얀마 확진자가 서서히 늘어나자 정부에서 공항을 폐쇄하였고, 필자는 결국 대한항공 특별기로 귀국하였다. 

긴장감이 느껴지던 기내, 특별입국심사를 거친 후 집에 도착, 이후 코로나 19 검사 후 음성판정을 받고 이제는 본격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집안에서만 두문불출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행기로 6시간의 거리, 불과 며칠 사이에 나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분명 내 집인데, 집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그동안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던가. 마치 긴꿈을 꾼것 같다. 마치 달나라에 다녀온것 같다. 그 뜨거운 무더위도 없고 스치기만 해도 가렵게 하던 모기도 더이상 없다. 새벽 단체 명상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는 5시. 어김없이 노래하던 새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가슴이 아리며 그곳이 그립다. 

집에 앉아 가지고 온 물건을 정리하니 그곳에 많은 것을 두고 왔고, 또 그만큼 많은 것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건뿐 아니라 나의 마음이 그런 것 같다. 며칠간 가족을 비롯해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나눠본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느껴본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사람의 마음은 같다는 것을 확인해본다.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나의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던 미얀마 마하시 명상센터. 짧지 않은 그곳의 경험이 나의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칠것이다. 어찌 그곳을 잊을 수 있을까. 그곳의 바람과 햇살, 수많은 소리 그리고 사람들. 눈을 감으면 마치 아직도 그곳에 있는것처럼 모든것이 선하다.

그리움은 한켠에 놓아둔다.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함부로 보지 못하는 것처럼, 맘만 먹으면 조만간 갈 수 있는 곳일테지만, 그저 죽기전에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리고 숨과 함께 마음속으로 되뇐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고. 

이 순간의 숨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이곳에 현존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그곳에서 그동안 해오고 알게된 것 아니겠는가.

글ㅣ 양희연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을 위한 몸짓으로 NGO활동가를 하던 중에 요가와 명상을 만났다. 이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요가지도자로 활동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학 석사와 심신통합치유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교수로 재직했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경험을 하고자 교수직을 사임하고 위빠사나 수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한국명상학회 이사이며 '마음건강 길' 주관의 '1일 집중수련'을 진행한 바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
명상하는 삶
4개월 미얀마서 돌아와 겪는 자가격리 시간 그 지겹던 곳이 다시 그리워지는 이 느낌
미얀마 명상센터에도 엄습한 '코로나 공포' 지금이 바로 인내가 필요한 시기
미안마 명상센터에서 보는 한국 '코로나' 사태 지금은 측은지심을 가질 때
잊어버린 '기다림'을 다시 배우는 시간 미얀마 명상센터 50일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4) 나는 왜 미얀마로 와서 명상을 하는가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3) 묵언 · 집중 · 자애 속에서 위빠나사의 가르침을 얻는 법
마하시 명상센터에서의 하루 일과 (2) 새벽 3시 기상부터 밤 9시까지...빠듯한 하루의 움직임
마하시 명상 센터에서 ... (1) 인생 후반전을 위한 108일간의 수행을 떠나다
내가 120살 되는 2090년까지 '버킷 리스트' 만들어보기 미안마행 비행기 안에서
아침 눈을 뜨면서 하는 스트레칭과 명상 근육, 관절, 마음이 만나다
한 번쯤 작심하고 하던 일을 멈춰라 미얀마 108일 단기출가를 앞두고
파동명상 싱잉볼 떨림 소리가 몸으로 전해질 때
지금 이 순간의 경험과 온전히 접촉하세요
걷기 명상 걷는 동안 온 몸의 움직임을 느껴보기
죽음 명상 죽음을 잘 받아들여 삶을 잘 살 수 있는 법
추석 보름달 명상
소리 명상 주룩 주룩 빗소리에 집중하면 느끼게 되는 것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바른 방법
건포도 한 알로 '마음챙김 먹기'를 해보셔요
요가 수련의 본래 목적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연결해 큰 의식세계에서 살기
휴대폰이 먹통 되었던 몽골 여행의 소중함
숨을 잊고 숨을 쉬다
'명상 1일 집중수련' 지도 양희연 교수 칼럼 "호흡에 의식을 두면 마음 조절도 가능해진다"
'명상 1일 집중수련' 지도하는 양희연 교수 특별 기고 "소리 명상을 통해 심연으로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