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삶

건포도 한 알로 '마음챙김 먹기'를 해보셔요

양희연 교수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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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녀의 손에서 아이스크림 통이 비워진다. 한 통이 비자마자 옆에 있던 빵을 집어 들어 입에 넣기 시작한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다가 목구멍을 넘어 뱃속에 들어간다. 또 다시 아이스크림. 달고 차가운 감각에 입안이 얼얼하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목구멍을 넘어가는지 그 속도를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한 자리에 앉아 단 음식을 뱃속에 우겨넣으니 배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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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 정신이 들어 탁자를 보니 빈 아이스크림 통과 스틱이 10개는 족히 되고, 빵 봉지도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정신없이 밀어 넣은 탓에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없으나 남은 흔적을 보건데 이 양은 상당하다. 이것이 모두 그녀의 뱃속에 들어갔을까. 믿기 어렵지만 배의 통증을 보건데 그건 사실인 듯하다.

돌아보면 주기적으로 마음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폭풍 흡입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먹고 난 후면 스스로 놀라고 배의 통증으로 한 동안 고생을 한다. 그럼에도 그 습관은 일 주일에 한번 정도 반복된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먹었으니 단순한 배 통증을 넘어서 배앓이로 깊어진다. 그녀의 이런 습관은 어찌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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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지칭하는 음식(飮食). 그 음식은 생존에 필수적임과 동시에 미각을 중심으로 하는 감각을 만족시켜 심리적인 만족감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즉 육체 뿐 아니라 심리, 정신적인 면에 영향을 미친다.바꿔 말해 정신·심리적인 면이 음식 섭취에 영향을 준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것만이 아닌 심리적 헛헛함이나 공허감 또는 불안 등이 음식을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생존의 필요에 의해 배고파 먹는 음식은 필요한 음식을 적정량 먹는 반면, 마음의 어려움으로 인한 음식 섭취는 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너무 과도히 먹거나 아예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음식을 통한 마음챙김 훈련으로 MBSR 프로그램에서는 건포도를 이용한다. 건포도 한 알을 손바닥에 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한 알을 집어 들고 그것의 색깔(시각), 소리(청각), 냄새(후각), 촉각(피부)를 느껴보다가 입안에 넣어 맛을 음미(미각)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건포도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마치 난생처음 맛을 보는 것처럼 새롭게 만나게 되면 기존에 건포도를 좋아했건 좋아하지 않았건 그런 경험과 상관없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건포도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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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새롭게 만난 건포도 고유의 색, 감촉, 냄새, 맛과 접촉하면서 건포도의 일생을 돌아본다. 포도 모종에서 땅에 뿌리를 내려 한 송이의 포도송이로 영글어 가기까지 수많은 날의 햇살과 달빛, 별빛 그리고 바람과 흙, 농부의 땀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렇게 한 알의 건포도가 되었다. 그러한 경험을 거친 건포도를 입안에 넣고 맛을 음미한다. 으레 그러려니 여기고 있던 건포도와는 분명 다른 맛과 느낌으로 다가올 터. 그 건포도를 천천히 씹어 넘기며 건포도의 우주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 진리를 이렇게 한 알의 건포도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현대에 섭생의 문제는 다이어트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 펼쳐 있다. 살을 빼기 위해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식이조절을 하는 경우 그것이 극단적으로 몰아지거나 과도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부작용 없이 식이조절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챙김 먹기(Mindful Eating)가 제시되고 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앉아 보고 냄새 맡고 소리 들어보며 입안에 침이 고이는지 살피고 천천히 음식을 입에 넣어 그 맛을 음미하면서 가장 강한 맛 뒤에 숨어있는 맛까지 살피며 천천히 삼키고 삼킨 후 맛의 여운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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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통해 먹는 속도는 느려지고 정신없이 우겨넣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음식 섭취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음식의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점차적으로 선호하는 음식의 종류도 달라질 것이다. 앞서 보았던 그녀의 이야기에서 무엇이 그녀에게 단맛을 그토록 당겼는지를 알아차렸다면 단 음식의 폭풍흡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잠시 일어났더라도 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챙김은 단지 방석에 앉았을 때만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도 말하는 중에도 먹는 중에도 할 수 있는 삶속의 수련이다. 마음 챙겨 음식을 먹는 것으로 삶 속의 명상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글ㅣ 양희연
삶속의 대안, 대안적 삶을 살기위한 몸짓으로 NGO활동가를 하던 중에 요가와 명상을 만났다. 힘들고 암담했던 시기에 요가 덕분에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이를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자 요가심리학을 공부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요가통합치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총무이사, (사)한국명상학회 이사이며 ‘마음건강 길’의 ‘1일 집중수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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