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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삶

잊어버린 '기다림'을 다시 배우는 시간

미얀마 명상센터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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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사야도)에게 수행점검받는 인터뷰시간. 중국, 일본, 한국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어느 새 이곳 마하시 센터에 온지 50일이 지났다. 그동안 있었던 시간만큼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할지 사뭇 기대된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천천히 흐르는 곳,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이런저런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묵언이 기본이라 일반적인 사교는 기대할 수 없으나 그래도 오가는 사람들 속에 기억에 남거나 연락처를 주고받는 경우 종종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일상적이지 않은 내적 열망이 있음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분명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안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중국에 명상바람이 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단기간 체류자는 거의 돌아가고 출가 승려와 장기 명상가들만 남아있다. 거의 매일같이 찾아오던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한 달여 동안의 힘든 시간과 이후의 행복한 시간도 지나 지금은 그저 그런 상태. 더는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다양한 새소리, 개들의 독특한 하울링, 유난히 작고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고양이, 낙엽을 쓰는 비질 소리... 처음에는 호기심을 자극해 주의를 끌었는데 이제는 익숙한 모습, 익숙한 소리다. 주의를 온전히 자신의 내면에 기울일 때가 되었다는 신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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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 식당안에서는 스님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와서 기다림을 알아가고 있다. 아침 5시 30분과 10시에 이루어지는 하루 두 번의 식사 시간. 모두를 긴 줄의 한 부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식당 입장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리기 전까지 10분에서 20분까지 서서 기다린다. 일주일에 두 번 큰스님(사야도)에게 명상 진행 과정을 알리고 점검받는 인터뷰에 두 시간 넘게 기다린다.

필자가 수련하는 명상 홀은 미얀마 현지 여성 몇 분이 돌아가면서 관리한다. 마지막 명상 시간인 밤 8시 반까지 누군가 한 사람이 남아 우리를 지켜주고 기다려준다. 명상 홀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는 관리인이 식사하고 있으면 건물 밖에서 내내 앉아 기다린다. 설거지를 마치고 자신에게 주어질 음식을 기대할 터이지만 보채는 어떤 몸짓이나 소리도 없다.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잊히거나 필요 없는 일로 간주할 일이지만 영적 영역에서는 기다림이 전부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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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식사를 마치고 밥이 주어지기를 그저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수행의 규칙을 지키며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며 이곳에 있다. 그리고 명상 홀에 앉는다.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주의조절을 위한 준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배에 주의를 두고 기다린다. 마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후는 자각을 유지한 채로 내맡긴다.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았던 선물들이 햇살처럼 쏟아진다. 그 선물을 감사히 받는다.

한 시간의 걷기 명상과 한 시간의 정좌 명상을 번갈아 할 수 있는 몸의 준비와 혼자서 이루려는 마음보다 주위와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 때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지혜가 계발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에고(ego)를 내려놓고 기다린다. 내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내가 하는 수행인 것 같다.

글ㅣ 양희연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을 위한 몸짓으로 NGO활동가를 하던 중에 요가와 명상을 만났다. 이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요가지도자로 활동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학 석사와 심신통합치유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교수로 재직했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경험을 하고자 교수직을 사임하고 위빠사나 수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한국명상학회 이사이며 '마음건강 길' 주관의 '1일 집중수련'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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