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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삶

지금 이 순간의 경험과 온전히 접촉하세요

양희연 교수  |  편집 김혜인 기자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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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워크숍에 참석 중에 조금은 넉넉한 식사 시간이 주어져 혼자 산책을 하려고 길을 나섰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 옷깃을 여미며 걷다가 따뜻한 카모마일 차 한 잔이 생각나 카페에 들어갔다.

차 한잔과 함께 워크숍 중에 접한 새로운 정보를 마음속으로 정리하면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카페 문을 나섰다. 순간, 왔던 길이 어디였는지 돌아갈 방향이 어딘지 떠오르지 않는다. 망연자실, 머리가 하얗다.

그곳은 워크숍 참석차 그녀가 처음 간 곳이고 익숙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그녀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인데 이렇게 새롭다니! 도시 한 복판에서 길을 잃게 될 판이다. 그러던 즈음 길 건너편에 같은 워크숍 참석자 몇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들을 따라간다.

길을 자주 잃다 보니 그녀는 혼자 어디를 간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마트에 주차해 놓고도 어쩌다가 주차장 기둥의 사진이라도 찍어놓지 않으면 몇 층에 주차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운전하면서 왔던 길을 돌아갈 때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막막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녀에게 길을 잃는 일은 일상이 돼버렸으며 그로 인해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일상은 오감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내수용 감각을 통해서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면서 진행된다. 이 외부와 내부 감각이 건강하게 작용하면 순간 순간의 경험과 충분히 접촉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상태를 바로 그라운딩이 확립되었다고 하며, 비유하자면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탄탄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떠도는 생각을 비롯한 방해 요인이 지금 이 순간에 제대로 접촉하지 못하게 할 때 경험이 온전해지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상태를 흔히 해리(dissociation)라고 표현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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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 때나,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할 때도 다른 생각을 하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새로운 활동인 것처럼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움직이는 것.

길을 걸을 때, 내 몸이 어디를 향하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곳이 내가 갈 곳임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있는 그곳을 아는 일이자, 나를 아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앞서 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필자의 내담자 사례로, 길을 잃는 것이 두려워 혼자서는 거의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몸의 감각이 주는 경험에 머무르기보다는 부유하는 생각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익숙한 경우인 것이다. 내 몸과 내 공간이라는 컨테이너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그 안에서 접촉하며 행동해보라. 그러면 경험이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글ㅣ 양희연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을 위한 몸짓으로 NGO활동가를 하던 중에 요가와 명상을 만났다. 이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요가지도자로 활동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학 석사와 심신통합치유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교수로 재직했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경험을 하고자 교수직을 사임하고 위빠사나 수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얀마 양곤의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한국명상학회 이사이며 '마음건강 길' 주관의 '1일 집중수련'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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