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삶

휴대폰이 먹통 되었던 몽골 여행의 소중함

글·사진 양희연 교수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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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리던 시간인가. 적지 않게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일을 떠나 순수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던가 싶으리만치 그녀는 여행 경험이 거의 없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던 차, 취미로 즐기는 승마 모임에서 몽골에 간다는 소식을 몇 달 전에 접하고는 일은 다 잊고 떠나자며 용기를 내 신청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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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일을 떠나 대륙의 힘을 느껴보자고 마음먹고 떠난다. 그럼에도 가족과의 연락을 비롯해 두고 온 일들이 수북해서 연락두절은 상상도 못할 일.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된다는 말을 믿으며 징기스칸 국제공항에서 숙소까지 3시간의 여정을 통신두절 상태에서 잘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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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펼쳐지는 몽골초원, 선명한 하늘의 구름, 이리저리 눈을 돌릴 때마다 양, , 염소, 말떼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풍광이 펼쳐진다. 쾌청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느끼다가 어느 틈에 손이 스마트 폰에 가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러고 보니 인천공항 이륙부터 지금까지 거의 7시간동안 통신두절 상태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손이 떨리며 숨이 얕아지는 듯하다. 갑자기 잊고 있던 일이 떠오르니 손이 더 떨린다. 조금만 더 있으면 숙소에 도착할 테니 그때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며 그녀는 스스로를 달랜다.

기다리던 숙소에 도착. 하지만 고대하던 공유기는 어디에도 없어 보이는 몽골 전통 주택인 게르(GER) 앞에 서니 망연자실하다. 그녀보다 며칠 일찍 도착해있던 한국인 여행자를 통해 와이파이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이제 어쩌나...' 하는 생각이 올라옴을 알아차린다. 가족에게 도착 소식도 알려야 하고, 미처 연락을 하지 못하고 온 일도 계속 떠오르고 내일 날씨를 비롯한 몽골의 환경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하고, 지도검색을 해서 지금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도 알고 싶은데 그 모든 것이 와이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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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동안 마음이 분주히 움직이며 불안하다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한 순간 생각을 내려놓는다. 가족들도 잘 도착한 것으로 여기고 있을 테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급한 일이라고 여겼던 것도 다시 생각해보니 며칠 후에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일이였다. 날씨? 이곳 날씨는 워낙 변화무쌍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지도검색도 여행을 마친 후에 해도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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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일에서 떠나 있으니 다른 일들이 떠오르는 것인 것인가.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을 얼마동안 큰 일처럼 여긴 것 같았다.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고자 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이 여행을 선택한 초심(初心)을 떠올린다. 일과 역할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을 보내리라 마음먹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것 느낌이 든다. 그 후로 그녀의 스마트 폰은 카메라 역할을 충실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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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디지털 문명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바빠진 것 같다는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효율성이 올라가면서 전보다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느라 더 바빠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에게 멀티태스킹은 너무도 익숙한 일이 되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일을 빠르게 하는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실수가 잦아지고 깊은 체험이 부족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경험 속에서 알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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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윤리 중에 브라흐마짜리야(Bramacharya)라는 것이 있다. 흔히 금욕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단순히 욕망을 금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허튼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본연의 의미와 더욱 가깝다. 지금 자신이 있는 그 곳에서 주어진 일을 마음모아 충실히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금욕인 것이다. 마음의 분주함에 끌려 가지 않고 분주함의 플러그를 뽑아보라. 그러면 정작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생긴 여백으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라.

글·사진ㅣ 양희연
삶속의 대안, 대안적 삶을 살기위한 몸짓으로 NGO활동가를 하던 중에 요가와 명상을 만났다. 힘들고 암담했던 시기에 요가 덕분에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이를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자 요가심리학을 공부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요가통합치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요가학회 총무이사, (사)한국명상학회 이사이며 ‘마음건강 길’의 ‘1일 집중수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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