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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한 달 살기

6우붓 토박이와 함께 한 원데이 투어 (2)

논 옆 오두막 식당에 앉으니 오감각이 살아나

명지예 기자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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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라이스테라스에는 관광객이 매우 많았다.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라 근처의 상점이나 카페가 모두 관광 상품화 되어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기에는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라이스테라스가 크고 특이했지만 별 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덥다’, ‘목말라이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결국 그곳에서는 채 20분도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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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라이스테라스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각종 상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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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까지 '강남스타일' 카페가 들어설 정도라니, 한국인 관광객도 꽤 많이 오나보다 싶었다.

우리는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이뇨만은 잔잔한 식당이 근처에 있다며 길을 알려주었다. 식당 입구를 손쉽게 찾아서 바로 들어갔다. 맙소사, 나는 라이스테라스를 봤을 때보다 훨씬 놀라고 말았다. 그 식당은 식당인지 논인지 밭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과 하나가 된 곳이었다.

넓은 논 중간중간 오두막이 지어져있고, 오두막마다 테이블이 두어 개 있었다. 논두렁을 따라 한 오두막에 자리를 잡자 미소를 띤 종업원들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메뉴는 여느 식당들과 비슷했지만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드넓은 벌판에서 숨을 돌릴 수 있었으므로 가격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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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이 있는 오두막보다 논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원한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혔다. 덥고 놀란 마음이 진정되어 오두막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조용했고 나는 내 눈, , 코가 느끼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라이스테라스에서는 보이지 않던 진초록 풀잎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발리의 충분한 햇살을 먹고 자라서인지 모든 식물이 선명한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도마뱀 울음소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멀리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바람을 타고 고소한 밥 냄새와 커피 향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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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테이블과 멀찍이 떨어져 있다 보니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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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주스를 마시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이곳에서는 진동벨 대신 나무로 만든 장난감으로 종업원을 불렀다.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깊게 쉬었다. 라이스테라스에서 실망했던 마음이 그새 위로 받은 느낌이었다. 마음속이 꽉 들어차 벅찬 기분이 들었다. “, 행복하다."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행복한 마음으로 먹으니 흔한 음식도 유독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뇨만에게 다음 장소로 가기 전에 라이스테라스에 다시 한 번 들르자고 제안했다. 라이스테라스도 평온한 마음으로 보면 달리 보일 것 같아서였다. 이뇨만도 내 의도를 눈치 챘는지 이유도 묻지 않고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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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테라스와 맞닿은 하늘까지도 그림 같았다.

라이스테라스를 두 번째로 마주할 때는 계단식 논의 층층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곳곳에 서 있는 야자수도, 밀짚모자를 쓰고 수레를 미는 농부도, 밟혀서 누워있는 잡초도 모두 평화로워보였다. 많이 들어서 감동도 없던 세상은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진다"는 명언에 공감한 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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