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실에서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한 발 물러서 기다리면 된다

장정희 마음치유전문가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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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쓰는 제게 감당 못할(?) 자유 시간이 느닷없이 쏟아졌어요. 한여름 더위 탓에 8월의 심리상담센터는 한가한 편인데, 지난 주에는 그나마 상담 예약을 잡은 분도 취소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집안에 상(喪)이 있어서, 또 어떤 분은 가족 피정 때문에, 또 다른 분은 휴가를 떠나느라 예약된 상담을 취소했는데요, 덕분에 저는 반강제적(?) 휴가를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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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뚫고 선뜻 나서기도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고 집에서만 뒹굴뒹굴 하자니 슬그머니 약이 올랐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했지요. 갑자기 인근 백화점 지하에서 먹었던 고수 듬뿍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어졌어요. 백화점에 가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이니 겸사 겸사 ‘백캉스’ 휴가를 가기로 정했습니다.
토요일에다 폭염이다 보니 꽤 많은 인파가 이미 백캉스를 즐기고 있었어요. 특별히 살 것은 없지만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이 옷 저 옷 입어 보고 신발도 신어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급한 시장기에 이끌려 쌀국수를 먹었어요. 더위도 식혔고 배도 부르니 이젠 집에 가야겠다고 백화점 현관으로 나왔는데 아뿔싸~.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상인은 재빨리 우산을 매대에서 팔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라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 때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죠. "지나가는 비야~. 저 구름 봐. 금방 걷히겠어~"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뒤로 물러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안정을 찾는 거예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같은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게 통했나요? 이내 비가 멎었습니다. 2만 원씩 되는 우산을 살 필요도, 비를 맞으며 머리와 옷을 적실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저 한 발 물러서서 그치기만을 바라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삶에 어려운 일이 닥쳐도 너무 무서워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내리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듯 조금 물러나 바라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요. 그치지 않는 비는 없잖아요.
글ㅣ 장정희
‘마음 아픈 이의 친구’로 불리고 싶어 하는 심리상담사(코칭상담 박사과정)이자 시인, 수필가.
맘 통합심리상담센터장으로서의 꿈은 마음 아픈 이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생애 절정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18년 말 현재 우울증, ADHD, 공황장애, 강박증, 분노조절장애 등 4100시간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교육기업 ‘백미인’ 온라인 강좌 강사, 월간헬스조선 마음상담소 상담위원을 지냈으며, 강원도인재개발원, 엑셈, 한국투자공사, 레인보우앤네이처코리아, 성북구보건소 등에서 강의와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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