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실에서

아이 때 놀지 못한 것도 큰 상처가 됩니다

아기 때는 젖 주면 좋아하고 아하
아이 때는 노는 걸 좋아하고~

철이 들어 친구도 알게 되고 아하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며~

어릴 때는 엄마가 필요하고 아하
커 가면서 애인도 필요하고~

최혜영이라는 가수가 부른 '그것은 인생'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이 가사와 관련해 떠오르는 사례가 있습니다.

직장인 A씨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알코올이 문제가 돼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딸 아이를 두고 집을 나와버렸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어릴 때 술 주정을 일삼았고, 집까지 나간 엄마에 대한 원망이 공격으로 이어져, 엄마를 만나면 욕설이나 폭행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지 말아야 했어요. ㅠㅠ" 딸 아이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이 딸에게 한 모든 행동(술 주정 등)을 후회하며 자책할 때마다 A씨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술의 양이 늘어나고 중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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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어린 시절 또한 아버지의 술 주정으로, 그런 아버지와 이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점철됐습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행복했던 기억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어요?"라고 묻자 "놀지 못한 거요~"라고 답했습니다. 거의 매일 술 심부름을 하고, 취미인 수석을 모으느라 자신을 데리고 산을 다니는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했다는 겁니다. 수석을 캐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돌로 쳐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의 감정이 컸다고 합니다.

상담 중에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얼마나 놀고 싶었는데요. 놀지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게 무슨 이유가 되느냐고 하지만, 어릴 때는 놀지 못하는 게 상처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 때는 노는 게 전부이거든요.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각 발달 단계마다 필요가 다르고, 그 필요가 채워지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자라지 못한 결핍으로 남게 됩니다.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노는 게 좋을 나이가 있고, 부모 형제보다 친구가 좋은 시기가 있습니다.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를 돌아서듯 떠나서 사랑하는 연인의 편을 들 때도 있고, 자식보다 친구가 그리고 자기의 삶이 더 소중해질 때도 있습니다. 삶에 대한 집착으로 건강이 전부가 돼 건강식품을 배부르게 먹고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만 마음을 쓸 때도 있습니다.

누가 어떻다고 단순히 문제 삼을 게 아닙니다. 그냥 발달 단계의 필요와 결핍이 어우러진 감정의 얼룩이 나타났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실컷 놀게 해 줘야 합니다. 아이 때는 말이죠.

글ㅣ 장정희
‘마음 아픈 이의 친구’로 불리고 싶어 하는 심리상담사(코칭상담 박사과정)이자 시인, 수필가.
맘 통합심리상담센터장으로서의 꿈은 마음 아픈 이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생애 절정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18년 말 현재 우울증, ADHD, 공황장애, 강박증, 분노조절장애 등 4100시간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교육기업 ‘백미인’ 온라인 강좌 강사, 월간헬스조선 마음상담소 상담위원을 지냈으며, 강원도인재개발원, 엑셈, 한국투자공사, 레인보우앤네이처코리아, 성북구보건소 등에서 강의와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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