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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물 탐구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②

측근의 권력 남용으로 도래한 '암(暗)'의 시대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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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 차에 접어든 20011월 초, DJ는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비쳤다. 20006월 북한방문,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기세등등하던 시절이었다.

1월 말 안정남 국세청장이 중앙언론사 23개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했다. 소위 언론개혁의 실행이었다바야흐로 DJ 정권과 언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정확히는 조··동 등 3개 보수신문사를 겨냥한 것이다. 국세청·검찰·공정위가 총동원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개혁을 내세웠지만 방법은 옛날 그대로였다. 신문사 간부들에 대한 도청과 유언비어, 협박이 노골화됐다회유작전도 병행했다. 청와대와 국세청은 전형적인 ‘Whisky &Cash’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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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도 기업인 이상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언론사의 정권 협조를 위해 칼날을 겨눴고 DJ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4년 반 만에 귀국해보니 한국 권부(權府)권력에 만취된느낌을 받았다. 청와대, 여당, 검찰, 국정원, 기무사, 경찰 간부 등 이른바 정권 실세들이 유착해 얽히고 설켜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민간 사업가들과 조폭이 가세해 각종 게이트를 양산했다. 이용호·정현준·진승현·최규선 게이트 등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지역주의(Regionalism)’가 도사리고 있었다. 건국 후 처음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차별받던 지역 인맥들이 뭉쳐 온갖 특혜와 이권에 개입하고 있었는데, 과거 영남 정권 시절 못지 않았다.

설상가상 그 지역마저 더 균열되고 있었다. 호남 인맥이 전남·전북으로 갈리고, 전남은 광주·목포로, 광주는 다시 특정 고교들끼리 갈등을 겪는 소지역주의의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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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DJ 2남 김홍업(왼쪽), 3남 홍걸씨가 각종 게이트로 구속되는 모습.

심지어 정권과 언론 간 전쟁이 한창일 때 현직 국정원 간부들이 동료의 비리를 제보하려고 내가 몸담은 신문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DJ 정권 초기 잘나가던 전남 인맥이 전북 출신에게 밀리면서 반기를 든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이렇게 되다니

결국 집권 5년차(2002)에는 DJ2, 3남마저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DJ정권의 전반기가 명()이라면 후반기는 명백한 암()의 시대였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올해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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