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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물 탐구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①

97 외환위기 때 발휘된 DJ 리더십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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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18일 제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이 당선됐다. ‘외환 위기가 절정인 상황에서 무엇보다 세계 여론의 반응이 궁금했다

홍콩 특파원이던 나는 아침 일찍 완차이(灣仔) 사무실로 나갔다. 수북이 쌓인 신문 중에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펼쳐들었다. 순간 한국에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통돈 커크 기자는 남아공 넬슨 만델라의 당선에 버금가는 쾌거"라며 극찬했다. 나는 안도했다. 다른 언론들도 호의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이자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황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상 최고인 미화 5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지만 기업 도산은 가속화되고 외환· 증권시장은 붕괴 직전이었다그러나 우방인 미국과 일본은 철저히 방관했다. 김영삼 정권 말기 한·미 관계는 심각했다. 외국 언론들은 라틴 아메리카식의 국가부도(디폴트) 사태를 예견했다. 한국의 국가 신인도는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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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미국을 공식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미셸 캉드쉬(사진 왼쪽) IMF 총재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김 대통령은 두 기관 총재에게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인기 영합보다 정공법 택한 DJ

이런 상황 속에서 국제 여론이 DJ(김대중) 당선을 반겼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했다. DJ는 당선되자 마자 기민하게 움직였다. 당초 “IMF 재협상" 우려와 달리 외환위기는 우리 탓"이라며 책임을 인정했다. 사실상 면접 심사 차 온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에게 “IMF 구제조건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외신은 환영했다. 심지어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 언제 파산할지 모르겠다"DJ의 실수성 발언에도 한국이 드디어 진실을 말한다"며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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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통령기록관)

마침내 꿈쩍 않던 미국이 움직였다. 12250(미국 시간 24일 오전 11), 서방 13개국이 우선 연말까지 받아야 할 빚(단기채무)을 이듬해로 연기해주고, 추가로 100억 달러를 조기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린턴 정부가 한국에 주는 성탄절 선물이었다. 한국 경제의 수직 낙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IMF 후폭풍이 본격화되면서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실직자가 쏟아져 나왔고 서울역 등지에 노숙자들이 넘쳐났다. 곧 노사갈등이 전쟁처럼 불거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DJ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고 현대·삼성그룹의 일부도 쪼개졌으며, 부실 금융기관 정리가 무자비하게 진행됐다.

사실 국민들은 승승장구하던 우리 경제의 몰락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DJ는 인기 영합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과 애국심을 호소했다. 국민들은 감내했다압권은 나라를 살립시다, 금을 모읍시다라며 전개된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한국은 당초보다 3년 앞당긴 20018, IMF를 졸업했다.

돌이켜 보면 6·25 이후 최대 국난(國亂)이던 위험천만한 시기에 DJ의 리더십은 탁월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국민에게 끌려가지 않고, 국민을 끌고 갔다는 점이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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