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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물 탐구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③

우리 마음 속의 폭력성..."김태촌과 공범 관계"

함영준  |  편집 하용희 기자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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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스마트한 사회, 속은 왜 더 난폭한가?

그러나 범죄는 조폭 같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서진 룸살롱 사건 보도 때도 그랬다. 당시 사건의 상당 부분을 내가 취재했지만 다음 날 출근해보니, 공功은 당직 데스크의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내 취재기는 그의 무용담으로 둔갑했다. 

신문사는 오랜 만에 대형 특종을 잡은 것을 기뻐해 그날 야간 데스크와 외근 기자 등 3명에게 1급 특종상은 물론 봉급 1년 승급 결정을 내렸다. 실제 취재를 주도한 나는 제외된 채 말이다. 

나는 선배의 그 뻔뻔한 행각에 하소연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만 했다.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고 일류 직장을 다니면서 후배의 공을 가로채다니…. 그는 몇 년 뒤 신문사를 떠났고 나중에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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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태촌의 폭력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폭력성은 간과하고 있다. 남을 힘으로 제압하고, 군림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싶어 하는 그 욕망 말이다. 김태촌이 눈에 보이는 주먹으로 폭력성을 나타냈다면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폭력성을 나타낸다. 무심코 툭 던진 말 한마디, 쌀쌀맞은 문자 메시지, 비난의 댓글, 차가운 눈빛, 퉁명스러운 표정, 배려 없는 생각의 편린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으며, 반대로 그런 공격에 엄청난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다.

지금 21세기 사회는 겉으로는 스마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난폭해졌다. 날로 심화되는 왕따, 막말, 사이버 폭력, 성도착증, 나아가 ‘묻지마 살인’과 무차별 테러 등….또한 폭력성은 남을 넘어서 바로 자신을 향한 자해自害 행위로 변형된다. 천륜을 어기는 존속살인극, 가족과의 동반자살 등은 결국 자기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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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 출처 : 조선일보

1957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21세기 관점에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무심하게 받아들이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한다. 그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아랍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사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자신을 증오해주길 희망한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뫼르소 같은 이는 패륜아요 ‘정신이상자(사이코)’로 문자 그대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 이런 이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관용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21세기에, 이처럼 폭력이 더욱 흉포화 혹은 내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정치나 경제, 이념, 시스템 등 외부 탓으로 돌리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발전된 인권 및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 폭력적 상황의 상당 부분은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폭력성에서 비롯된다. 김태촌이 일상화된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평생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이, 우리도 마음의 폭력성을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거리낌 없이 발산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폭력을 비판하고 분노하지만 어느새 폭력을 배우고 따라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김태촌과 공범관계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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