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명상·요가 성지를 가다

2‘히피들의 천국’이었던 리시케시의 첫날 밤

글·사진 함영준  |  편집 서동욱 기자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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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마음이 좋았고, 내가 좋았고, 온 세상이 좋았다.

 인도인들이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곳

리시케시는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소도시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 방면으로 자동차로 6~7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 시 한복판에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된 갠지스강이 흐른다. 히말라야산맥을 등반하기 위한 요지 가운데 한 곳이며, 강가에서는 래프팅도 한다.

갠지스강을 따라 사원과 요가 수련장이 많다. 예로부터 힌두교의 수행자들이 많이 찾는 성지(聖地)이다. 특히 요가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의 인도 여행을 책임져 줄 안내인 라지에 따르면 인도에서 은퇴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 머물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쓰기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도 마지막 삶의 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인도 부자들이나 돈 많은 외국인들의 세컨드 하우스나 별장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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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비틀즈가 머물러 더 유명해져

이곳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67년 비틀즈가 방문하면서였다. 당시 비틀즈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격무와 유명세에 단원들의 심신이 지쳐 있었고, 특히 약물 중독에 찌들어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찾게 돼 단원들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수개월 머물면서 요가와 명상 수업을 받으면서 피폐된 심신을 재충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비틀즈의 후기 노래에는 ‘Let it be(내버려 둬)’처럼 힌두교와 불교의 전통적 수행 사상이 포함돼 있다.

오후 3시가 넘어 이곳에 도착했다. 오전 6시 반에 뉴델리에서 출발, 중간에 점심과 휴식으로 쉰 시간을 제외하면 차로만 거의 7시간이 걸렸다. 차창에 비친 시내에는 사원과 아쉬람(ashram·수행자들이 모여 사는 곳), 요가 교습소, 게스트하우스 등이 즐비하게 있었다. 우리가 가는 곳도 아쉬람인데 인도 사람들이 가는 곳 중에서는 그냥 돈 없이 와서 먹고 잘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안내인 라지의 말을 들어서인지 이곳은 관광 도시인데도 매우 차분했고, 유흥업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표정도 뉴델리와는 다르게 순박하고 평화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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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체인망의 요가수련 숙박업소

우리가 머무는 곳은 요가 니케탄 아쉬람, 리시케시(Yoga Niketan Ashram, Rishikesh)'이었다. 전국적으로 체인망이 형성된 요가수련 숙박업소다. 갠지스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방갈로 형태로 세워져 전세계에서 오는 순례객들이 수백명씩 머물 수 있는 곳이다. 단지 중앙에 명상홀과 요가홀, 도서관 등이 있으며 실력 있는 요가 마스터나 힌두 사상 철학자, 명상 고수들이 매일 투숙객을 상대로 강의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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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a Niketan Ashram 위치 / Google maps

버스에서 내려 보안경비가 철저한 대문을 통과해 구내를 돌아다녀 보니 빼어난 경관과 잘 꾸며진 정원 등 평화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날씨는 우리나라 10월 가을 날씨같이 시원했다. 보통 섭씨 9~23도 사이를 오간다고 한다. 곳곳에 침묵 유지(Keep Silence)'란 표어가 보였다.

숙소는 대부분 2층 방갈로식으로 한 동에 4~6개 객실이 있다. 21실로 배정받은 방을 들어가 보니 안에는 침대와 책상, 걸상, 벽장과 화장실만이 있는 소박한 곳이었다. 호텔로 생각해선 안된다. 이곳은 요가와 명상을 수행하는 신성한 수행처다. 세면도구와 화장지, 수건 등은 모두 각자 가져와야 한다. 다만 요즘 저녁 날씨가 쌀쌀해 각자 전기 장판 하나씩이 지급된다.

 

아쉬람(수행처)에서의 하루 일과

안내 사무소에 비치된 아쉬람의 공식적인 하루 일정표는 다음과 같다.

 

시간

내용

아침

05:15

기상 타종

05:30 ~ 06:30

아침 명상

06:45 ~ 08: 15

아침 요가 *07:30 - 하반(Fire Ritual·불 제례의식)

08:30

아침 식사

10:30 ~ 12:00

도서관

오후

12:00

점심

13:00 ~ 15:00

도서관

15:15 ~ 16:00

(요가,명상,인도철학에 대한Q&A)

16:00

오후 차(Evening Tea)

16:30 ~ 17:45

오후 요가

저녁

18:00 ~ 19:00

저녁 명상

19:30

저녁 식사

20:00 ~ 21:00

음악


벌써 저녁 시간이 됐다
. 나는 이틀간 기내식을 포함해 삼시세끼를 꼬박 먹은 관계로 금식하기로 했다. 배가 부르면 다이어트에도 그렇지만 명상이 잘 안된다. 공복시에 명상과 요가가 잘된다.

 

구름에 휩싸인 보름달에서 느껴지는 영적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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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넘은 시각에 주변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아쉬람 경내를 걸어다녔다. 정원 끝 전망대에서 주변을 관찰해보니 빠르게 지나가는 갠지스강을 가운데 두고 강 이쪽과 저쪽에 휘황한 불빛이 보였다.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분위기는 차분했다.

바람이 세차기 불었다. 춥지는 않았지만 길거리 낙엽을 춤추게 하는 한국의 시월 가을바람 같았다. , 마침 보름달 전날밤이었다. 하늘에 구름이 많은 탓인지 휘영청 둥근 달이 구름 사이를 뚫고 얼굴을 잠깐 내밀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지난 수천년 영적 순례자들의 동네라서 그런지 웬지 달빛에서도 영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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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자잘한 근심 걱정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걸으면서 조용히 마음챙김을 해보니 내 마음 속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그냥 마음이 내려앉고 그 텅빈 공간에 평화와 작은 행복감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일부러 그런 생각이나 감정을 유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연스런 마음의 변화다. 사실 서울 돌아가면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남아 있어도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명상에서 오는 평정심이 그냥 걷고 있는데도 이미 내게 와 있었다. 신기했다.

, 이래서 인도 사람들이 리시케시를 찾는구나

스티브 잡스도 1970년대 젊은 시절,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 인도 순례길에 올랐고 이곳도 찾았다. 이후 그는 돌아가서 선불교에 심취하고 명상 수행자가 됐다. 1960~70년대 이곳은 히피들의 천국이기도 했다. 경내 주변에서 홀로 산책하고 명상을 즐기는 서양인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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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잠자리에 들었다.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그런데도 마음이 평화로웠고 기분이 좋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냥 내 상태가 좋았고 내 마음이 좋았고 내가 좋았다.

리시케시로 온 것도 좋았고 다 좋았다. 온 세상이 말이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소변을 보느라 잠시 깼지만 비몽사몽 중인데도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 충만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리시케시 첫날 밤이 지나갔다. <계속>

글·사진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올해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 등이 있다.
인도 명상·요가 성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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