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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걷기 명상

걷기 명상의 7요소 (2) 자세

걷기 자세가 올바르면 정신에도 도움이 된다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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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시리즈로 나눠서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이 좋다.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평소에는 늦게까지 잠을 자던 아이가 어느 날 새벽에 밖으로 나갔다. 걷고 온다고 하여 기특하게 생각했는데 포켓 몬스터를 쫓아서 하루 종일 걷고 오겠다고 한 것이었다. 반가워 해야 할지 말아야 말지...
심리학과에서 우울증 개선을 위한 행동 앱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있는데, 그 앱의 목표는 환자로 하여금 밖으로 나가 많은 시간 활동을 하는 행동 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심리학과 연구원은 포켓 몬스터를 쫓아 나가는 아이를 보고 도대체 무엇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켰는지 궁금해 했다. 우울증 환자도 저렇게 자발적으로 밖으로 나가 걷게 만들 수 있다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대단한 앱을 개발하게 되니까 말이다. 
 
일단 걷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걸어서 얻는 이득이 훨씬 더 많기에 단지 걷는 행동만으로 만족할 일은 아니다. 어떤 자세로 걸을지, 어떤 마음으로 걸을지 생각해보고 걷는다면 걸어서 얻는 이득이 더 늘어난다. 그게 곧 걷기 명상에서 원하는 걷기의 모습이며, 심지어 우울증 등 여러 질병을 고쳐나가는 건강 걷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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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걷기 자세
올바른 걷기 자세란 중심을 흐트러 뜨리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룬 걸음걸이를 말한다.
- 시선은 전방 10~15미터 정도에 두고, 자연스럽게 약간 아래(걸어가는 길)를 주시한다.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된다.
- 걷기에 충실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이어폰 등으로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주위 환경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턱과 어깨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편안하게 한다. 이완을 느끼기 위해서 이 부위가 이완되어 있는지를 틈틈이 확인한다.
- 가슴은 넓게 편 채로 걷기 시작한다.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오그라 들기 때문에 가끔 가슴을 강제적으로 펴준다.
- 호흡은 자연스럽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것이 가장 편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작정하고 명상을 함께 할 때는 코로 들이마시고, 코로 내쉬면서 호흡과 발걸음의 리듬을 맞춘다.
 - 복부, 하복부에는 가끔씩 힘을 준다. 걸으면서 복식호흡을 해 보는 것도 좋은데,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사이에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느껴 보고, 특히 내쉴 때 배가 들어가는 것에 잠시 힘을 주어 본다.
 - 팔은 자유롭게 해야 자세가 올바르게 유지준다. 팔을 움직이지 않고 걷다 보면 혈액이 손바닥 끝으로 흘러서 붓거나 저릴 때가 있다. 걸을 때도 적당히 움직여 주지만 증상이 있으면 팔을 높이 들어 혈액이 손끝에 몰리지 않도록 한다.
 - 걸으면서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평지라도 적극적으로 스틱을 활용한다. 
- 발바닥, 종아리, 무릎, 허벅지, 고관절, 허리, 목까지 연결되는 선에서 편안함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걷다보면 이 축이 경직되기 때문에 반복적인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 발바닥 착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뒤꿈치부터 시작하여 발바닥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가락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데, 이를 위해 보조 운동화를 신기도 한다.
이렇게 걷는 행위에 충실하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세에 올바른 정신"이 머무르듯 정신에도 도움이 되는 걷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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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찰자의 자세와 철학자의 자세
어떤 마음가짐으로 걸을 것인가? 철학자의 자세와 관찰자의 자세로 걷는 것이다.
- 관찰자의 자세는 걸으면서 가능한 한 모든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손으로 느끼고 대화하는 등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활동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걷기라는 기본 행동에 중심을 두고 다른 활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있구나. 무엇이 들리는구나, 어떤 것이 느껴지는구나 처럼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걷기에 충실할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의 리듬에 충실하면 된다. 마치 다른 생각에 빠졌다가도 호흡으로 돌아오는 호흡명상처럼 걷기가 출렁거리는 배를 고정시키는 닻의 역할을 한다.
 - 철학자의 걷기를 해 본다. 철학자의 걷기는 걸으면서 작정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같은 리듬을 반복해 뇌로 전달하면, 뇌는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된다. 이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애써 없애려고 하지 말고 단지 그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면 된다. 마치 꿈에서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튀어나왔을 때 그저 관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관찰된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고민이 있다면 해결책 역시 자연스럽게 튀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면 된다. 이러한 철학자의 걷기는 니체의 말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걷기와 철학
“걷는 동안 사색을 통해 죽어있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끌어내게 된다. 단지 책상 앞에 앉아서 남의 글을 읽으면서 사색하는 것은 죽은 학문을 곱씹어서 뱉어내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걸으면서 사유하고 이를 통해 나오는 것이 살아있는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다." (프레데리크 그로.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책세상. 2014)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아이.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유도할 앱 개발에 힘쓰는 심리 연구자들에게 단지 걷는 행동만이 걷기의 목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글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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