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의 걷기명상

걷기여행이 행복하려면

목적, 의미, 동반자가 중요...걷기를 좋아하는 건 기본!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5-3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일본 오헨로를 다녀오고 나서 걷기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순례를 다녀오고 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일단은 부럽다는 반응을 듣는다. 평소에 답답하고 찌들어 사는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좋으셨겠어요"에 이어서 “혹 다음에 같이 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하루에 8시간, 거리는 30~40km, 짐을 다 지고 그저 걷기만 했는데요... 다음에 같이 가실래요?"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아... 8시간... 40km...  단지 걷기만 하나요?" 이렇게 재확인을 하고 “생각을 해 볼게요"라고 즉답을 미룬다. 

걷기 여행, 특히 순례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낭만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막상 실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순례를 하기로 결정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좌절과 실패 이후에 결심을 하는데, 이들은 그저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하지는 않는다. 또 명확한 목적이나 계획을 가지고 떠나는 게 아닌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라고 하여도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이 캄캄할 때 무작정 떠나는 것을 결심한다.

2-650.jpg

 
최근 여러 방송에서 보는 것과 같이 순례를 낭만과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것으로 포장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웃픈 이야기가 있다. 산티아고순례길에서 단지 몇 명, 때로는 홀로 침묵과 사색을 하면서 걷는 바로 그 곳에 30~40명이 무리를 지어 등산복을 맞춤하여 입고,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면서 실컷 떠들면서 지나가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일단 이런 모습은 걷기 여행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니 순례라는 이름으로는 포장하지 말자.
마음을 정하고 계획을 짜서 여행을 시작하지만, 정작 여정을 시작하면 얼마 안 지나 근본적인 의문이 밀려온다. “내가 왜 이 짓을?" 시작하는 첫 날은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삶과는 다른 일상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게 된다.

3-650.jpg

걷기 여행 혹은 순례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른 것 없이 오로지 걷기만 하는 것은 왜인가?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걷기 여행의 첫발을 내딛으면서 늘 하는 화두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를 걷고 있지?"
걷기 여행 기획의 전제 조건은 걷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좋아하는 것이다.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 잠시라고 밖에서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동작에 실증을 쉽게 느끼는지 여부도 역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동작의 반복은 안정을 주는 동시에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걷기는 동중정(動中靜)을 좋아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행위다.
아무래도 걷기에 대한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자연을 좋아하는 것이다. 물론 자연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도심을 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도 생기를 확인하게 된다. 정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활기차게 관찰을 하는 것이다. 걷기는 생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건강이라는 것이 먼저 떠오르는 목적이 된다.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걷기보다 더 좋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른 목적도 찾아보아야 한다. 이른바 ‘득도(得道)’다. 길에서는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깨달음이다. 그래서 걷기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행의 화두나 목적을 정하고 떠나야 한다.

4-1.jpg

어디를 가는지도 중요하다.
걷기는 과정과 결과가 있고, 걷는 길이 있고 도착할 목적지가 있다. 목적 지향적인 사람도 있다. 걷기 여행의 종착지 역시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걷기 여행은 여행의 전 과정이 모두 소중하다.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 것이 걷기다. 등산과 순례를 비교하자면, 등산은 정상이라는 목적을 향하여 걷는 것이고, 순례는 마치 둘레길을 걷는 것과 같이 온전히 걷는 것에 충실하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 역시 중요하다.
걷는 동안에는 같이 걷는 사람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된다. 상대가 잘 맞지 않으면 동행하기 어렵다. 걷기를 통해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용서라는 과업이 달성되기도 한다. 단순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안정을 찾고, 그런 안정감 속에서 대화를 하면서 공감을 하고, 이런 대화가 지속되면 그동안 쌓였던 오해와 분노가 사라지고, 통합과 행복을 공통분모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걷기를 끝내고 쉬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식사를 하는 것, 혹은 걷기를 마치고 간단하게 술을 마시는 것, 즉 고생에 대하여 위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힘듦이나 지침이 적절하게 강해야 이어지는 쉼도 더욱 뚜렷하게 된다. 그 편차에 따라 사람들은 쾌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그날의 걷기를 되돌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공유할 수 있다.
결국 걷기의 여러 요소 가운데 걷기를 선택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어느 순간 가장 행복한 것인가를 찾고, 그려낼 수 있다면 걷기 여행을 실행에 옮기면 된다.
이러한 조건들을 보면, 나이가 들면서 깨달아야 할 것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걷기가 더 좋아지게 된다.
하드하게 뛰기보다는 소프트하게 걷기!
변화무쌍보다는 단순 반복에 평안함을 얻기!
빠른 것보다는 느리게!
어느 곳에 도달하기 보다는 어느 곳이라도 유유하게 돌아다니는!
여정을 끝나고 나면 쉼이 있는!
온전히 걷는 시간에 대한 만족. 그것에 행복과 기쁨이 있다면 걷기 여행은 하루 8시간, 40km, 짐을 진 채로 순례를 하는 것처럼 묵묵히 할 수 있다.
글·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진행중인 시리즈 more

완결 시리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