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의 걷기 명상

산티아고, 오헨로를 걷고 싶다

"걷기명상은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작업"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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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명상의 시간은 분명 수양의 시간이고, 깨달음의 시간이고, 기쁨의 시간이다. 오로지 명상의 세계에 빠지는 것은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데 작정하고 1시간 정도 앉아 있어야 정좌명상은 행복하기 보다는 인내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다행인 것은 명상에 꼭 정좌명상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상은 걷기명상이다. 누군가는 걷기명상을 그저 운동이나 산책이라고 여기지만, 오롯이 명상의 세계에 행복하게 빠지게 해주는 것으로 걷기명상 만한 것이 없다. 게다가 걷기 좋은 곳에서 걷기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 효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래서 이른바 명상 여행, 걷기 명상 여행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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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삶 속에서 가장 충만함을 만드는 작업이다. 충만함을 만들기 위해 온전한 명상 상태의 시간과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명상 상태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선택으로서 가장 멋진 명상 여행, 걷기명상 여행을 만들어 본다. 이렇게 하루의 일정을 그려 본다. 
1.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잔다. 이것은 자연의 리듬에 맞추는 작업이다. 새벽에 일어난다. 해가 뜨는 시점에 맞춰 명상의 기운이 깃든 곳까지 가볍게 산책을 한다. 해가 떠오르기 20분 전부터 정좌해 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해의 기운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다. 해가 뜨고 10분 정도 듬뿍 해의 기운을 받은 뒤, 1시간 정도 아침 걷기명상을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닝커피나 차로 따뜻함과 함께 뇌를 완전하게 깨운다.
2. 소박한 아침 식사를 한다.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먹기에 명상을 더하면 먹는 것에 집중하면서 그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건강을 위해 채식이나 소식을 하기도 하는데, 건강한 몸을 만드는 작업 역시 명상 수련에 있어서 중요하다. 특히 음식 하나 하나, 그동안 익숙하지 않거나 심지어 싫어했던 음식에서도 맛을 찾아보는 작업을 통해 먹는 욕구와 기쁨을 확인한다.
3. 하루 종일 걷는다. 인간의 본능인 ‘움직임’을 걷기를 통하여 확인한다. ‘살아 있음’과 ‘생명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걷기를 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제대로 만나고 알아차림 하기 위해서다. 걷는 와중에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가져 본다. 휴식 동안 동(動)과 정(靜)의 차이를 확인하고, 쉬는 시간 동안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또 다시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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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잠시라도 오수(午睡)를 즐긴다. 20분 남짓의 짧은 오수는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이완상태를 만들고, 이완을 넘어 수면에까지 이르게 한다. 알파파의 뇌파를 조금 더 이완하여 감마파, 심지어 델타파에 이른다면 충분한 휴식을 만날 수 있다. 깜박 졸고 나서 몸이 급격하게 회복됨을 확인한다. 
5. 묵언을 실천해 본다. 말없이 걷는 행위를 지속하다 보면, 주의가 외부로 향하다가도 어느새 내면을 향하게 된다. 이때 그 주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나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화두를 떠 올려볼 수도 있다. ‘이곳까지 와서 이런 고생을 하면서 내가 왜 걷지?’ 경치를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대신 나와 만나는 것이다. 마치 철학자가 된 느낌으로 끝없이 자문자답을 이어가 본다.
6. 저녁 전에 명상할 곳을 찾는다. 해가 뜨는 것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확인했다면, 해가 지는 것을 만나서 안정과 평화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변화가 많은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변화를 확인하기가 다른 시간보다 좋다. 해가 지는 때가 안정과 평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7. 저녁 식사 이후에는 풍요로워도 될 듯하다. 일종의 보상이다. 그동안 주로 묵상 혹은 묵언을 했다면 해가 지고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의 시간 만큼은 조금 떠들어도 된다. 명상을 끝내고 하는 일종의 소감 나누기 시간이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각자 경험했던 것을 나누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 같은 코스를 걸었어도 각자 눈에 들어오고, 생각에 남아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알아차림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8.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내일 아침 반복된 수행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규칙적인 일정을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한 달간 이어간다.
내가 꿈꾸는 그리고 실행하고 있는 명상 여행이다. 이상적인 여행일 수도 있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스페인 산티아고나 오헨로의 순례길의 여정이 이렇다. 여행과 걷기가 순례이자 명상이 되는 것이다.
글·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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