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의 걷기 명상

걷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정공법이다

걷기는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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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친퀴테레로 가는 길.

걷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정공법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십니까?"

환자에 대한 나의 질문이 아니라, 환자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화병클리닉이 환자에게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다 보니 환자들의 가장 궁금한 점도 그것인가 보다.
‘의사는 스트레스를 잘 풀 수 있을 거야. 더구나 화병 전문의라면 화와 스트레스를 푸는 비법이 있지 않을까?’ 환자는 이런 마음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을 묻는다. 마치 특별한 방법이라도 얻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걸으세요!" 나는 이렇게 짧게 대답한다. 잔뜩 기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영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걷기만 하면 되나요?"라고 환자는 다시 묻는다. “예." 답은 더 짧아졌다. 나는 불만족스러워 하는 환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걷는 것 좋아하세요?" 그는 대답을 주저주저한다. 아마도 걷기와 좋아하는 것을 연결하기 어려운 듯하다.

거의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치 “숨 쉬는 것 좋아 하세요"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 때 나는 강조해서 말한다. “걷는 것이 즐거워서, 즐거운 걷기를 하는 것이 저의 스트레스 푸는 법입니다."


걷지 못해 생기는 우울증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입원을 하여 걷지 못하게 되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 질환 후의 우울증’이 실제 그 질환보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교통사고 후의 우울증’, ‘중풍 후의 우울증’ 심지어 ‘허리 수술 후의 우울증’ 등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 특히 걷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의 후유증이다. 정작 그 병은 다 나았는데 우울증은 고스란히 남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걷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다.

걷는다는 것이 숨 쉬는 것 만큼 쉬운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폄하되고 있다. 그러나 숨을 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걷지 못한다는 것이 동물(動物)인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숨쉬기 운동’ 만큼이나 ‘걷기’는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스텝이다. 바로 첫 걸음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숨 쉬는 운동의 정수가 명상이고, 걷기 역시 명상에 접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십니까?"라는 질문에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본다. 바로 “스트레스가 있는 날은 작정하고 걷습니다."
 
스트레스는 인체의 리듬을 깨지게 한다. 균형이 깨어지게 하는 것이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교감신경은 즉각적으로 전신에 퍼져있는 호르몬과 혈관, 그리고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온 몸을 긴장시킨다.
그런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에 싸울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든다. 이 긴장된 상태에서는 몸과 마음이 도리어 과도하게 건강해져 있다.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부교감신경도 작동을 하게 되고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간의 부조화가 이리 저리 반응하면서 인체는 불균형의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걷기는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   

걷기는 균형을 맞춰가는 작업이다. 조금은 시간을 내어 걷기를 관찰해 보자. 3분간 만이라도 관찰해 보는 것으로 걷기 명상은 시작된다. 한 발을 떼는 순간 불균형이 밀려온다. 그렇게 서 있으려고 하면 바둥대고 바로 다른 발을 땅에 내려놓는다.
짧은 순간 균형이 찾아왔다가 또 반대편 발을 들으면서 균형이 깨어진다. 그리고 불균형 - 균형 - 불균형 - 균형이 이어지고….
그러나 계속 걷다보면 어느새 균형이 딱 맞게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걷는 행위를 관찰했다면, 이제는 걸으면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문제’를 떠올려 본다. 이 생각, 저 생각이 걸으면서 좌충우돌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답으로 이어지는 것을 역시 경험할 수 있다.
마치 ‘화두’를 하나 던지고 오랜 사색을 하는 것처럼, 결과는 해답을 얻는 것이다. ‘정반합(正反合)’, ‘음양교합(陰陽交合)’의 과정이다. 우리가 아는 철학자들, 대표적으로 니체와 루소는 걷기 예찬론자다. 루소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고 말했고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걷기를 통해 나오는 생각만이 어떤 가치를 지닌다"라고 전하고 있다.

걷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정공법이다. 스트레스가 주는 핵심적 문제를 몸의 활동인 ‘걷기’와 정신의 운동인 ‘사색’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트레스가 쌓인 날이면 일단 걷는다. 걷기 시작하면서 몸의 균형이 잡히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어 자신의 문제를 툭 ‘화두’로 던진다. 그리고 걷는 것을 계속하면서 답을 얻게 된다.


만약 답을 얻지 못했다면?

걷기를 통해 최소한 몸의 균형과 건강을 얻게 된다. 답을 얻을 수 있는 기초는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에 쌓인 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단은 작정하고 걷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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