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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걷기명상

하루 만보 걷기가 운동 효과는 없다고요?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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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보를 2시간 걸어 봐도 운동 효과는 전무"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흔히 말하는 ‘만보 걷기’에 대한 비판적 기사다. 기자의 자기 체험에 근거해 '만보를 걷는 것은 건강에 별 의미가 없고, 그 시간에 근력 운동, 최소한 뛰기라도 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기자 체험처럼 트레드밀에서 천천히 2시간 걷는 행위라면 운동 효과는 당연히 강도 높은 다른 운동에 비해 떨어진다. 기자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만보를 걷을 시간에 뛰기를 한다면 운동 효과는 몇 배가 될 것이고, 근력 운동을 한다면 아마 더 효과적일 것이다. 최소한 운동 효과에서 만큼은 말이다. 다만 걷기를 어떻게 운동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걷는 행위를 기준으로 기사가 작성된 것은 아쉽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걷기라는 것이 꼭 운동 효능을 위해, 건강을 위해 하는 최선의 행위인가? 또 건강을 위해 하는 여러 운동 가운데 걷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걷기는 운동 목적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고 답하고 싶다. 걷기는 운동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효능, 혹은 가성비를 따진다면 노동력이 들어가는 운동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더구나 짧은 시간에 하는 운동으로 치면 걷기는 그야말로 가성비가 형편없는 운동일 것이다. 그런데 명상에서는 오히려 천천히 걸으라고 한다. 그리고 주위를 관찰하라고까지 한다. 가성비를 더욱 낮추는 작업이다. 운동 효과는 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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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운동으로의 효과도 있다.
자연에서 걷는 것은 트레드밀에서 걷는 것과 다른 운동 효과가 있다. 오로지 운동 효과 만을 위해서라도 자연에서 걷는 것이 좋다. 움직임이 소근육에 작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길을 걸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트레드밀 걷기는 일정한 리듬을 줄 뿐만 아니라, 걷기에 사용하는 근육의 움직임도 일정하다. 이른바 대근육의 운동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산에서 걸으면서 돌부리를 지나고, 나무 뿌리를 딛고, 험한 길을 뛰어 넘고, 큰 바위를 올라타면서 걷는다면 소근육과 미세 근육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단련을 하게 된다. 
운동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 순간의 운동 효과가 크더라도 재미가 없다면 지속하기 쉽지 않고, 그 운동을 다시 하지 않으면 얼마 후 몸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걷기는 재미를 붙일 요소가 많다. 걸으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작정하고 어느 곳을 목적지로 삼아 갈 수도 있다. 카페나 맛 집을 향할 때의 걸음은 기대와 희망이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운동 후의 충만감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 준다.
걷기를 운동으로 한다면 최소한 30분 정도는 지속적으로 걸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의 특성상 최소한 15분 이상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몸에서 약간이 땀이 나고 근육의 피로감이 동반되면서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경사진 곳을 피하지 않는다면 유산소 운동의 효능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작정하고 2~3시간 정도의 걷기, 약간의 오르내림도 시도를 해 보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걷기가 육체운동 뿐 아니라 정신운동이 함께 된다는 것이다. 걷기는 발바닥, 즉  뇌의 가장 먼 곳에서 뇌를 자극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결국 전신의 신경에 자극을 주게 되는 것이다. 또 걷기는 모든 감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의 감각에 지속적인 자극을 줘 뇌를 자극한다. 걸으면서 생각도 할 수 있다. 걷기가 강력한 두뇌 운동이 될 수 있는 것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가와 작곡가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걷기는 운동으로 효과가 있다.
하루에 만보를 걸었다고, 마치 하루의 분량을 다 채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헬스장에서 만보를 채우는 것은 분명 아무런 운동 효과가 없다. 활기차게 자신의 리듬에 맞춰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빠르게,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숨이 차게, 조금이라도 땀이 나도록 자연 환경에서 30분 이상 걷기를 할 때 비로소 운동의 효과도 볼 수 있다.
필자는 출퇴근 길에 가급적이면 배낭을 메고 양 손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연속으로 30분 이상을 걷는다. 계단이 있다면 반갑게 맞이한다. 걷기가 부족하다면 퇴근 길에 지하철을 두 세 정거장 전에 내려 30분 이상 걷는다. 걸으면서 피로가 줄어들고 에너지가 축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제대로 운동으로써의 걷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글·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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