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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걷기명상

복잡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인도에서의 걷기명상

비틀즈에게 평화와 안정을 줬다는 그곳

글·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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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센터 아쉬람의 평화로움.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위험천만한 곳이라 알려진 인도. 그러나 명상센터 아쉬람은 조용하고 단순하고 안전하며 명상의 기운이 가득 깃든 곳이다.

 제대로 된 명상처를 만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명상의 세계에 빠져 보았다. 안정감과 행복감이 충만했다. 그러나, 멀리 한국에서 인도까지 온지라 그곳에 그저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밖이 궁금했다.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안정하고 편안한 곳에 나와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약간의 위험이 도사린 듯한 인도의 작은 마을 리시케시로 튀어 나왔다. 물론 명목상 ‘걷기 명상’을 앞세워서….

 

인도의 길에서는 알아차림(Mindfulness)이 저절로 된다. 오감이 생생하게 깨어난다. 세상의 고(苦)와 행(幸)이 그대로 느껴진다. 혼란과 고통이 밀려온다. 그러나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평온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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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소, 멧돼지와 사람이 공존하는 리시케시 시내.

 미국 마음챙김 명상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카밧진 박사의 첫 번째 책 ‘full catastrophic living(파국적인 삶)’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든 것이 고통(一切皆苦)’을 기본 철학으로 삼아 명상 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기본 철학을 근거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명상을 배운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삶이 고통"이라는 답이 모호하게 느껴진다. 정말 우리의 삶은 고통인가? 그런데 고요하고 평온한 명상센터의 밖으로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삶은 고통"이라는 부처님의 진언이 그대로 와 닿는다. 어떻게 저렇게 살아?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사람들이 그야말로 흘러가고 있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눈은 쑥 들어가 있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어디서든 누워 잘 수 있을 듯 옷은 칭칭 감고 있다.
그리고 오토바이와 릭샤, 버스와 트럭, 전혀 지나가는 사람을 배려할 것 같지 않은 위험물이 연신 빵빵 소리를 내며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고 있다. 그것들은 사람만 피해가는 것이 아니다. 옆에는 개와 소, 심지어 멧돼지가 어슬렁거리고, 원숭이는 눈을 부라리면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나마 도시라 코브라와 같은 뱀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들에게 자칫 정신을 홀리면 그들의 배설물을 물컹 밟을 수도 있다. 모든 신경이 자연스레 곤두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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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즈강에 발을 담그고 행복을 느꼈다.

 명상 훈련 가운데, 눈을 감고 걷기를 하는 명상 훈련이 있다. 눈을 감으면 그동안 별로 활용하지 않았던 청각과 후각, 그리고 손과 발의 촉각이 바짝 곤두서서 저절로 오감이 개발되는 훈련이다. 처음에는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를 못하다가, 그래도 몇 걸음을 걷다 보면 조금은 자유롭게 되고, 5분 정도 지나고 나면 제법 자유롭게 시각을 활용하지 않고서도 다른 감각을 활용해 걸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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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카페 입구.

 그런데 인도에서는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이 바짝 곤두서서 걷기를 시작한다. 보고, 듣고, 맡는, 그리고 손과 발, 전신의 피부 감각이 살아난다. 그러나 역시 한참을 걷다보면 감각들 하나하나를 내려놓고 걸음이 편안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차는 나를 피하기 위해 빵빵거리고, 옆의 동물들도 나를 위협하지 않아 다정하게 느껴지며, 널려 있는 똥도 슬쩍 슬쩍 자유롭게 피하면서 다리를 내딛을 수 있게 된다.
곤두섰던 신경들도 모두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이제는 마음껏 활보를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곳, 어느 방향이든 가고 싶은 곳으로 지그재그로 걷고,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닿은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고통이 행복으로 너무나 빨리 움직인다. 
한참을 걷다가 갠지스 강가로 내려가 보았다. 발에 불이 나게 한참을 걷다가 만나는 강은 천국이다. 걸으면서 열을 내었던 발을 강물에 첨벙 담근다. 강의 찬 기운은 다리 끝부터 빠른 속도로 머리끝까지 시원함을 전한다.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번쩍 든다. 이곳이 바로 성스러운 리시케시.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로부터 만들어진 강물이 시작되어 흐르는 곳, 다리의 차가움에 대한 알아차림은 오랜 걸음에 대한 보상으로 알아차림을 더욱 강하게 해준다. 마음 속 그득하게 행복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고진감래 (苦盡甘來)다.
도심을 걷다가 만나는 비틀즈 카페. 비틀즈의 정신적 공황과 불안을 평화와 안정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그곳. 갠지스 강을 바라보면서 퍼뜩 드는 생각이 맥주건만, 이곳은 술이 없는 성스러운 도시 리시케시. 진한 더블 샷의 커피로 아쉬움을 달래면서 오감이 살아 있음을 뜨겁게 느껴본다. 그리고 그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이 향과 함께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온몸을 풍요롭게 감싼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지쳐버린 모든 감각이 아직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잠시의 휴식이 이토록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까?
늦은 밤이 되어서야 다시 아쉬람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평화로운 천상의 세계에서 중생들의 번뇌가 가득한 사바 세계를 다녀왔다. 아쉬람에서 나와 인도의 거리를 활보했다. 그렇지만 사바 세계에서 알아차림을 듬뿍 만끽하고 돌아왔다. 석가모니의 깨달음인 ‘모든 것이 고통(一切皆苦)’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행복도…. 걷기 명상이 주는 매력을 느낀 하루다. 걷기 명상은 알아차림을 깨닫는 최고의 훈련법이다.
글·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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