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레시피

7재미삼아 만들어 본 수제 햄

글·사진 이수부  |  편집 서동욱 기자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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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을 하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였던 것 같다.

5년 전쯤 딱 1번 肝과 피스타치오, 생크림을 넣어 클래식한 컨트리스타일 파테를 시도해 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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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자체의 지방에 헤비 크림도 들어 가니 개인적으로 육류지방에 대한 반감도 있었을테고, 장비의 열악함이나 게으름도 일회성에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몇 달전부터 성지농장의 돼지고기를 받았는데, 왜 차게 먹을 수 있는 돼지 메뉴가 한국엔 별로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앞다리(前肢)살로 직접 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테린이라 부를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었다. 고기를 손질하여 지방을 제거한 다음 소금, 상테피아 후추, 시나몬, 넛맥, 커리파우더, 머스터드 시드, 드리이오레가노, 샐러리 시드 등 있는 향신료을 넣고 고기를 하루 절였다가 갈아서 몰드에 대춤 담아 익힌 실험 수준.

가능하면 일 벌리지 말고 좋은 거 사먹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파테나 테린은 왠지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좀 부담스러워 하는 수 없이 자기 입맛에 맞추려고...

바인더(binder)는 빵가루와 계란, 헤비 크림으로 만든 빠나드 대신 빵가루만 넣어, 가능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기름기가 많지 않은 전지 만을 써서 그런지 오븐에서 나온 결과는 군데 군데 고기 덩어리가 씹히는 건강하게 만든 수제 스팸 같다. 

쫄깃쫄깃 씹는 맛은 있지만 지방이 아무리 적다 해도 고기는 고기이고 돼지는 소가 될 수 없으니, 곁들이는 술로는 돗수가 낮은 증류주나 신맛이 나는 내추럴 와인, IPA 맥주 안주로 괜찮을 것 같다.

간도 적당하고 처음부터 기대가 낮아서인지 맛도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브랜디에 절인 피스타치오를 넣고 프룬 소스처럼 약간 달달한 소스랑 곁들이면 더 좋으려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원리를 따라가다 슬쩍 갓 길로 새나가 제 멋대로 해 보는 재미. 그러다 소발에 쥐잡는다면 정말 우연이겠지만 직접 해 보면 결과와 상관없이 자기와 만나게 된다. 

자기가 만든 음식의 스타일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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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ㅣ 이수부
원테이블 레스토랑 ‘이수부’의 오너 셰프.사적인 공간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고집으로 하루에 한 팀만 식사 예약을 받는다.다양한 식자재를 개발해 판매 중이며,테이크아웃 개념의 카페 이수부앳홈(Ieesooboo@home)을 운영 중이다.삼성 공채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있는 유명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뒤 신라호텔 조리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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