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 레시피

3조리사에서 소시민 이수부로...또 가정으로

글·사진 이수부  |  편집 서동욱 기자  2019-02-08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중립적 시간의 필요성

하루 일이 끝나면
일과 일상 사이
벽이 필요하다.

앞과 뒤가 완전히 단절되어서도
그럴 수도 없다고 믿기에

오히려 두 시간 사이를 끊어주는
시공간의 여백이 소중하다.

일을 하는 조리사의 페르소나를 벗고
평범한 소시민 이수부로 돌아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쓰기까지.

red-wine-2443699_1920.jpg

손님의 흐믓한 승진 축하 모임을 끝나고
알바가 먼저 쉬겠다고 선언한 날

손님 떠난 테이블엔 
잔이 그대로 남았지만

요 때 
쉴 새 없이 몰아쳐야 
빨리 퇴근 할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아도

즐겨마시는 와인이나
손님이 남기고 간 와인을
슬쩍 한 모금 맛보는 ritual이라도 있어야

설겆이하는 알바 이수부의 밤이
비로소 시작된다.

중첩되는 일과 
그에 맞는 구실을 하려면
내 안에 설정된 여러 페르소나와 접속하는 형식과 호흡조절이 있어야 한다는 걸

직장 다닐 때
단합이라는 다른 언어로 포장한 채
일 끝나고 술을 마시는 문화가
그렇게 의아하더니

직급이 없는 또 다른 페르소나로 만남을 시도하고
일과 귀가 사이 여백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의 
취지가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된다.

4차산업 운운하며 접속을 강조하는 시대

그 접속이 그저 주어진 것을 눈으로 소비하고 

관계를 대신해 줄 손가락 운동이 아니라 

자기 역할의 변화에 따른 적극적 자기 행위인 줄 모르고
감정노동 운운하며 투정부리며 살지 않았나 싶다.

글·사진ㅣ 이수부
원테이블 레스토랑 ‘이수부’의 오너 셰프.사적인 공간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고집으로 하루에 한 팀만 식사 예약을 받는다.다양한 식자재를 개발해 판매 중이며,테이크아웃 개념의 카페 이수부앳홈(Ieesooboo@home)을 운영 중이다.삼성 공채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있는 유명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뒤 신라호텔 조리팀에서 근무했다.

진행중인 시리즈 more

완결 시리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