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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 같았던 고향집 엄마에게 웃음을 준 반려견 ‘허니’

홍헌표 기자  |  편집 김혜인 기자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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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고향집 엄마와 통화를 합니다. 밤새 잘 주무셨는지, 혹시 아프신 데는 없는지 여쭙고 자질구레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지난 1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아침 출근길에 습관처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엄마 몸 컨디션이나 기분을 알아챕니다.

2주 전 고향집에 새 식구를 들였습니다. 반려견 허니입니다. 허니라는 이름은 제 이름의 가운데 글자 ‘헌’에서 따왔습니다. 8월1일생이니까 생후 4개월 밖에 안된 시츄입니다. 저나 고향집 엄마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기에,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허니를 입양한 것은 무모했습니다.

“난 싫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집안 일이 많고, 신경 쓸 일이 많은데 강아지에 어떻게 신경을 쓰나? 난 못 키운다." 지난 추석 무렵 “강아지 한 마리 데려오겠다"고 슬쩍 운을 띄웠을 때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단호하게 말씀하셨지요. 사실 엄마의 단호함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몇가지 핸디캡 때문에 엄마가 돌봐야 할 여동생이 있는데다, 규모는 작지만 밭농사도 지으시고 크고 작은 집안 일에 평생을 바치신 엄마 입장에선 함께 사는 반려견이 아니라 ‘챙겨줘야 할 짐 같은’ 강아지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삶이 때로는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되고, 심지어는 마음의 병까지 낫게 하는 사례가 많은지라 엄마와 여동생도 그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컸습니다. 저 역시 반려견과 함께 산 적은 없지만, 친한 지인의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서 시골집에 꼭 반려견을 입양시켜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리고 2주전 결행한 겁니다.

비교적 잔 손이 많이 안가고 함께 살기 까다롭지 않은 시츄를 지인이 직접 골라줬습니다. 그리고 대소변 훈련까지 시켜 주기로 했는데, “이대로 1주만 더 살면 아이도 나도 정이 들어 떨어지기 힘들겠다"는 지인의 하소연 때문에 예정보다 앞당겨 허니를 고향집에 데려갔습니다.

“털 빠져서 싫다. 우리 두 식구 살기도 바쁜데 귀찮다. 당장 데려가라~." 웃으셨지만 단호하게 거부하시는 엄마께 “한 달만 데리고 살아 보셔라. 틀림없이 좋으실 것"이라고 애원하다시피 맡겼습니다. 고향집에 이틀을 더 머물면서 허니와 엄마, 여동생이 서로에게 적응하도록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 놈 참 귀여웠습니다. 눈치를 살살 보면서도, 귀여움을 받으려고 장난을 겁니다. 하루 만에 엄마와 놀자고 덤벼듭니다. 엄마 손길에 스치면 배를 다 드러내고 벌러덩 누워서 함께 놀자고 합니다. 이틀 만에 대소변도 정해놓은 기저귀 위에 누기 시작하고 안방에 이어 부엌 방, 마루까지 영역을 넓힙니다.

놀라운 변화는 엄마께 나타났습니다. 갓난아이 재롱을 보듯 허니의 동작 하나 하나에 웃음을 터뜨리 시작한 것입니다. 엄마는 원래 우울한 분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신경 쓸 일에 정신을 빼앗겨 웃는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식구 두 명이 사는 시골집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조용한 절간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허니 덕분에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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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문안 전화를 드리면 일단 허니 얘기부터 합니다. “어이쿠. 허니 좀 데려가라. 야가 지 핼미랑 놀자고 달려드는 통에 내가 힘들어 못 살겠다"고 하시면서도 깔깔깔 웃으십니다. 허니더러 제 목소리를 들으라고 휴대전화도 옆에 대 줍니다. 목소리를 알아듣는지 조용히 꼬리를 흔든다고 하시면서 또 하하하 웃으시곤 합니다.

허니가 큰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처럼 함께 부대끼며 사진 재미를 시골 엄마에게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슬슬 산책도 나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허니 얘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깊은 공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두 반려견과 함께 사는 재미 또는 심신 효과에 공감하더군요. 장정희 마음치유 전문가는 ‘심리상담실’ 칼럼에서 이렇게 썼지요.

“다른 가족은 결혼 후 분가를 하고, 군에 입대하고, 출장을 가고, 여행을 가는 등 아주 길거나 짧게 저를 떠납니다. 그런데 우리 겸둥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저와 함께 해 준 유일한 가족입니다. 제가 슬퍼 울 땐 제 눈물을 핥아주며 위로했고, 외로워 할 때는 제 품에 파고 들어 따스함을 나누어 주었지요." 

우리 허니도 시골집 엄마와 여동생에게 그런 존재가 돼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주말 허니를 보러 고향집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글ㅣ 홍헌표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지냈다. 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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