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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사람도 일도 잠시 잊는 산속 힐링스팟

사금산 중턱에 집 한 채...몸도 마음도 자유로웠다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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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와 급커브 길을 조심조심 올라와보니 꽤 넓은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은 폭염 속에 어느덧 말복이 지났습니다. 음력 날짜로 정해놓은 절기는 참 신기합니다. 한낮에는 참을 수 없는 도심의 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밤이 되면 선뜻선뜻 가을 바람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이제 곧 이 더위가 ‘폭염’이 아닌 ‘따뜻함’으로 그리워지겠지요.

 2주 전 짧은 휴가 중에 잠시 들렀던 강원도 삼척의 힐링 스팟이 있습니다.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제 고향집 근처인데도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서 ‘어, 우리 고향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말야?’ 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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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산과 침엽수림, 하늘, 구름만 눈에 들어옵니다. 왼쪽, 오른쪽에서 각각 흘러나온 산 줄기가 교차하는 지평선 끝 부분에 죽변 앞바다가 있습니다.

 주소는 삼척시 원덕면 이천5길 205-263. 산촌 마을 어디쯤 일거라는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7번국도를 벗어나 바다 반대편 산을 향해 차를 몰았는데 목적지까지는 거리는 쉽게 줄지 않았습니다. 내비는 점점 더 깊은 산골짜기로 차를 안내했습니다. 평지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2.5km 정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포장 길을 꾸불꾸불 올라가는데, 오른쪽 낭떠러지와 급경사, 급커브 길이 한참 이어져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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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딱 한 집 뿐이니 담장이 없습니다. 집 앞 언덕이 거친 동해 바람을 막아주니 나름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조경 작업이 잘 된 집 주변을 보면 주인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내 하늘 아래 첫 동네 ‘새터’에 도착했습니다. 백두대간에서 동해로 뻗어 내린 산줄기 중의 하나인 사금산(해발 1082미터) 허리쯤(해발 600미터) 되는 곳에 하늘솔농원(하늘솔황토민박)이 있습니다.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며 살았던 이곳은 20여년전쯤 도시생활을 접고 귀향한 이철우 대표와 아내의 삶터입니다.

새 소리, 벌레 소리, 바람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아득하게 들리는데, 저는 오히려 적막강산 같은 고요함 속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멈추는 듯 말이지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멍 때리고 앉아 있고 싶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힐링 스팟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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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딱 버티고 선 살구나무. 막 '이발'을 하고 난 뒤라 용모준수합니다. 왼쪽의 키 작은 소나무는 주인 이 씨가 정성들여 키우는 정원수입니다.

 동해안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으로부터 이대표의 황토 집을 보호하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살구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나무 아래 쉼터에 앉아 태백산맥의 거친 능선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선을 따라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진초록 소나무 숲과 파란 하늘, 흰구름 말고는 문명의 흔적이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 멀리 경상북도 죽변 해안이 보일락말락할 뿐입니다. 쉼터에 사지를 뻗고 누워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머리를 복잡하게 맴돌던 상념과 골머리를 앓던 회삿일은 어느덧 까맣게 잊혀졌습니다.

이 대표 부부는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3000여평의 땅에서 유기농법으로 블루베리, 서리태, 양반콩 등을 재배합니다. 10년 전쯤 “이 산골짜기에 누가 찾아온다고, 미친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며 민박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딱 한 팀만 받았는데, 힐링을 위해 일부러 오지를 찾는 매니아 사이에서 야금야금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사시사철 방문객이 끊이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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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아래 매달아 놓은 쉼터. 하루 종일 뒹굴어도 지루하지 않을 공간입니다. 식객들은 이곳에서 하늘 위 구름에 상념을 띄워 보내고 밤하늘의 별과 대화를 합니다.

 이 대표의 조부님이 지냈던 행랑채에 들어가보니, 황토방 기둥으로 세운 소나무 향이 방 안에 가득했습니다. 솥을 걸어놓은 부엌에서 군불을 때면 황토방은 뜨끈뜨근한 찜질방이 됩니다. 매년 이곳을 찾는 사람은 1500여명. 문명의 이기에 더 익숙해져 있을 것 같은 20~30대도 꽤 많다고 합니다. “바다가 있는 시내까지 차로 30분 밖에 안 걸리는데, 한 번 다녀오라고 해도 안 나가요." 젊은이들은 그냥 조용히 음악 듣고, 책 읽고, 잠 자고, 밤엔 별을 보는 산촌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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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솔농원 이 대표가 손수 짓고 있는 또 다른 별채. 혼자 짓느라 속도가 느립니다. 소나무 기둥과 황토가 기본인데, 환경 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자재는 창틀 등 필수적인 것 빼곤 안 쓴다고 합니다.

 이 대표 부부의 삶의 철학은 확실합니다. “이왕 여기에서 살기로 했으니 자연과 호흡하는 삶, 몸과 마음에 해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죠." 혹시나 그런 삶의 터전이 깨질 까봐 영화 촬영 등 상업적인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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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단장된 집 주변. "농사 짓고 하루 한 팀 뿐인 민박 손님 모시다보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간다"고 합니다. 아담한 집이 민박 손님이 묵는 별채 사랑방입니다.

 조만간 그곳에 다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고향집 대신 그곳에서 하룻밤 묵어볼 작정입니다. 살구나무 아래 쉼터에서 멍을 때리고, 밤하늘의 별을 하염없이 쳐다볼 것입니다. 그 곳에 가고 싶은 독자를 위한 정보. 사전 예약은 필수고 애완동물, 10세 이하 어린이는 동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ㅣ 홍헌표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지냈다. 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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