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레터

몸은 죽겠다고 소리치는데...삶의 무게에 짓눌린 친구여~

홍헌표 편집장  2019-06-1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재미난 별칭까지 있는 고향 친구 모임 멤버입니다. 매사에 열심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니 어떤 모임이든지 가리지 않고 나갑니다. 회사 기여도 또한 높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친구에게 탈이 났습니다. 눈에 띄게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사실 꽤 오랜 기간 서서히 누적되어 온 것이라 최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암은 아닙니다. 간의 해독 기능이 떨어지고, 손발 관절에 통증이 느껴지고 피곤을 쉽게 느낍니다. 병원에서는 자가면역 질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약을 처방해줬다고 합니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얼굴과 눈 주위가 눈에 띄게 부었습니다. 그 맑고 깔끔하던 피부가 거칠어졌음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녁에 약속이 두 개 있다"면서 금방 일어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한 달 이상 술을 끊었는데, 이틀 동안 일이 생겨 술을 마셨더니 몸이 너무 힘들다고도 했습니다.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 저녁에 약속을 더블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

20190611-650.jpg

매사 열심히 살아온 그 친구에겐 그게 당연한 일과입니다. 회사에 충성하고 친구와 커뮤니티 모임에 애정을 쏟는 건 누구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우리 50대 중반의 평균적인 삶이 그렇습니다.
그 친구를 존경하면서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친구야, 약속을 줄이고 그 시간을 온전히 너를 위해 쓰면 어떻겠나?" 친구는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알지~ 그런데 그게 내 맘대로 되나?"
그날 모임만 해도 하나는 회사 직속 상관이 주재하는 자리고, 다른 하나는 이 친구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비슷한 직능에 종사하는 고향 선후배 정기 모임이었습니다. 낮부터 포함하면 이런 식으로 친구는 업무 미팅, 커뮤니티 모임을 하루에 3~4개 이상 해치우고 있습니다.
워낙 성실한 친구라서 모든 약속과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애써 무시할 뿐입니다. 몸은 이미 아프다고, 큰 일 났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그 사인을 애써 무시하고 눈 앞에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할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 자신을 돌아보시죠. 삶이 거의 비슷한 패턴이 아닌가요? 한 편으로는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자세입니다. 그런데 저는 마냥 박수를 쳐주고 싶지 않습니다.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KakaoTalk_20190611_112149185.jpg

50대 중반의 나이. 그 동안 자신을 버리면서 회사와 커뮤니티를 위해 살아왔다면, 심신 에너지는 바닥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의 자가면역성 질환 증상도 바로 그 신호입니다. 미봉책일 뿐인 증상 억제 약으로 잠시 버틸 수는 있지만, 심신 에너지를 채워주지 않으면, 면역력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머지 않아 더 큰 장애물이 닥칠 수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수십년 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 열심히 준비 해야 하지 않겠나?"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남은 인생을 위한 준비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글쎄 건강해야지…"
맞습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그 어느 것도 소용이 없음을, 그토록 정성을 들였던 회사 일도, 커뮤니티 모임도 다 잃게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애써 무시할 뿐입니다.
페이스북에 한 선배가 남긴 글을 말해줬습니다. 일 때문에 지방에 갔다가 갑자기 다리 부상을 입는 바람에 수술을 하고 입원한 선배의 말. “사고 전과 사고 후는 정말 인생이 다릅니다."
이 말을 인용해줬더니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오늘 모임 중 하나는 가지 말아야겠다. 상사 주재 모임은 어쩔 수 없이 가야겠고, 다른 하나는 안 가도 섭섭해 할 사람들이 아니고 또 기회가 많으니까…"
“그래 잘 결정했다 친구야. 첫 모임도 빨리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 잠을 충분히 자든, 정말 행복한 일을 하나 해라. 영화를 보던지 노래를 신나게 부르던지…"

 

글ㅣ 홍헌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현재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맡고 있다.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이기도 하다.
홍헌표의 해피레터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세요?
꿈이 있어 행복하고, 꿈은 이뤄진다
당신의 행복 수명은 몇 세인가요? 기대 수명과 행복 수명의 차이 8년,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
우리 아이도 '스카이 캐슬'에서 고통받는 건 아닐까
아버지의 빈 자리가 허전한 설날 고향집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어느 조카 며느리의 세배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70대 부부 110km걸으며 삶의 이야기와 함께 힐링하다
근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이 박장대소한 까닭
봄길을 걸어야 하는데, 미세먼지는 피하고 싶어요
이해인 수녀님이 알려주신 4가지 행복 비결
인생은 마라톤...몇 km 지점을 어떻게 달리고 있나요?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36가지 질문
화가 날 땐 이렇게 STOP 하세요
고교졸업 후 36년...586 친구들이 사는 법
인터뷰 때 깨달았죠. 암투병 초심을 잃었다는 걸~
스트레스 줄이는 ‘비폭력 대화법’ 사랑받는 대화법 vs 사랑 빼앗는 대화법
"엄마 인생을 동물에 비유하면 뭘까요?"
어버이날에 부르는 노래 '가족 사진'
영화 '교회 오빠'가 내게 던진 메시지 "내게 남은 하루, 누군가를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 않아"
직원에 팩폭 가했더니... 결과는 내 스트레스만 가중
몸은 죽겠다고 소리치는데...삶의 무게에 짓눌린 친구여~
췌장암 투병 중인 친구와의 만남 밝은 얼굴 보고 안심...자신을 위한 삶의 모습에 박수를
스트레스 던져 버리기 "쎄르츠 하라!!"

진행중인 시리즈 more

완결 시리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