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 레터

어버이날에 부르는 노래 '가족 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5-07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김진호가 <가족사진>을 부르는 동안 이 세상의 많은 아버지와 아들, 딸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얼마 전 고교 동창의 차를 함께 탔습니다. 친구가 CD를 틀었는데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제목은 ‘봄날은 간다.’ 같은 노래가 계속 반복돼 나오길래 무슨 CD냐고 물었더니, 소리꾼 장사익과 최백호 등 남녀 가수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똑 같은 가사에 기본 리듬도 같은데,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장사익의 노래는 뭔가 가슴에 맺힌 한(恨)을 쥐어 짜내는 듯한 느낌이고, 최백호의 노래는 인생을 달관한 듯한 느낌이랄까요?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즐겨 봤습니다. 트로트 문화에 익숙한 저같은 중장년 세대뿐 아니라 20~30대에게도 화제가 됐지요. 12명이 겨루는 준결승 군부대 공연 미션의 뜨거운 열기와 젊은이들의 호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막춤과 떼창이 함께 어우러지는 열광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엄청 좋아지더군요.
IMG_3327-2.jpg
<길 위에서>를 부르는 최백호./KBS캡처 화면

 제가 ‘뮤직 테라피스트’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습니다. 대중 가요는 악보를 보지 않고도 피아노를 자기 느낌대로 자유자재로 치고, 기타 연주는 수준급인데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노래 실력도 대단합니다. 덕분에 어느 모임에 가도 이 친구와 함께라면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친구 덕분에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우리들의 감정을 깊숙한 곳까지 너무나 잘 표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앙부처나 각 시도 공무원, 회사 임직원에게 몸맘건강, 행복한 삶, 삶의 비전 등을 주제로 강의를 자주 하는데, 대중가요 노랫말에는 희로애락의 감정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솔루션까지 담겨 있어서 인용하기가 참 좋습니다. 사실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힘과 희망을 주는 치유하는 한 편의 시(詩)나 다름없죠.
제 애창곡은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최백호의 <길 위에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5년 전쯤 방영됐던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는데 ‘자식 바보’ 아빠 유동근을 통해 아빠, 가장, 남자라는 여러가지 역할을 하느라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미루는 중년 남자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최백호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 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중략>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내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중략>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20190507-1.jpg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죽음을 예감한 듯 쓸쓸한 표정으로 <길 위에서>를 부르는 아버지 역의 유동근./KBS캡처 화면

 

노사연의 <바램>은 자신이 짊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사막조차도 꽃 길이라 여기겠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인색하게 구는지...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 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 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이서진과 김희선이 나왔던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의 주제곡 중에서 <슬픔도 지나고 나면>이라는 이문세의 노래가 있습니다.
어디쯤 와있는 걸까 가던 길 뒤돌아본다.
저 멀리 두고 온 기억들이 나의 가슴에 말을 걸어온다.
그토록 아파하고도 마음이 서성이는 건
슬픔도 지나고 나면 봄볕 꽃망울 같은 추억이 되기에
서글퍼도 그대가 있어 눈부신 시간을 살았지.
오래 전 내 그리움에게 가만히 안부를 묻는다.
다시 내게 불어온 바람 잘 지낸단 대답이려나
흐느끼는 내 어깨 위에 한참을 머물다 간다.
또다시 내 곁에 와줄까 봄처럼 찬란한 그 시절
가난한 내 마음속에도 가득히 머물러 주기를.
이 노랫말처럼 삶이라는 긴 여정의 어딘가에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그 땐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다고 미소 지을 수 있겠지요?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유와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삶입니다.
김진호의 <가족 사진>은 5월이면 한 번쯤 부르는 노래입니다. 아버지 없이 맞는 첫번째 어버이날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유독 노랫말이 가슴에 맺힙니다. 이미 50대 중반에 접어든 제 자신이 이미 노랫말 속의 ‘아빠’가 돼 있는데도, 여전히 제게는 그 옛날의 아빠, 엄마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입니다.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의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 딸이 되어서
이 곳 저 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 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 꽃 피우길 피우길 피우 길 피우길.
 
글ㅣ 홍헌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현재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맡고 있다.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이기도 하다.

진행중인 시리즈 more

완결 시리즈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