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레터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70대 부부

110km걸으며 삶의 이야기와 함께 힐링하다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2-19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산티아고 대성당.

오늘 아침 눈이 내렸는데 절기로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입니다. 머지 않아 봄이 온다는 뜻이지요. 그래서인지 마음은 자꾸 들뜹니다. sns에서 해외 여행 중인 지인의 소식을 읽거나 TV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 광고를 볼 때마다 휴대폰에 저장된 옛 사진을 뒤적거리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조만간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네요. 누군가 “길은 나선 자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나서야 그 길을 차지한다는 의미이겠지요? 길에는 수많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늘 옳습니다.
문득 몇 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70대 중반 부부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힐링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 20여명을 모시고 갔을 때였습니다.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은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진 산티아고대성당으로 성지 순례를 가던 유럽의 수많은 길을 일컫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프랑스의 생장 피 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대성당에 이르는 800km 거리의 ‘프랑스 길’입니다.

20131113_105904.jpg
산티아고순례자의 길 공식 이정표에는 조가비 문양이 있다.

우리 일행은 ‘프랑스 길’ 후반부(사리아~산타아고대성당) 110km 구간을 5박6일간 걸었는데,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도 발에 물집이 잡히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 쉽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은 70대 부부가 두 딸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길을 걷겠다고 나선 겁니다.

당시 73세였던 이 선생님은 “나이 오십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적이 있었고, 통풍을 앓았고, 몇 년 전에는 척추 수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여행 프로그램 신청 후에도 컨디션이 나빠져 두 번이나 병원에 다녀왔다는데, “의사 선생님이 동행한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왔다"고 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 선생님의 부인은 오래 전부터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딸들의 반대 때문에, 남편 상태 때문에 꿈을 접을 뻔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꿈이 이뤄졌습니다. 부인은 “이 순간이 올 것을 누가 알았겠느냐"며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10~18km씩 걷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걷는데, 발걸음이 느리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오전 9시에 출발해도 오후 5시 넘어야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저는 맨 뒤에서 걷는 분 담당이었었는데, 둘째 날에는 왼발 통증이 심했던 이 선생님 부인과 오전 5시간을 함께 걸었습니다. 부인은 한국전쟁 중 1.4 후퇴 때 해주에서 가족과 함께 남하한 이야기, 남편(이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 세 딸을 키우고 손주를 봐주며 살아가는 이야기, 남편에 대한 불만, 불교에 심취해 불경 필사를 했더니 다혈질 남편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 뒀던 이야기를 하나 둘씩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때론 심리상담사가 되고, 때론 남동생이 되어 함께 웃고 눈물 지었습니다. 함께 걸었던 5시간이 그 분에겐 ‘상담 시간’이었고, 제겐 인생 선배의 체험담을 통해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진정한 힐링이지요.

19700102_203105.jpg

그 다음 날 오후엔 이 선생님이 맨 꼴찌였습니다. “저는요, 허리가 아파서 하루 종일 걷지는 못하고 하루는 오전만, 하루는 오후만 걸어야 해요~." 이번에도 제가 이 선생님의 말동무가 되었죠. 이 선생님 역시 자신의 지나온 삶을 인생극장처럼 보여줍니다. 바로 전날 부인의 이야기를 통해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하는 사람이 바뀌니 관점도 다르더군요. 사실은 같지만 판단과 감정은 다르더라는 거죠. 똑 같은 일을 두고 부부가 서로 자기 입장에서 판단하고 서로가 서운한 감정을 안고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인생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한 이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그런데 말입니다, 홍 이사님. 제가 참 다혈질이고, 권위적인 건 맞아요. 아마 제 집 사람이 많이 힘들었을거예요, 미안하지요." 저를 통해 부인께 사과를 한 겁니다.
19700102_180005.jpg
이정표에 남은 수많은 이야기들.

드디어 산티아고대성당에 도착하는 마지막 날. 이 선생님이 제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홍이사님. 오늘은 오전, 오후 다 걸을 겁니다. 우리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티아고대성당에 들어갈 거니까 좀 늦더라도 봐주세요~." 그리고 두 분은 해가 져서 성당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불편한 발을 이끌고 우리 일행의 박수를 받으며 도착했습니다. 저녁 뒤풀이 시간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두 분의 이야기에 나머지 일행들은 한참동안 박수를 보냈습니다.

52세에 산티아고순례자의 길 800km를 두 번 걸은 뒤 세상을 떴다는 노르웨이 여성의 사진, 딸을 그리워 하는 아빠의 부정이 담긴 편지, 누군가 신었던 신발을 던져 놓은 돌무덤…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디 그 길만 있나요. 제주올레, 일본 오헨로길도 있고 우리 동네 뒷동산의 이름 모를 작은 길도 있습니다. 올 봄엔 어느 길이든 걸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글·사진ㅣ 홍헌표
조선일보 기자,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현재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맡고 있다.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대상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리더로 활동하고 있다.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이기도 하다.
12이미지 힐링 : 상상만으로도 심신이 변화 뇌는 상상하는 대로 움직여... 긍정 이미지가 좋은 결과 낸다
11한국형 MBSR(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걷기와 '사랑한다' 읊조리기도 마음챙김 명상
10한국형 MBSR 프로그램 - 보디 스캔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신체 감각과 변화를 알아차린다
9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경험을 그저 바라본다-마음챙김 명상 보디 스캔, 하타요가, 건포도 먹기 명상 등 다양
8만트라 명상 실습 -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는 집중명상 호흡에 집중하면서 '평화' 같은 구절을 읊조린다
알레르기 2 허리와 등을 풀어주고 천장 향해 다리 뻗기
알레르기 1 신체 활동을 위한 에너지 생성하기
천식 3 날숨 후에 멈추는 호흡하기
천식 2 날숨을 점차 늘여가며 콧소리 내기
천식 1 들숨에 배가 나오고 날숨에 들어가는 복식 호흡 연습하기
33화가 곧 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지 말 것 '왜 나는 욱할 때 참지 못할까?'
32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맥아더 장군의 화 다루기 화를 가라앉히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31나의 불안과 대화 하기 신앙과 독서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30화려한 외면 속 불행한 내면의 사람들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 켠 존재해온 '불안함'
29음악으로 행복한 삶 누리는 법 내게 맞는 ‘음악 식단’을 짜라
268주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심신 수련하기
25평생 실천을 준비하기 운동, 긍정적 사고, 명상으로 우울증에 맞설 수 있게 되다
24구글의 자비명상 공감대를 형성하여 서로의 행복을 바라다
23자비명상 수련법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 모든 존재에 자비를 보내라!
22자비명상과 긍정심리의 세계 매일 명상하던 스티브잡스, 사랑의 힘을 깨닫다
강신장의 '5분 古典' 노인과 바다 
소박한 행복의 기술 유쾌한 유서에 담긴 농익은 삶의 지혜
내 마음 속 우렁각시가 전하는 꿈 "애정을 쏟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나는 지금 어디서 막혀 있을까?
열정의 속성 꽃에 유혹당하는 나비는 나쁜걸까요
음식을 먹는 행위, 그 자체도 수행 천천히, 씹는 놈을 만날 때까지, 천천히
아내에게 요리 배우기 
우정이란~ 
눈물은 신이 주신 최고의 묘약 
예고 없이 오는 불행은 소낙비 같은 것 
나를 버티게 하는 내 안의 힘 
인생은 마라톤...몇 km 지점을 어떻게 달리고 있나요? 
이해인 수녀님이 알려주신 4가지 행복 비결 
봄길을 걸어야 하는데, 미세먼지는 피하고 싶어요 
근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이 박장대소한 까닭 
산티아고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70대 부부 110km걸으며 삶의 이야기와 함께 힐링하다
운동만큼 좋은 바른자세 ⑦ 15분마다 움직이기
운동만큼 좋은 바른자세 ⑥ 식탁에 앉을 때는 의자를 당겨서 가까이
운동만큼 좋은 바른자세 ⑤ 모니터는 중앙에 시선 높이로
운동만큼 좋은 바른자세 ④ 무릎 직각 맞추기
운동만큼 좋은 바른자세 ③ 의자에 앉을 때는 무릎에 힘주기
8호밀빵 예찬 
7재미삼아 만들어 본 수제 햄 
6봄 행인 
5내겐 선배 
4우연 
복잡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인도에서의 걷기명상 비틀즈에게 평화와 안정을 줬다는 그곳
인도 명상여행을 떠나다 오직 걷기와 명상에만 빠질 수 있는 기회
화가 나면 무조건 걸어야 하는 이유 마음 진정, 이해, 용서의 단계 거치며 분노 해결
내가 새벽 산책을 가장 좋아 하는 이유 명상에서 얻는 경험, 환희의 순간을 느낀다
걷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정공법이다 걷기는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는 것
4기침 단전 : 기를 단전에 쌓아라 "혈액, 기, 체액, 생각의 흐름이 좋아야 건강"
3운수(雲手) : 무게중심 이동과 허리 뒤틀기 척추 근육 강화와 허리 펴지게 하는 효과
2웅경공 - 깊은 호흡과 유연한 허리 하체를 튼튼히 하고 내장(內臟)에 활력을
1태극권은 청나라 황실의 몸맘건강 수련법 기혈 순환-신진대사 촉진, 마음수련까지
8조급함, 수용, 인내... 음식 기다리는 동안 마음챙김 실천
6리시케시 시내를 걷다 느릿 느릿한 거리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5단촐한 채식 식단 먹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마음챙김 명상
45분간 무릎꿇기, '나디 쇼단' 호흡 수련 "몸은 개운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3‘옴’ 세 번 발성으로 시작한 첫날 아침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