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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내년 5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

수많은 핑계 대며 미뤘던 6년전 꿈...내게만 집중하며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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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가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벌써 6년이 흘렀네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 이야기입니다. 2013년 헬스조선에서 힐링 여행 프로그램으로 9박11일짜리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를 기획했고, 그해 11월 스태프로 고객을 모시고 110km를 걸었습니다.

함께 가신 분들을 안내하고 잘 보살피는 일에 집중하느라 온전히 제게 집중하지는 못했어도 참 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 여정을 마치면서 ‘언젠가 내 자신만을 생각하며 이 길을 걸으리라’고 결심했지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중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길(프랑스 생장~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800km를 완주할 꿈에 부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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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휴가를 못 낸다’, ‘비용 마련이 만만치 않다’, ‘체력이 모자라서 힘들다’, ‘위험하다’ 등등 수많은 핑계를 대며 꿈만 꿔 왔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행동에 옮기지 않고 꿈만 꿔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난 봄 스페인 하숙이라는 TV 프로가 방영됐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숙소로 묵는 한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여러 명이 한 방에서 자는 공용 숙소)가 무대였습니다.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스토리를 이끌어가지는 주연으로 나오지만, 저는 그 곳에 묵는 순례자들의 대화와 표정에서 가슴 찡한 감동을 자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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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나서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편하지 않고,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습니다. 바로 그 고생길이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걷다 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기 삶에 대해, 관계에 대해, 인생에 대해 성찰이 이뤄집니다. 2013년 함께 그 길을 걸었던 분들은 대부분 인생 선배들이었는데, 한 분도 빠짐 없이 만족해 하셨습니다.
스페인 하숙을 보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룰 수 밖에 없는 사정이야 5년 뒤 10년 뒤에도 계속 생길 테니까, 일단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지인이 대표로 있는 (주)클럽까미노의 도움을 받아 일정을 짰습니다. 내년 5월 5일부터 19일까지 13박15일 일정으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고 항공편 예약, 현지 숙소와 교통편, 구체적인 걷기 일정 결정까지 마쳤습니다. 적지 않은 액수의 예약금까지 냈으니 ‘무조건 직진’만 남았습니다.
800km를 다 걸으려는 계획은 일단 미뤘습니다. 내년 5월에 반드시 출발하기 위해 현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겁니다. 800km를 걸으려면 최소한 40일은 걸리는데, 여러가지 여건 상 지나친 욕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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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길은 프랑스 남서부 생장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스페인 북부를 따라 이어지는 800km 거리의 길입니다. 그 중에서 풍경이 좋고, 꼭 걸어야 할 의미가 있는 구간을 위주로 170km만 선별했습니다. 크고 작은 도시 19곳을 거치고 13곳에서 잠을 잡니다.
그런데 동참하고 싶다는 웃음보따리 회원 세 분이 “잠은 편히 자야 하지 않겠나", “침낭까지 넣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래 걸을 자신은 없다"고 계획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잠은 알베르게나 호스텔에서 자고 필요할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숙소는 호텔이나 까사로 하고, 무거운 짐과 물 등을 실을 수 있는 전용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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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여행은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동행이 있는 여행은 아무래도 신경 쓸 게 많습니다. 각자 성격이나 습관이 다르고 여행의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특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처럼 몸이 힘든 여행은 더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요소를 고려해 함께 가는 인원은 10명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제가 여행가이드 역할을 맡기로 했지만 동행자들에게는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이름도 붙였습니다. '내게 주는 선물 -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입니다.
아직 7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떨립니다. 순례자의 길의 오만가지 풍경이 눈 앞에 차례로 떠오릅니다. 출발하는 날까지 이 기분으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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