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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영화 '교회 오빠'가 내게 던진 메시지

"내게 남은 하루, 누군가를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 않아"

홍헌표 편집장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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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봉한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교회 오빠.’ 제목만 보면 로맨스 영화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암 투병 중 지난 해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故) 이관희 씨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저는 개봉 전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암 진단, 수술, 항암 치료, 심리적 육체적 고통 속에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이관희, 오은주 부부. “저희 가정 이러다 다 죽게 생겼습니다. 주님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모습에서 11년 전의 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암 경험자와 가족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주인공의 말 한 마디, 몸짓과 표정 하나 하나의 의미를 온 몸으로 공감할 겁니다. 암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겐 암환자와 가족의 육체적, 심리적 아픔이 얼마나 큰지 이 영화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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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부부가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아내 오은주 씨가 딸을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하던 날, 부부는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을 마주합니다. 이씨의 대장암 4기 진단! 그리고 이씨의 항암 치료가 끝날 즈음, 아내 오은주씨가 혈액암 4기 진단을 받습니다. 충격을 받은 이씨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재발, 재수술과 또 다른 항암치료까지…
폭풍처럼 몰아 닥친 고난 속에 이씨 부부는 “언제까지 버티나 (주님께서) 시험하는 하시는 것 같다"면서도 굳게 버팁니다. 웃음과 긍정성을 잃지 않으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쩌면 저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앙이 굳건 해도 아무나 보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저도 투병 중에 자주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게 현실이 됐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조차 하기 힘듭니다.
“내 안의 나는 죽고 오직 예수님만 사는 길." 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암과의 싸움에서 질 수도 있다는 걸 이관희씨는 예감했습니다. 고인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신앙을 통해 받아들이고, 승화시켰습니다. 저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신앙의 깊이입니다.
저는 이씨 부부의 독백, 대화 중에서 다른 내용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암 경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곱씹어 볼만한 내용입니다.
“남은 삶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죽을 준비를 하면서 살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암이 저희에게 준 것도 많아요. 빼앗아 간 것도 많지만."(오은주씨)
“오늘 내게 주어진 이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아."(이관희씨)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누구라도 공감하고 각자 삶의 지표로 삼을 만 합니다. 제가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요. 암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삶 속에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늘 행복 속에 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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