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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실에서

너무 풍요로워서 걸리는 마음의 병 '어플루엔자'

미국에 사는 16세 소년이 음주 운전을 하다가 4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소년이 법정에서 자신은 병을 앓고 있다고 최후 변론을 한 게 배심원들에게 받아들여져 형량을 2년 밖에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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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명해진 병명이 있어요. 어플루엔자(Affluenza), 즉 '부자병'입니다. 어플루언트(affluent, 풍부한)와 인플루엔자(influenza, 독감)의 합성어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그 소년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컸으며, 무엇이든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고 다 해봤기에 더 이상 재미있는 게 없었다고 합니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불안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고, 심신 미약 상태의 환자라고 주장한 게 배심원들에게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너무 풍요롭고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들이 겪는 부작용이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외국어처럼 낯설기만 한 소리겠지만, 국내외 일부 금수저들이나 유명 연예인이 “쇼핑이 지겹다. 여행도 노는 것도 지겹다"고 하다가 마약이나 알콜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걸 보면 그런 병이 있기는 한가 봅니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아주 큰 부잣집이 있었습니다. 설날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그 집 할머니에게 세배를 갔는데, 한 번은 제게 소쿠리 하나를 주시면서 광에 가서 소쿠리마다 담겨있는 걸 한 줌씩 가져와서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광으로 들어간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지요. 다식, 약과, 곶감, 콩엿, 떡, 센베 과자와 배, 사과 같은 과일까지… 그 때까지 한 번도 못 봤던 음식도 많았습니다.

함께 간 아이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먹을거리를 바라보며 허겁지겁 먹는 걸 보시던 할머니가 한 말씀 하셨습니다. "아이고 체하겠다 이놈들아. 더 줄테니 천천히 먹어라. 그렇게 맛있냐? 나는 고기도 쓴데…." 어린 마음에 그 말씀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느껴졌던지. '어떻게 고기가 쓰지?'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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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해 겨울 할머니는 스스로 우물에 빠져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다들 한 마디씩 하셨습니다. "도대체 그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목숨을 끊으시냐. 아들 딸 다 잘 돼서 내노라 하며 살지, 이 동네 땅 중에서 그 양반 소유가 아닌 게 없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분이 부자병(어플루엔자)에 걸리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부족함과 여러 문제들이 오히려 우리를 살게끔 만드는지 모릅니다. 적절한 좌절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니까요.
글ㅣ 장정희
‘마음 아픈 이의 친구’로 불리고 싶어 하는 심리상담사(코칭상담 박사과정)이자 시인, 수필가.
맘 통합심리상담센터장으로서의 꿈은 마음 아픈 이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생애 절정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18년 말 현재 우울증, ADHD, 공황장애, 강박증, 분노조절장애 등 4100시간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교육기업 ‘백미인’ 온라인 강좌 강사, 월간헬스조선 마음상담소 상담위원을 지냈으며, 강원도인재개발원, 엑셈, 한국투자공사, 레인보우앤네이처코리아, 성북구보건소 등에서 강의와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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