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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스트레스 줄이는 ‘비폭력 대화법’

사랑받는 대화법 vs 사랑 빼앗는 대화법

홍헌표 편집장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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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학업 경쟁에 몰리고 입시 전쟁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 때문에 꿈 많은 청춘 시절을 스트레스에 갇혀 지내죠. 직장에 들어 간다 해도 경쟁에 매몰된 삶을 살기는 마찬가지구요. 40대 후반부터 실직 걱정을 하고, 노후 걱정을 합니다. 행복한 삶이 목표가 아니라 그냥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 여러 원인 중에서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습니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경쟁 관계, 각자 추구하는 욕구가 다른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 봐도 짐작이 갑니다.
마음의 병을 예방하는 첫 단계는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줄이기입니다. 타인과 갈등하는 것은 크고 작은 욕구(생각)의 충돌 때문입니다. 그 충돌은 막을 수 없기에 스트레스나 마음의 병으로 번지지 않도록 컨트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인 ‘비폭력 대화법’을 소개합니다. 비폭력 대화법은 임상심리학자이자 국제평화재단 ‘비폭력대화센터’ 설립자인 마셜 B. 로젠버그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분쟁지역에서 폭력 대신 평화로운 대안을 제시할 때 쓰였다고 합니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 대화가 어려운 부부, 친구와 대화가 안돼 고민하는 학생,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대화를 통해 나빠진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대화의 스킬입니다.
제 사례를 소개합니다. 저는 고교 1학년인 딸이 등교할 때 함께 집을 나와 헬스장에 가거나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딸이 지각하지 않으려면 집에서 7시1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시간을 지킨 적이 거의 없습니다. 늦게 일어나거나, 아침 식사를 너무 천천히 하거나, 등교 준비를 느릿느릿 하는 바람에 매번 제가 재촉하게 됩니다.
너무 자주 반복되면 그동안 참았던 화를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가면서 잔소리를 잔뜩 늘어 놓습니다.
“OO야! 도대체 시계를 보는거야 마는거야! 아빠는 학교 늦을까봐 안절부절인데, 너는 왜 그렇게 시간 관념이 없니? 지각하면 니가 지각하는거지 내가 하는거야? 앞으로도 계속 이럴거야? 정 그럴거면 니 맘대로 해. 내일부턴 혼자 알아서 학교에 가던지 말던지…"
"...."(딸)
“왜 말을 안 해? 말 좀 해봐?"(나)
"잘 모르겠어."(딸)
“뭘 모른다는거야? 니가 아침마다 이렇게 할건지, 내일부터 혼자 알아서 갈건지 묻잖아."(나)
서로 차갑게 외면하면서 함께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 지나 제가 내립니다. 그날 오전 내내 제 기분은 엉망이 됩니다. 딸의 등교를 돕겠다는, 지각을 안 시키겠다는 선의가 딸과의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고 딸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한 셈이 됐습니다.
저는 남과 대화할 때 부드럽고 스트레스를 안 준다고 착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하는 제 모습이 상대방을 압박하는 ‘폭력적’인 대화 방식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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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비폭력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 방식은 ‘사·감·필·부’ 네 글자로 요약됩니다.
사(사실): 판단이 아닌 사실만 받아들이고 말을 한다.
감(감정): 사실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한다.
필(필요): 그러한 느낌을 들게 하는 욕구, 가치관, 희망 사항을 찾아내 정확하게 말한다.
부(부탁):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을 부탁한다.
대화는 ‘너’가 아닌 ‘나’로 시작합니다. ‘너’로 말을 시작하면 “너는 왜 그래?" “너의 행동, 문제 있는 것 아냐" 같은 식으로 상대를 비판하거나 잘못을 지적하거나 평가하므로 상황이 악화되기 쉽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면 “내가 보기엔 이런 것 같아", “나는 이런 느낌을 받았어", “나는 이랬으면 좋겠어"처럼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나의 희망사항, 나의 느낌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요.
사감필부 원칙을 저와 딸의 대화에 반영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나) “OO야~. 오늘 아침 6시20분에 잘 일어났지? 그런데 다 준비하고 지금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7시15분이야. 55분 걸렸네. 지금 가면 7시30분쯤 버스를 타게 되는데, 그럼 지각할 것 같은데?"(사실만 쿨 하게 말한다.)
(딸) “……."(묵묵부답)
(나) “지각하는 건 싫다고 했지? 아빠는 OO이가 지각하지 않으려면 7시10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두르는데, OO이는 아무 생각없이 꾸물대는 것 같아서 아빠 마음이 막 급해져. 그래서 자꾸 재촉하게 되고 잔소리를 하게 돼. OO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빠 혼자 답답해서 이렇게 안달복달하는게 속상할 때도 있어. 이런 마음 이해해?"(그 사실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딸) “나도 그걸 아는데, 잘 안돼."
(나) “힘들겠지만 OO이가 조금만 서둘러주라. 씻고 밥 먹는 시간, 교복입는 시간에 조금만 집중하고 서두르면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책가방도 전날 미리 싸두자. 5분만 시간을 줄여도 우리 둘 다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희망사항을 정확하게 말한다.)
(딸) “알긴 하는데. ㅠㅠ"
(나) “씻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교복 갈아 입고 책가방 챙기는 시간을 조금씩만 줄여서 5분만 일찍 집에서 나가면 돼. 느릿느릿한 동작을 빠르게 하고, 밥 먹을 때 휴대폰 안 보고, 전날 책가방을 미리 싸두면 7시10분에 나갈 수 있어. 어때 가능하겠지? OO이가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아빠가 도와줄테니."(상대가 가능한 것을 부탁한다.)
딸: “응~."
이런 식의 대화를 시도하고 난 뒤부터 딸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도, 흥분해서 딸을 야단치거나 화난 표정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제 스스로 스트레스를 잔뜩 받는 일도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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