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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고교졸업 후 36년...586 친구들이 사는 법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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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고교 3학년 반창회가 있었습니다. 3~4개월마다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지요. 다른 때보다 조금 적은 11명이 참석해 각자 사는 얘기를 나눴는데, 이 시대 586세대의 평균적인 삶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11명 중 고위 공무원이 두 명입니다. 한 친구는 법조계의 리더이고, 한 친구는 고위 외교관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 강원도 원주의 대형 수퍼마켓 점장을 하는 친구, 현금 수송차량을 운전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역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은 자영업입니다. 작지만 수십년 동안 운영한 알토란 같은 회사를 “욕심 안 부리며" 운영하는 친구가 둘입니다. 수십년 다니던 회사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와 궁여지책으로 1인 회사를 차린 동창도 있구요. 한 친구는 지방에서 카페를 하는 아내를 돕고 있습니다.
공부 꽤나 한다는 학생들이 입시경쟁을 통해 입학하고, SKY 대학 진학률도 전국에서 손꼽혔던 지방 명문고 출신의 졸업 35년 뒤 모습입니다.
친구 S는 몇 해 전까지 보험 회사에 다니며 주말엔 전북 군산을 오갔습니다.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를 돕기 위해서였죠. 지난해 만성 신장 질환 탓에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자 아예 군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GM공장과 몇몇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군산 경제가 엉망이 되는 바람에 카페 수입이 확 줄고, 이 친구도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때마다 병원 응급실 신세를 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몸이 아프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 만사가 귀찮고 그냥 아득하더라~~." 오랜만에 모임에 나온 그 친구는 그래도 웃음을 짓습니다. “이제 뭐 별거 있나. 다 내려 놓았지 뭐~." 건강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데, 솔직히 걱정입니다.
세무회계 일을 하는 친구 Y. 작년 말 모임 때 악몽 같았던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이야기했던 Y는 그때보다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습니다. “내가 욕심을 내면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수입도 늘겠지만, 이젠 안 그럴거야. 스트레스 받는 거, 무조건 피하려고 해~." 이 친구도 경험을 통해 ‘잘 사는 법’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현금 수송 차량을 운전하는 친구 C. “우리는 매일 수십억 원을 털어~." 그 한 마디에 다들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자기 돈도 아닌데 마치 수십 억, 수백 억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신나게 돈 이야기를 했습니다.
S그룹 계열 회사 임원을 하다가 나와 1인 여행사를 차린 친구 R. “한 달에 일본 여행 세 팀만 하면 돼. 더 욕심 낼 수도 있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그래도 얼마나 좋냐? 더울 때 시원한 북해도 가서 지내고, 추울 땐 규슈에 가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업이 만만치 않을 텐데 잘 적응하는 것 같더군요. 올 초 원주의 한 슈퍼마켓 점장으로 스카우트 된 H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지방을 옮겨 다녔는데, 이번에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 모양입니다.
가장 부러웠던 친구는 1년에 3개월 정도 해외여행을 하며 지낸다는 S입니다. 30년 간 1인 무역중개업의 외길을 걸어온 그 친구는 해외 거래처들과 신뢰를 쌓은 덕분에 수익이 조금 줄긴 해도 은퇴하고 싶을 때까지는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하네요. 1년전에 여행 계획을 잡으면 호텔비, 항공료를 효율적으로 아끼고 잘 대접받을 수 있다고 극비 여행 노하우를 알려줬습니다.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여전히 무겁다면 무거울 수 있는 586세대.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중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일을 하는지, 돈을 얼마나 버는 지보다는 지금 자기 모습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옛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은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노하우를 이미 터득한 것 같습니다.
글·사진ㅣ 홍헌표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지냈다. 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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