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 레터

인생은 마라톤...몇 km 지점을 어떻게 달리고 있나요?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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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풀코스의 10km 지점을 지나 달리고 있는 필자와 참가자들.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공기만 좋다면 달리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입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엊그제 열렸는데, 제가 아는 선배 한 분은 3시간29분의 놀라운 기록으로 완주를 했더군요. 전문 선수도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이 3시간30분 이내 기록을 세우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뜬금없이 마라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냐구요? 마라톤 이야기를 빌어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도 조선일보 기자 시절 42.195km 거리의 마라톤 풀코스를 두 번 뛰었습니다. 첫 도전 무대는 2006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었는데 5시간4분 만에 완주했고, 2007년 뉴욕시티마라톤 때는 5시간24분이 걸렸습니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는 바람에 저의 마라톤 도전은 딱 두 번 만에 끝났지만 제 삶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될 순간입니다. 사실 제가 직접 뛴 것은 두 번이지만, 마라톤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육상 전문 기자로 마라톤을 10년 이상 취재했습니다. 황영조, 이봉주 등 올림픽 스타를 오랜 시절 지켜봤고, 세계 주요 마라톤대회 현장 취재도 했습니다. 마라톤은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같아서 특히 매력적입니다. 요즘은 건강과 행복한 삶을 주제로 강의를 할 때 가끔 마라톤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평생 사는 동안 여러 차례 고비를 맞이합니다. 저의 가장 큰 고비는 대장암 수술 후 건강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했던 2008년 9월~2010년 8월의 2년이었습니다. 그 때 삶의 목표와 의미가 다 바뀌었습니다.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세계 최고 대회 중 하나인 123년 역사의 미국 보스턴마라톤 코스에는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이라고 이름 붙여진 구간이 있습니다.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심장 파열 언덕’인데, 은유적으로 해석해서 ‘비탄의 언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출발 후 32km 지점에 나타나는 800m 거리의 오르막인데, 엘리트 선수 조차도 이 지점을 달릴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뛰어야 할 거리(42.195km) 중 4분의 3 지점에서 만나는 오르막길. 우리 삶으로 치면 60세쯤 만나는 인생 최대의 고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곳을 무사히 지나갈지 아니면 주저 앉을지, 관건은 바로 마라토너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풀코스를 충분히 완주할 수 있도록 연습을 통해 체력을 키웠다면, 심장파열 언덕을 지나 영광의 결승선에 골인할 수 있을 것이고, 에너지가 이미 소진됐다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20190319-b.jpg
35km 지점. 결승선까지 7km나 남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에너지가 없으니 이를 악물고 전진해보지만 뜻때로 안됩니다.

 

마라톤 코스는 변화무쌍합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시시각각으로 바뀝니다. 4차로의 넓은 직선 주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꼬불꼬불한 1~2차로의 곡선 주로를 달릴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인생역정과 비슷하지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영유아기의 편안한 코스가 있는가 하면, 대학입시와 취업 경쟁이라는 고통스럽고 힘든 코스도 피할 수 없습니다. 열띤 응원을 받으며 내리막길 직선 주로를 신나게 달리듯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갑자기 암, 뇌졸중 같은 질병, 사업 실패와 해직이라는 고통의 코스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심장 파열 언덕’ 같은 위기의 순간을 누구나 한 두 번 정도는 겪습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어야 풀코스 완주 뒤의 희열을 맛볼 수 있습니다. 마라톤 레이스 중에는 수시로 수분과 에너지를 보충해야 합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거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해서 스피드를 냈다가는 중도에서 퍼지기 십상입니다. 다리에 쥐가 나면 바늘로 찌르고, 열심히 주물러야지요. 힘이 없으면 걸어서라도 전진해야 합니다.
42.195km를 달려 결승선에 통과하는 영광의 그 순간까지 체력을 아끼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보충해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 풀코스 중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잘 살피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고장 나지 않도록 늘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몇 km 지점을 달리고 있나요? 지금 남아 있는 체력으로 결승선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갈 자신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습니다.

 

글·사진ㅣ 홍헌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현재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맡고 있다.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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