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 레터

봄길을 걸어야 하는데, 미세먼지는 피하고 싶어요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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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이 그립습니다. 서울성곽길에서 맑은 하늘의 서울을 보면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그런 날이 점점 줄어듭니다.

지난 주말 성북동 뒤 서울성곽 길 산책에 나섰다가 30분 만에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쾌청한 날이라면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운동 겸 산책 코스인데 걸을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공기가 좋을 때는 30분 거리의 전망대에서 성북동 주택가는 물론이고 북쪽의 상계동, 의정부와 멀리 남쪽의 청계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지난 주말에는 눈 앞에 보이는 건 잿빛 도심이었습니다. 이른 봄의 정취를 즐기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습니다. 눈과 코는 맵고, 목은 칼칼하고 마음까지 우울해졌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코와 목을 씻어내고 샤워를 했지만 답답한 마음은 씻어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 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걷기는 몸맘건강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요즘은 좀 게을러졌지만 저도 열심히 걸었고, 그 재미에 푹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어제 고향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걷기 예찬론이 이어졌습니다. 한 친구가 어느 병원 원장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걷기는 '뇌'를 자극한다.
-걷기는 비만 치료제이다.
-걷기는 요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단 걸어라.
-마음이 울적하면 일단 걸어라.
-분노가 생기면 일단 걸어라.
-할 일 없는 날, 일단 걸어라.
다른 한 친구가 이렇게 호응하더군요. "1월1일부터 매일 1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체중이 1.5kg 줄었다." 점심 시간에 북촌과 서촌을 열심히 걷겠다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화(火)병 스트레스 클리닉’의 김종우 교수는 화가 나면 무조건 걸으라고 합니다. 걷기는 억울한 감정이 생기거나 화가 날 때 상체로 몰리는 열감을 내리게 하고 분노로 인해 뻣뻣하게 굳는 뒷목을 풀어준다고 합니다. 걸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늘, 숲, 건물 등 외부로 향하게 되니 내부로 향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구요.
그런데 그 좋다는 걷기가 이젠 겁이 납니다. 중금속과 오염 물질 덩어리인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와 입, 피부를 통해 내 몸을 파고 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하겠지만, 요즘처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며칠간 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그 여파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것 같습니다. 저는 그간 앓은 적이 없던 비염으로 최근 2년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묵직한 증상은 다른 걸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최근 조선일보에 보도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용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700만명)가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600만명)보다 많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독성을 가진 미세먼지는 몸 속으로 들어가 호흡기, 심혈관계 손상을 가져오고, 치매 우울증 같은 뇌신경계 질환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태아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네요. 폐암 발생률도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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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청계천에서 봄을 느끼는 일도 이젠 쉽지 않습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좋다는 걷기가 장기적으로 우리 몸에 해악이 될 수도 있는 이 상황을 어찌 해야 할지요. 제가 아무리 ‘무한 긍정’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해도 답답하고 짜증나는 상황입니다.어디로든 피할 수는 없을까요? 며칠 전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다른 건 모르겠고, 도쿄의 하늘과 공기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지더라"고 하더군요. 외국으로 가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제주도 역시 미세먼지를 피하지 못하니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곳이 저의 고향(삼척)이 있는 동해안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가 동해안이 피서지 뿐 아니라 ‘피난미(미세먼지)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웃픈 이야기지요.
마냥 짜증과 우울감에 빠져 지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 몇 개월간 안 나갔던 피트니스 센터에 다시 나가야겠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있으니 그래도 공기의 질은 바깥보다 좋을테고, 자전거를 타든 트레드밀 위에서 걷든 운동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기가 쾌적한 자연으로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올 봄, 그런 기회가 많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글·사진ㅣ 홍헌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현재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맡고 있다.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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