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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해피 레터

근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이 박장대소한 까닭

글·사진 홍헌표 편집장  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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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게 가장 효과가 크고 쉬우면서도 돈 한 푼 안 드는 몸맘건강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면 저는 웃음, 특히 박장대소를 권유합니다. 7년 여 동안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습니다.

웃음이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 즉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전통적인 의료는 아니지만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이 환우들을 위한 웃음치료 교실을 운영할 만큼 웃음의 치료 효과는 공공연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박장대소 15초는 윗몸일으키기 20회, 100미터 전력 질주, 에어로빅 5분의 운동 효과와 맞먹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웃을 때 엔도르핀, 엔케팔린 등 통증을 줄이는 호르몬과 세로토닌, 도파민 등 유익한 호르몬이 나옵니다.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는 억제 됩니다. NK세포가 활성화되고, 감마인터페론이 증가해 면역력이 높아지는 등 웃음의 건강 효과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웃음이 좋은 건 알겠어요. 그런데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어요. 세상 살기가 이렇게 팍팍한데 웃음이 나와요?"
맞습니다. 대입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취업준비생, 직장 생활이 너무나 힘들다는 회사원,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부모들…. 저마다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으니 아무리 건강에 좋고 공짜라고 해도 쉽게 웃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는 대장암 수술 후 3년차였던 2011년 7월 웃음보따里라는 이름의 웃음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암을 이기는데 꼭 필요한 웃음을 습관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신문 칼럼을 통해 회원들을 모았습니다. 그 때 내건 슬로건은 ‘미친 듯이 웃어 보자’였습니다. 지금까지 7년 7개월 동안 180여차례의 모임을 가졌는데 연말에는 좀 큰 규모로 송년회를 하고 함께 여행도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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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습관이 되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웃음보따리里에 처음 오는 분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처음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은 2시간 동안 끊임없이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마치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것처럼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제가 “우리가 이상해 보이죠? 미친 사람 마냥 이러는 게요"라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합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다음 모임에 오지 않습니다. 웃음이 꼭 필요한 분들인 데도 말입니다.

해맑은미소라는 닉네임을 쓰는 회원은 처음에 이런 표현을 썼지요.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웃어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했어요." 그 분은 드문드문 정모에 나오는데, “미친 듯이 노래하고 춤추고 웃는 회원들의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아져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명상 프로그램, 힐링 여행을 진행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언젠가 그의 요청에 따라 웃음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왜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이 안 간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그가 1년 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꾸 웃다 보니 익숙해지고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껴요. 이거 중독성이 있는데요." 웃음은 감기약처럼 뚝딱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가랑비에 웃 젖듯이 슬그머니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 모드로 바꿔줍니다.
저는 정부부처 공무원, 기업 임직원들에게 강의를 할 때마다 ‘웃음 테라피’ 프로그램을 포함시킵니다. 근엄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 업무에 찌들어 감정이 무뎌진 고위 공무원들은 웃음과는 담을 쌓은 분들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웃기 시작합니다.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리액션까지 섞어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웃음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 탓에, 개개인의 삶의 환경 탓에 스스로 억누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심각하게 인상을 찌푸린 채, 웃음 본능을 억누르며 지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기나요? 기분은 더 나빠지고, 우울해지고, 웃을 일은 더 없어지는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입니다.
이럴 때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먼저 웃어 버리는 겁니다. 일단 웃고 나면 부정 대신 긍정의 기운이 모입니다. 웃을 일이 생기게 됩니다. 한 번에 15초 이상,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씩, 한달 만 웃어보면 삶이 달라집니다.
직장 동료, 친구, 가족과 함께 웃으면 더 좋겠지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집에서 가족과 게임을 하며 약간은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옆사람과 마주 보고 미소 짓기, 손바닥 마주치며 웃기, 배 두드리며 웃기, 개그 들려준 뒤 함께 웃기 등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실천 의지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웃어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요? 공짜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도저히 안되겠다는 분은 웃음보따里로 오십시오. 책임지고 웃겨 드리겠습니다.
글·사진ㅣ 홍헌표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 대표.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거쳐 ‘마음건강 길’ 편집장을 지냈다. 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암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몸 습관, 마음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공공기관, 주요 기업 임직원 대상 강의, 코칭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암 치유와 건강을 위해 만든 웃음 동호회 ‘웃음보따里’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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