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의 해피 레터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세요?

홍헌표 기자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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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자였던 2008년 9월 대장암(S결장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 자신도 가족도 지인들도 큰 충격을 받았지요.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건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생활습관과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신문기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제가 암 수술을 받기 전 5년 사이 잘 아는 선후배 기자 5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10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제가 암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절실했던 게 마음 건강의 회복입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받더라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게 필수 조건이었죠.

저는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어서 대충 일 하는 걸 싫어했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자신을 들들 볶았고, 저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착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길 좋아했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하는 대신 자책하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배출구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내게 안기는 스트레스를 증폭시켜서 받고,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었지요. 그 때문에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생기고 설사를 자주 했는데, 신문기자라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수년간 그런 상태로 면역력까지 떨어졌기에 제가 대장암 환자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암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저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바꾸고 인정 받으려는 욕구를 줄이고 마음을 비우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상대방 입장 이해하기, 목표의 70%에 만족하기, 긍정 마인드 유지하기, 많이 웃기, 부정적인 생각 빨리 털어 버리기 등 생활 수칙을 꾸준히 지켰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마음 건강 상태에 따라암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마음 건강이 암을 물리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마음 건강과 몸 건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제가 홍보 운영을 맡은 심리상담센터의 내담 고객의 변화되는 모습에서 그걸 절실히느낍니다. 처음 상담센터에 찾아올 때의 표정과 빛깔이 상담이 진행되면서 바뀌어 가는 과정은 경이롭습니다. 불신과 원망, 심지어는 적대감까지 느껴지는 눈빛을 가졌던 어느 분은 마음의 고통이 몸으로 연결돼 등이 뜨거워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공격적인 말투가 바뀌더니 두 달여 만에 환하게 웃으며 심리상담을 끝냈습니다.

다 죽어가는 얼굴로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던 여대생은 상담이 끝나고 한참 뒤 케이크를 사 들고 찾아와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며 자기 사례를 공개해도 된다며 장문의 상담 후기를 써주기도 했고요.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고, 마음 건강이 회복되면 몸도 낫고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만큼 중요한 마음 건강을 우리는 너무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요? 우리는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약을 사 먹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힘들면 그냥 버팁니다. 마음 건강을 지키는 일이 감기 치료보다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오늘 내 마음은 안녕하지?’ 매일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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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ㅣ 홍헌표

홍헌표 ‘마음건강 길’ 편집장은 조선일보 기자,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2008년 대장암 3기로 수술을 받았으며 그 뒤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해 암 재발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암투병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으며, 라이프 코치로 건강 강의와 코칭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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