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내 마음 속 우렁각시가 전하는 꿈

"애정을 쏟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이주향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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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깊은 곳엔 낙천성이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그는 우렁각시처럼 몰래 내 집에 들어와 생의 불안을 잠재우고, 따뜻한 밥상으로 나를 기다립니다. 나는 그를 통해 세상엔 못난 것도, 잘난 것도 없다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류기봉의 포도밭 편지는 그 우렁각시가 차려낸 밥상 같습니다. ()을 믿기에 욕심낼 일도, 모자랄 일도 없는 농부의 낙천성이 물씬물씬 풍겨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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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봉은 애정을 쏟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대대로 남의 땅을 빌어 포도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부입니다. 그러나 존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불혹을 지나 미혹을 떨쳐 버린 후에 포도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랑을 흐뭇하게 훔쳐보는 시인 중의 시인입니다.

장현리 포도밭에선 모두가 사랑의 꿈을 꾸는가 봅니다. 그 사랑밭에서 류기봉은 사랑이 아닌 것들을 솎아 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 꾀에 넘어가는 잔머리와 터무니없는 욕심이라나요.

농사는 입이나 주먹이나 잔머리로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오직 농부의 착한 마음과 땀방울의 힘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착한 나무를 협박해 노력에 비해 많은 결실을 착취하려고 욕심을 부립니다. 그러면 나무는 자신이 착취당한 만큼 환경재앙으로 앙갚음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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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포도나무도 사춘기를 앓고, 이슬에도 짝퉁이 있다는 것을요. 진품 이슬은 해뜨기 전 포도순에 영롱하게 맺혀 햇살과 함께 사라져간다고 합니다. , 이슬의 순결함이여, 이슬이 잠시 몸을 빌린 포도순의 꿈결 같은 행복이여! 포도를 온통 사랑하는 그 농부가 말합니다.

나는 포도를 맛있게 먹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포도를 팔고 싶지 않습니다. 내 포도밭에 와서 알만 쏙 빼먹고 껍질을 밭에 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그것은 포도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는 포도는 껍질과 씨까지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껍질 속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이 있고, 씨는 항암효과가 탁월하다고 합니다. 사랑으로 가꾼 그의 포도밭에는 그렇게 하나도 버릴 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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