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나는 지금 어디서 막혀 있을까?

이주향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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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툭툭 털고 길을 떠날 수 있습니다. 가나안으로 향하는 여호수아처럼, 이타카로 향하는 오디세우스처럼, 기어이 유목민이 되어 어떤 일이 기다릴지도 모를 광야를 묵묵히 걸어갑니다.

광야 앞에서는 내가 갖고 있던 힘도, 권력도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사랑도, 명예도, 자존심도 남김없이, 안락도, 멋도 멀리 하고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것에만 귀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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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는 『오 자히르에서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에 중독된 사람, 유흥에 중독된 사람, 소유에 중독된 사람 등등 다양한 형태의 중독자들이 등장합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불필요한 짐들을 내버려야 하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필요한 것만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사랑의 에너지가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자유롭게 흘러야 한다'고.

『오 자히르』를 읽는데 왜 『오디세이아』의 실존적 버전이라고 느껴졌을까요?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모험을 해야 했던 오디세우스처럼 '나'는 안락하게 헛사느라 잃어버린 뭔가를 찾는 여행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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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실 같은 실마리가 된 것은 아내의 실종입니다. 아내를 찾는 여정은 '나'의 과거를 통째로 여행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자신도 몰랐던 '나', 아니 자신이기에 오히려 외면했던 '나'를 보게 됩니다. 단지 유혹이라는 게임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나를 말이죠.


"내 인생을 스쳐 지나간 모든 여자들의 공통점이 뭐냐고? 그건 '나'였다. 

여자들은 변해 갔지만 나는 늘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연애상대는 바뀌었는데 연애를 하는 내가 변함없는 편견덩어리라면, 나는 은총의 세계 속으로 흘러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녀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나'를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나'를 떠나간 여자에게 돌아가고자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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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르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그녀에게 가 닿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유일한 여자였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지금 자유롭게 생명으로 가득찬 세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사는지, 혹시 나는 지금 노예는 아닌건지... 

 

"그들은 점점 뭔가의 노예가 되어 갔다. 

부모 욕망의 노예, 결혼생활의 노예, 체중계의 노예, 풍요로움의 노예. 

그들의 낮과 밤은 그렇게 이어지고, 서로 닮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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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과 유혹에 속아 '나'를 잃어버리진 않았나요?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무언가에 집착하게 될수록 나는 점점 사라지고 맙니다.

세계의 중심이어야 할 나! 나는 지금 어디서 막혀 있고 어디서 맺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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