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언제까지 ‘나’를 죽게 할 건가요?

나는 소우주, 그 무의식의 노래를 듣기까지

이주향  |  편집 최인선 기자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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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을 관찰해본적이 있으신지요?

내 옆에 있는 모든 사물은 나와의 인연 때문에 그 자리에 존재하는 걸 테지만 한편에서 그 사물들은 나의 삶을 증명하는 증표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는 파장이 있으니 물건까지도 예외는 아니겠죠.

방에 들어가 보면 주인의 성향이 드러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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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인지, 불행한 사람인지이기적인 사람인지, 너그러운 사람인지, 섬세한 사람인지, 투박한 사람인지, 화려한 사람인지, 자신감 있는 사람인지, 불안한 사람인지, 고독한 사람인지, 안정된 사람인지엄격한 사람인지, 편안한 사람인지, 우울한 사람인지, ‘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당신에게 당신의 방은 어떤 느낌인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남의 방을 방문해서는 한순간에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를 내 방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내게 내 방은 한 치의 거리감도 없이 너무 친숙해서 느낌들이 숨어 버리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느낌들은 낯선 곳에서 생겨나는 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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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을 관찰해보세요.

요즘 내가 산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물건들을 방에 들여놓았는지, 덮고 자는 이불의 색이 정확히 어떤 색인지, 그렇게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물건들을 되새김질해 보는 겁니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느라 머릿속이 산란해졌다면 의자에 앉아 안해도 되는 일을 낙서하듯 적어봅니다. 하루 동안 머리 속에 자란 무성한 가지들을 가지치기 하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버릴 것을 버리다 보면 쫓길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 의외로 시간은 나를 몰아대는 적이 아니라 내 길을 열어주는 동지라 믿게 됩니다. 고독에 경직되어 있거나 아프거나 애타하지 말고 순하고 편하게 말이죠.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에 관심을 두기보다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인연으로 자리잡은 친구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리고 그 보다는 자신에 더욱 관심을 갖기로 합니다. 나 자신이 텍스트가 되어 나의 물건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 나를 관망하는 시간. 어떠세요?

선사들은 책을 보지 말라고 합니다. 진짜로 책을 봐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천지의 단 한 권의 책 자기마음을 살피라는 뜻이겠지요. 송담스님께서 법문중에 노래하신 문장은 문득문득 나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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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걸린 십자가를 봅니다. 

십자가는 죽음입니다. 완전한 죽음입니다. 완전히 죽지 않으면 부활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예수.

그런데 나는 어디까지 를 죽게 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자신이라는 말에 실감이 납니다.

비장한 십자가 옆에는 나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나는 아직 뭘 모르고 있는걸텐데, 그래도 나는 내 책상 왼쪽인 이 벽면을 사랑합니다.

거기엔 뱃속부터 나를 키워 온 기독교가 있으니까요.

종종 내 삶이 허무해지는 건 내 속의 그리스도를 꽃피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편견이 함정이 되어 그리스도를 멸시하고 배척한 유대인들은 어리석었던 먼 옛날의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내 아집이 함정이 되어 내 안의 그리스도를 멸시한 나 자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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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자리를 만드세요.  

깨달은 이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만들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일구어 갈 자리가 필요합니다. 방구석에 내 마음의 중심자리를 만들고 작은 찻상 위에 아침 저녁으로 향을 피워봅니다.

그 자리는 때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껴안고 끙끙거릴때 그 답을 알고 있는 내 안의 깊은 마음을 만나게 도와줄 것입니다. 무의식이 기를 펴는 성찰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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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 나의 공간, 그리고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귀 기울여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은 치유하는 마음이 사는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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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이 책은 저자의 인생에 길이 되어준 책들과의 만남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책들에서 찾아낸 치유의 메시지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며, 역사와 철학을 향한 저자의 책읽기는 거침없이 자유롭다.

저자 이주향

내면을 응시하는 영혼은 삶의 고단함마저 에너지로 바꿔 쓸 줄 안다고 말하는 철학자이자 현 수원대학교 인문대 교양학부 교수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법학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대학 시절 사물과 현상의 배경을 탐색하고 해석하는 철학에 빠져들었고, 이후 전공을 바꿔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공부하며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사랑이, 내게로 왔다》 《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가볍게 살고 싶다》 등이 있다.

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언제까지 ‘나’를 죽게 할 건가요? 나는 소우주, 그 무의식의 노래를 듣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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