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치유기

26성공했으나 불행한 사람들

삶의 목표를 다시 잡으며 자신을 긍정하기

함영준  |  편집 하용희 기자  2019-03-08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지나치게 자신을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담 전문의와의 대화는 약물치료가 끝난 2012년 9월부터 일년 이상 계속됐다. 그는 내 과거를 다 듣고 난 후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자신의 삶을 자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보라고 했다. 그는 서구인에 비해 한국 중장년 남성들이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열심히 살고서도 자부심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가 많습니다. 한국적 현실과 역사 탓도 있지만 스스로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리거나 큰 성취를 이룬 이조차도 낮은 자존감과 심리적 갈등에 힘들어하는 이가 많다고 했다.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적 풍토 속에서 삶의 목표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성.불.사(성공했으나 불행하게 사는 사람)’라는 우스갯말로 표현했다.

“평범한 서양인들이 고아나 유색인종 아이들을 여럿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우는 모습을 보십시오. 그들은 거기서 자신들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그들의 삶의 목적과 비전은 우리들과는 확연히 틀리죠?"

say-yes-to-the-live-2121044_960_720.jpg

그는 내게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여섯 살 이전 삶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입해보면 선생님은 외톨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무의식 세계에서 갖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을 다독거리고 풀어줘야 된다고 봅니다. 선생님 주변에 얼마나 좋은 분들이 많습니까. 그리고 부모가 없다는 사실에 더 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부모로 인해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 이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는 나의 열등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성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열등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론을 정립한 아들러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이야말로 아들러의 모범생입니다. 열등감이 동기부여가 돼 오히려 사회성이 향상되고 적극적으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난관 속에서 성공을 이룬 스티브 잡스

의사는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 연설을 얘기했다.

22.jpg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로 유명한 그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성공한 이유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자신이 미혼모에서 태어난 사생아이자 입양아라는 것, 둘째 대학 1학년을 중퇴한 것, 셋째 자신이 세운 애플사에서 직원들에게 쫓겨난 것.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그런 난관을 겪고서 지금의 성취를 이룩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에 보다 당당해져야 합니다. 선생님의 그 외톨이 정신이 결국 타협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살아오게 만든 원동력 아닙니까. 오히려 축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심리치료 전문기관에서 심리검사를 받았다. 그들이 내게 건네준 나에 대한 심리평가서 골자는 이랬다.

 

ㆍ 자신의 삶, 생각, 행동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

: 그러나 자기 생각과 다른 정보나 요구, 행동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ㆍ삶의 열정과 에너지(집중력)가 높다.

: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에 소홀하거나 고집, 분노, 자기중심적 행동을 보인다.

ㆍ일 욕심 등 성취욕구가 강하다.

: 다른 사람들을 경쟁 상대로 보거나 경계하는 태도가 강하다.

ㆍ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공격성과 추진력이 강하다.

: 불끈 화가 치밀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ㆍ 순발력이 탁월하다.

: 속전속결로 처리하다 보니 다른 사람 생각을 개의치 않거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family-591581_960_720.jpg

의사와의 상담, 심리테스트, 주변 친지들과의 대화 등을 거치면서 나는 자신을 추스르고, 과도한 자의식이나 죄책감에서 조금씩 해방되기 시작했다. 우울증을 앓는 이들에게 가능한 한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를 꼭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의사도 좋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다. 배우자를 비롯해 가족 친지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여주고 위로해줄 이를 가져라. 그런 사람이 없다면 종교라도 가져서 신앙에 의지하는 것이 좋다.

<계속>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올해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 등이 있다.
나의 우울증 치유기
1내가 나를 신랄하게 공격하다 50대 중반 퇴사 후 패배감, 후회, 자책, 허탈감에 사로잡혀
2너무 마음이 아픈데도 정신은 말똥말똥해지다 우울하고 피곤하고 불면증에 끝없는 죄책감의 연속
3밤새 불면증과 싸우며 악전고투하다 자율신경계 조절이 안되면서 땀 뻘뻘 흘리고 맥박은 벌떡벌떡
4KBS-2TV '아침마당'에 출연하다 최악의 컨디션인데도 멀쩡하게 방송 진행. 주변에선 낌새 못채는 병
5한밤중에 공황발작 일어나다 100m 달리기 뛰듯 심장 터질 듯하며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
⑥ 정신과로 가라는 말이 내겐 청천벽력이었다 과도한 스트레스, 불면증, 좌절감이 우울증으로 발전
⑦ 의사는 내게 희망보다 절망을 주었다 심드렁한 표정에 사무적 말투. 불치병을 선고하는 듯한 태도에 낙담
⑧ 지리산 2km도 못 올라가고 포기하고 말았다 막걸리 먹고 오랜만에 죽었던 감각기관 살아나 취흥 느꼈으나…
⑨ 제멋대로 달리는 차, 중앙차선을 넘어 달리다 장기간 불면으로 판단능력을 잃고 희노애락이 사라지다
⑩ 고속도로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다 악령이나 마귀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 그러나 두 통의 전화가 나를 살리다
11비 오듯 땀 흘리며 심장은 빨리 뛰고 그러나 희망을 주는 의사를 만나 자신감을 얻다
12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본격 시작 몸과 마음, 정신을 조화시켜 스스로를 즐겁게 하다
13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전거 타다 한 달 만에 우울증 약을 반으로 줄였다
14친구 말 한마디에도 무너져 버리다 우울증 치유, 심리적 추락을 극복하라
1524시간 ‘긍정’ 관리체계 가동하다 좋은 글 외우고 ‘오늘 좋은 일’ 떠올리고...
16뇌는 생각하는 대로 작동한다 행복은 ‘긍정하기’ 훈련-습관을 통해 이뤄진다
173개월만에 병원 치료를 마치다 여럿이 어울려 싱그러운 햇볕 속에서 운동하고 떠들다보니…
18‘우울 사회’로 변해가는 이유 물질적 풍요를 이루자 심적 공허함이 찾아오다
19'하면 된다'가 주는 피로와 압박 내 자신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나요?
20자기 치유를 위한 첫걸음 우울증, 신앙과 글쓰기로 극복하다
21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다 불운 속에서도 관용으로 우울증을 이겨낸 링컨
22큰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우울증 스토리 때로는 창작 에너지를, 때로는 죽음을 안겨주다
23환자 내면의 문제를 알고 치유하는 과정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며 아픔의 원인을 찾아라
24열심히 달려온 인생이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다 외로움, 열등감, 불안감으로 가득찼던 어린 시절
25상처를 딛고 일어서야 할 시간 감정과 생각에 흔들리지 않고, 내 스스로 제어해야
26성공했으나 불행한 사람들 삶의 목표를 다시 잡으며 자신을 긍정하기
27내가 만들어 나가는 즐거운 일상 나이 60세, 100세 시대엔 남은 시간이 많다
28나는 나에게 즐거움을 허락할 의무가 있다 음악의 강력한 힘으로 감정 조절하기
29음악으로 행복한 삶 누리는 법 내게 맞는 ‘음악 식단’을 짜라
30화려한 외면 속 불행한 내면의 사람들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 켠 존재해온 '불안함'
31나의 불안과 대화 하기 신앙과 독서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32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맥아더 장군의 화 다루기 화를 가라앉히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33화가 곧 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지 말 것 '왜 나는 욱할 때 참지 못할까?'
34화 다루는 감정 관리법 “화는 보살핌을 바라며 우는 아기와 같습니다”
35인생의 가치를 찾아서 자기비하, 콤플렉스 벗어나야 우울증 극복
36'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숨기고 싶은 열등감에서 벗어나다
37내가 행복해지는 방법 "자기 자신을 믿어라"
38힘든 마음에 도움이 된 신앙 나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39내가 종교를 갖게 된 이유 믿음 통해 마음이 편해지니 우울증도 극복
40내게 축복이 된 우울증 기쁨, 감사, 희망...행복한 변화가 찾아왔다

진행중인 시리즈 more

완결 시리즈 more